"명예훼손 고발" vs. "창피한 줄 알아"... 심재철 두고 언성높인 국감

[2018 국감-기재위] '예산정보 무단열람·유출' 의혹 관련 피감기관 국감... 업무보고 전 30분 파행

등록 2018.10.16 12:31수정 2018.10.16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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삿대질하는 심재철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이 16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의 한국재정정보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심 의원의 퇴장을 요구하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을 향해 고성을 지르며 삿대질을 하고 있다. ⓒ 남소연

  
심재철 : "모르면 말을 마시라. 들어가보지도 않았잖아!"
민주당 의원들 : "창피한 줄 알아! 증인석에 가서 앉아!"


1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한국재정정보원 등을 상대로 한 국정감사장에서 의원들의 언성이 점점 높아졌다.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경기 안양동안을)이 앞서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자신의 국감 제척을 주장하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을 일일이 지목하면서 비판하던 중이었다.

자신의 보좌진들이 정부(한국재정정보원)의 디지털예산회계시스템(디브레인)에서 청와대 업무추진비 사용내역 등을 열람하고 내려받은 일을 '국가기밀불법탈취사건'으로 명명한 것에 대한 반박이기도 했다.

그는 "강병원 의원께서 '국가기밀불법탈취'라고 했는데 기밀 몇 급인가? 기밀 몇 급인지 모르고 그런 말 마라"라며 "불법 탈취가 전혀 아니었다, 뻥 뚫려 있는데서 정보를 가져 왔다는 점을 거듭 말씀드린다"라고 자신의 정당함을 주장했다.

무엇보다 심 의원은 "면책특권을 악용하지 마라"라고도 쏘아붙였다. 특히 "그렇게 확신하시면 상임위 밖에서 말하라, 그러면 허위사실 유포에 따른 명예훼손으로 즉각 고발하겠다"라고도 윽박질렀다.

심 의원의 발언은 제대로 마무리되지 못했다. 발언 기회를 넘겨 받은 심상정 정의당 의원(경기 고양갑)은 계속되는 의원들의 설전에 "좀 조용히 해주세요"라고 요청하다가 헛웃음을 지어야 했다. 그러면서 "사전에 간사 협의를 통해 절차를 거쳤어야지, 당일날 국민들 앞에서 삿대질하고 이래서야 되겠나"라며 정회를 요청했다.

결국 기재위는 피감기관들의 업무보고도 받지 못한 채 '중지'됐다. 감사 개시된 지 1시간도 채 지나지 않았다.


강병원 "국가기밀불법탈취 행위에 면죄부 주는 방탄국감 되면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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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철 퇴장 요구하는 김경협 김경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6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의 한국재정정보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의 퇴장을 요구하고 있다. ⓒ 남소연

 
예상됐던 사안이었다. 심재철 의원과 한국재정정보원은 현재 '비인가 예산정보 무단 열람·유출' 의혹을 두고 서로 고소·피고소인으로 엮여 있는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은 국감 전에도 이 문제를 지적하면서 심 의원에게 기재위원 사퇴를 요구한 바 있다.

이날 역시 민주당 쪽에서 먼저 포문을 열었다. 첫 의사진행발언자로 나선 강병원 의원(서울 은평을)은 "심재철 의원이 감사위원에서 사퇴하지 않고 기재위의 정상적인 국감이 가능할까 상당히 고민해봐야 한다"라며 "수차례 문제제기에도 불구하고 고소인과 피고소인이 감사인과 증인으로 국감장에서 마주쳤다"라고 지적했다.

법적 근거도 제시했다. "의원은 직접 이해관계가 있거나 공정을 기할 수 없는 현저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그 사안에 한정하여 감사 또는 조사에 참여할 수 없다"라고 명시된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아래 국감국조법) 13조 1항이었다. 강 의원은 이를 거론하며 "심 의원의 감사를 중지시키고 다른 위원으로 대체하지 않으면 법을 위반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국가기밀불법탈취행위에 면죄부를 주는 방탄국감이 되지 않길 바란다"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 김경협 의원(경기 부천원미갑)은 2013년 국가정보원 댓글 국정조사 특위 때의 상황을 거론했다. 당시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은 국정원 직원 감금 의혹으로 고발당했던 진선미·김현 당시 의원들을 특위에서 제척할 것을 같은 법 조항을 들어 주장했고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이 수용했다는 얘기였다.

김 의원은 "이런 전례로 봤을 때 5선 의원이자 국회부의장 출신인 심 의원이 국회법과 국감국조법을 준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며 "불법적으로 취득한 자료를 가지고 계속해서 국감을 진행하고 고소인인 기관을 상대로 직접 추궁하겠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권성동 "청와대·기재부 대변인이 이 자리에 앉아 있는 듯"

한국당은 적극 방어에 나섰다. 박명재 의원(경북 포항남울릉)은 앞서 강 의원이 법적 근거로 들었던 '국감국조법' 13조 2항과 3항을 보라고 꼬집었다. "본회의 또는 위원회 의결" 및 "본인의 동의"가 전제돼야 하는 제척·회피 조항이 실질적으로 현 상황에 적용될 수 없다는 지적이었다.

그러면서 그는 "양측이 고소했지만 현재 검찰이 기소한 것도 아니고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아무 문제가 없다, 똑같은 얘기를 몇 차례씩 하는데 얼른 투표하고 국감 진행하자"라고 주장했다.

권성동 의원(강원 강릉)은 "마치 청와대·기재부 대변인이 이 자리에 앉아 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라고 강병원·김경협 의원을 비꼬았다. 순간,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발언 수준이 그게 뭐냐"라는 고성이 터졌다. 권 의원은 아랑곳 않고 "발언 시간 아니니깐 입 다물고 계시라"라며 "국정감사는 국회에 부여된 신성한 직무다, 고소된 것만으로 (감사위원을) 제척하라는 것은 국회법 정신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이라 생각한다"라고 주장했다.

또 "국감국조법에서 까다로운 절차를 통해서 제척사유를 정하고 있는 것은 국회의원의 권리와 권한을 최대한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며 "계속해서 민주당이 이렇게 속 좁은 마음으로 해선 안 된다, 여당은 야당을 감싸고 협치할 생각을 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곧장 반격이 이어졌다. 2013년 국정원 댓글 국정조사 특위 당시엔 여당(새누리당) 간사였던 권 의원이 앞장서서 진선미·김현 의원 제척을 주장했던 점을 꼬집고 나선 것이다. 박영선 민주당 의원(서울 구로을)은 당시 관련 자료를 기재위원 전체에게 배부할 것을 요청하면서 "당시 권 의원은 (지금 민주당 주장과) 똑같은 얘기를 하면서 진선미·김현 제척을 요구했고 한 달 간 특위를 지연시켰다"라고 꼬집었다.

한국당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나경원 의원(서울 동작을)은 "진선미·김현 제척 때와는 본질이 다르다, 그땐 현행범으로 고발됐던 것이다, 국정원 여직원 있는 곳으로 민주당 의원들이 쳐들어가지 않았나"라며 "(심 의원처럼) 국감 활동 일환으로 한 자료수집 활동이랑 그것을 비교하는 것은 맞지 않다"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여당 의원들이 청와대·정부와 뜻을 맞춰서 심재철 의원 자격을 문제 삼는 것에 유감을 표한다"라며 "오히려 의원들이 기재부를 (국감방해 등으로) 고발해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도 주장했다.

나 의원에 맞선 이는 조정식 민주당 의원(경기 시흥을)이었다. 그는 "제가 (국정원 직원 감금 의혹으로) 고발당한 사람 중 한 명이다, 당시 새누리당에서 비난을 퍼부었지만 그렇게 해서 국정원 불법 댓글이 밝혀졌다"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당시 당에서 (진선미·김현 의원 제척을) 결정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오늘의 경우도 지금 이해당사자로서 국감장에 마주하고 있는 건 대단히 불편한 일이다"라며 "자유한국당과 심재철 의원이 진지하게 판단해주실 것을 요청드린다"라고 요구했다.

한편, 기재위는 감사 중지 약 30분 후 재개됐다. 정성호 위원장은 감사를 재개하면서 "국민께서 지켜보고 계시는데 기재위 국감 의사진행이 원만히 진행되지 못한 것에 대해 죄송하다는 말을 드린다, 의원들 견해가 다르시더라도 진지하게 경청해주시길 바란다"라고 당부했다. 논란이 됐던 심재철 의원 제척·회피 문제에 대해선 여야 간사 간의 협의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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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서하는 김재훈 한국재정정보원장 김재훈 한국재정정보원장이 16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의 한국재정정보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 남소연

#심재철 #국정감사 #한국재정정보원 #기획재정위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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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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