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공동연락사무소의 한 달, 이렇게 변했다

김창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사무처장 "북과 365일 24시간 접촉 가능"

등록 2018.10.16 17:52수정 2018.10.16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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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에서 식당, 다시 식당에서 사무실. 세 곳은 고작해야 차로 2~3분 거리에 있다. 그런데 이 밖으로는 나가기 어렵다. 이마저도 혼자 다닐 수 없다. 출근해서 갈 수 있는 곳이라 봐야 딱 저 3곳인데 남측 직원 혼자는 안됐다. 안내원이 숙소에서 식당을 갈 때, 사무실에서 식당을 갈 때 곁에 있었다.
"우리 송악산 등반대 하나 만들어서 가야죠. 박연 폭포도 가고."

한 달 사이에 농담처럼 보이는 진담을 던지게 됐다. 김창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사무처장이 북측 황충성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부장) 소장 대리에게 한 말이다.

북측 황 소장 대리는 "왜 박연 폭포까지만 가냐, 황진이 무덤은 안 궁금하냐"고 맞받았다. 송악산, 박연폭포, 황진이 무덤, 모두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있는 개성에 있는 곳들이다.

숙소와 식당, 사무실 간 거리에도 자유가 생겼다. 더는 안내원이 옆에 함께하지 않았다. 세 곳을 이동할 때만큼은 혼자 알아서 다닐 수 있게 됐다. 북한에서는 흔치 않은 자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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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표지판 표지판 ⓒ 통일부


무엇이 얼마나 바뀌었을까?

24시간, 365일 상시 소통이 가능한 체제, 남북 공동연락사무소가 생겼다. 2층은 남측 직원 25명이, 4층에는 북측이 상주하고 있다. 일주일에 한 번 사무실로 출퇴근 하는 소장 방에는 서로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직통전화가 놓여 있다.

공동연락사무소에 상근하는 김창수 사무처장은 수시로 황 소장 대리와 만났다. 매일 오전·오후 정례 연락관 협의는 30회 이상 이뤄졌다.

북측 관계자가 한밤중에 남측 숙소로 찾아온 적도 있다. 9월 27일 오후 9시 45분이었다. "중요한 전달 사항이 있으니 사무실에서 만나자"라는 북측 관계자의 말을 서울까지 보고해 기다렸다.

10.4 선언 행사를 공동으로 개최하자는 전갈이 왔다. 남은 시간은 고작 일주일. 시간이 부족하지 않을까, 걱정은 기우였다. 시민단체 90명을 포함해 국회, 정당까지 총 122명이 방북한 공동대회를 무리 없이 마쳤다.

"사실 공동연락사무소는 노태우 정부부터 모든 역대 정부가 북측에 제안했어요. 처음 이야기가 나온 게 1990년 제1차 남북 고위급회담에서였으니까요. 남북이 언제든 연락할 수 있는 채널이 필요했던 거죠. 남북관계가 좋든 아니든 소통할 창구가 필요하니까요. 1990년에 한 제안이 2018년에 완성된 겁니다."

김창수 사무처장은 16일 기자들과 만나 공동연락사무소 개소 한 달을 "눈밭을 걸어가는 심정"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북한 관계자들에게도 "눈밭에 발자국을 남기는 심정으로 하자"고 했다. 연락사무소가 걸어가는 한 발자국 한 발자국이 남북 관계의 기준이 되고 선례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그는 잘 알고 있다.

인터넷 사용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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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측사무실전경 남측 사무실 전경 ⓒ 통일부


앞으로 연락사무소의 역할은 무엇일까? 연락사무소는 고위급회담부터 실무회담까지 회담장으로 쓰일 예정이다. 당장 22일 열리는 산림협력분과회담과 이달 하순 보건의료분과회담, 체육회담은 모두 연락사무소에서 열린다.

인터넷 역시 곧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 지금은 인터넷을 사용할 수 없지만 조만간 남북 간에 인터넷 사용을 두고 협의를 한다는 것.

김 사무처장은 "지금까지 상주 인력이 북측에서 인터넷을 사용한 적은 없다. 다만 KT와 협의해보니 기술적으로나 보안 측면에서 문제는 별로 없다고 한다"라며 "빠르면 이번 주나 다음 주까지 KT와 협의를 마치고 북측에 제안할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개성의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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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메뉴 메뉴 ⓒ 통일부


개성 내 있는 공동연락사무소에서 상주하는 남측 관계자는 현재 25여 명이다. 매주 월요일 오전 8시 30분, 군사분계선을 통과하는 이른바 입경 절차를 걸쳐 출근해 매주 금요일 5시 출경 절차를 걸쳐 퇴근한다. 주말과 휴일에도 남측 사무실을 지키는 당직자가 있다.

공동 연락사무소에서 일하는 동안 직원들은 보통 오전 7시 30분에 식당에서 아침을 먹는다. 그 전에 일어난 이들은 숙소 주위를 산책하기도 한다. 안내원 없이 자유롭게 움직인다. 식당은 연락사무소 개보수 때부터 마련된 일명 '함바 식당'을 이용한다. 가까운 시일 내 '현대 아산'이 연락사무소 시설관리를 도맡아 할 예정이다.

매일 오전 9시에는 부소장 주재로 과장급들이 참여하는 일일상황점검회의를 한다. 현재 주 1회 남북 소장이 공동연락사무소에 출근하고 이때 정례회의를 한다.

오전 9시와 오후 3시 30분, 하루에 두 번 남북 연락관이 접촉한다. 12시부터 점심시간이다. 김 사무처장은 "북측은 12시부터 2시까지 점심시간이고 우리는 오후 1시까지"라며 "북측은 점심시간을 굉장히 소중히 생각하는 것 같다"라고 전했다.

오후 시간에는 유동적으로 남북 접촉이 있다. 전화나 무전기를 통해 수시로 연락을 주고 받는다. 업무가 끝난 오후 6시 이후는 직원 개인의 시간이다. 숙소에 돌아가 쉬거나 숙소 1층에 있는 체력단련실에서 운동하는 이들이 있다.

의료시설도 준비되어 있다. 5개 병원이 일주일씩 돌아가며 간호사를 파견해 운영한다. 이곳에는 구급차도 마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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