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와의 기싸움에 지친 부모들을 위한 해답

[서평] 이민규 '표현해야 사랑이다'

등록 2018.10.18 10:09수정 2018.10.18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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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이를 키우면서 여러 권의 육아서를 접했다. 문제 상황을 지적하는 전문가들의 관점이나 그 해결법에 놀라기도 하고, 상투적인 이야기에 책을 덮은 적도 여러 번이다. 그러면서 마음에 닿는 책들은 어려운 육아의 길을 함께 할 동반자로 여기게 된다. 문득 아이들을 대하는 나의 태도가 매정하다 싶을 때면 이러한 책을 꺼내 내 마음을 정화시킨다. 이민규의 <표현해야 사랑이다>는 그 목록에 넣을 만한 책이다.

나름의 삶의 방식이 있어 전문가들이 알려주는 방법들을 실천하고자 해도 그때뿐인 경우가 많다. 마음먹긴 쉽지만 내 삶의 방식으로 받아들여 꾸준하기 어렵다. 나 같이 이러한 부모라면 이 책이 어떨까?


이 책은 보통의 육아서와 좀 다르다. 특별한 육아 비법을 말하는 것도 아니고, 문제 상황의 개선을 위해 부모에게 어떤 기술을 요구하지도 않는다. 그저 누구나 알고 있지만 마음이 닫혀 행동하지 않는 것들의 중요성을 다시금 확인시켜주고 용기내길 당부한다. 육아법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아이와 부모 사이 마음의 고리(감정소통)가 중요함을 이야기한다.

저자 이민규는 30년 동안 심리학을 공부하고 있는 심리학과 교수이다. <1%만 바꿔도 인생이 달라진다>, <끌리는 사람은 1%가 다르다> 등 심리학을 기반으로 한 책들을 꾸준히 출간하는 작가이기도 하다. 고리타분하고 보수적일 거라는 이미지와는 다르게 사람 사이의 관계에 예민하며 섬세한 사람이다. 아들이 10대였을 때 목표를 설정하고 꿈을 찾도록 도와주기 위해 아들에게 보냈던 이메일을 모아 펴낸 <지금 시작해도 괜찮아>, <네 꿈과 행복은 10대에 결정된다>를 보니 더욱 그러하다.

이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why, what, how. 조금 자세히 풀자면 감정소통이 왜 중요한지, 행복한 관계는 무엇이 만들어 내는지, 사랑의 표현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말하고 있다.

감정소통은 왜 중요할까? 작가는 말한다. 인간은 합리적인 존재가 아니라 합리화하는 존재이기에 좋아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판단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고. 상대에게 내가 얼마나 논리적인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나에게 어떠한 감정을 가지고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나 역시 공감한다. 나의 큰 아이에게는 엄마인 내가 절대적 존재이다. 무조건 엄마 편이고 엄마가 한 말이면 무조건 옳다. 이것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다. 엄마이기 때문이고, 사랑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긍정적인 관계는 무엇이 만들까? 우선 문제가 발생하면 그 원인을 자신에게서 찾는다. 그 다음 감정적으로 대응할 것이 아니라 해결책의 범위를 넓혀 다양하게 시도해야 한다.

나 역시 내 자녀의 고치지 못한 작은 습관들이 몇 있다. 이런 저런 노력을 해보다가도 결국엔 감정이 앞서 화내는 엄마가 되고 만다. 쳇바퀴 도는 상황에서 답답할 때가 빈번하다. 고쳐야한다 마음먹으면 더욱 그렇다. 정작 나는 얼마나 많은 시도를 했을까. 내가문제는 아닐지라도 결국 해결책은 나에게 있음을 다시금 생각해 본다.

그렇다면 사랑의 표현은 어떻게 할까? 작은 표현부터 지금 시작한다. 물론 쉽지 않기에 방법을 제시한다. 삶의 순간순간 멈춰 서서 자신이 원하는 미래를 그려본다(stop&think). 사춘기인 아이가 고민이 생겼을 때 가장 먼저 털어놓는 사람이 나라면, 함께 살지 않는 자녀들이 가끔 나와 함께 식사하러 기꺼이 찾아온다면... 생각만 해도 흐뭇하다. 그 미래를 위해서라면 작은 일쯤 당장 할 수 있지 않을까하고 작가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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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해야 사랑이다> ⓒ 끌리는책

 
이 책은 작가가 했던 부모 교육 강의 내용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책이다. 강의 내용을 책으로 만들어주면 좋겠다는 학부모도 있었고, 관계와 소통의 원리를 회사 임직원을 대상으로 다시 강의해달라는 요구도 있었다하니 강의가 꽤나 좋았던 모양이다.

강의를 우리가 실제 들을 수는 없지만 이 책은 강연을 하듯 구어체를 사용하여 한 편의 재미있는 강의를 듣는 듯하다. 각 챕터는 대여섯 장으로 이루어져 읽는 부담이 적고, 작가가 경험하였던 적절하고 흥미로운 사례들이 곳곳에 배치되어 책을 멀리하던 독자도 쉽게 읽을 수 있다.

처음에는 독자층이 좁은 책이라 생각했는데 막상 읽고 보니 실천법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자녀를 대하는, 혹은 타인을 대하는 우리의 마음가짐과 삶의 자세를 이야기하는 책이기에 어떤 세대가 보아도 무방함을 알겠다. 작가는 또한 우리에게 관계의 지혜를 알려준다.
 
소설이든 영화든 감동을 주는 작품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독자나 관객의 예상을 깬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누군가를 감동시키는 것은 의외로 쉬울 수 있습니다. 상대방의 기대치를 위반해서 예상을 깨는 것입니다. 상대방을 놀라게 하는 것입니다. (p.148)
 
이것은 상대방에게 부탁을 받았을 때 상대방의 기대치, 그러니까 상대가 나에게 원했던 것만을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작은 일을 추가함으로써 상대를 감동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작은 노력만으로도 상대방이 나에게 긍정적인 감정을 갖게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는 부모와 자녀 관계 뿐 아니라 많은 인간관계에 해당되는 것이리라.
 
상담을 하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자녀와 기 싸움을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는 분들을 만납니다. 그분들을 통해 얻은 결론은 바로 이것입니다. 자식과의 기 싸움은 이기든 지든 얻는 게 없다는 것입니다. 그 이유는 기 싸움에서 이기면 자식이 기죽거나 엇나가고, 지면 부모가 체통을 잃기 때문입니다. (p.244)
 
부모라면 자주 겪게 되는 상황이다. 아이와 나는 평등한 관계임을 알지만 일방적으로 돌봐주어야 하는 상황에서 순간순간 내가 우위에 있기에 아이는 내 말을 들어야 한다고 강제하는 경우가 생긴다. 순간 기 싸움임을 직감해도 끝까지 밀어붙여 아이는 결국 내 뜻에 따르지만 뭔지 모를 억울함에 엄마 품에서 서럽게 우는 이런 때, 그 찜찜함이 무엇일까 싶었는데 기 싸움은 그럴 수밖에 없던 것이다. 이런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는 눈과 마음을 키우기로 마음먹는다.

살아보니 삶이란 것이 아무리 혼자서 무언가를 잘 해 보려고 노력해도 결국 관계의 문제를 떠날 수 없다. 내 존재의 의미도 결국엔 타인으로부터 확인받고 인정받는 것임을 느낀다. 그것이 자녀이든 동료이든 친구이든 관계 속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통해서 해답까지는 아닐지라도 실마리는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서문에서 작가는 말한다, 작은 일이라도 책의 내용을 실천하여 이 책의 공동 저자가 되어 달라고. 우리 함께 저자가 되어 보자.

표현해야 사랑이다 - 심리학자의 부모공부

이민규 지음,
끌리는책, 2017


#이민규 #표현 #사랑 #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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