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례와 친일경찰, MBC 방문진 국감에 왜 등장?

[2018 국감-과방위] 'MBC 최승호' 향한 한국당의 무차별 공세... 이철희, "본말전도" 일침

등록 2018.10.18 16:25수정 2018.10.18 16:38
1
원고료로 응원
'국민의례' : 국가나 공공단체의 회의나 행사에서 제일 먼저 행하는 국민적 의례. 국기에 대한 경례, 애국가 제창, 순국선열에 대한 묵념 등의 순서로 진행된다.

'노덕술' : 일제강점기의 고등계 형사·친일파. 독립지사를 검거하고 고문하는 등 악명을 떨쳤다. 해방 이후에도 수도경찰청 수사과장을 지내며 좌익분자 검거 등에 앞장섰다.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에 체포된 적도 있으나 이승만 대통령의 비호로 석방돼 육군본부 헌병대장 등을 지냈다.


1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 때 등장한 단어들이다.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아래 방문진) 등을 대상으로 한 국감 현장이었다. 언뜻 국감 대상과 무관해 보이는 단어들이 등장한 까닭은 하나였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시작된 MBC 정상화 과정, 이명박 정부 당시 해고됐다가 지난해 복직한 최승호 현 MBC 사장에 대한 자유한국당의 공세 때문이었다.
 
a

질의하는 윤상직 의원 윤상직 자유한국당 의원이 18일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문화진흥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 남소연

  
국민의례 문제를 제기한 건 윤상직 자유한국당 의원(부산 기장)이었다. 그는 2018년 MBC 시무식 당시 국민의례를 진행하지 않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먼저 "(김상균) 이사장도 MBC 근무하시지 않았나, 시무식 할 때 국기에 대한 경례하고 애국가 제창도 하지 않나"라고 물었다. 김상균 방문진 이사장이 이에 "(MBC 근무가) 10년 전 일이라 잘 기억나지 않는다"라고 답하자 "10년 전 일인데 기억 안 난다? 문제가 있다"라면서 다음과 같이 물었다.

"MBC는 공영방송이죠? 그렇다면 조선인민주주의공화국(북한)의 공영방송인가. 대한민국의 공영방송인가."

"MBC는 조선인민주주의공화국 공영방송인가?" 
     
김 이사장은 "굳이 답변 안 드리겠다, 의원이 잘 아시면서 질문하신 것 같아서다"라고 답했다. 윤 의원이 "그렇게 답하실 것인가"라고 답변 태도를 문제 삼았다. 김 이사장이 마지 못해 "대한민국의 공영방송이다"라고 답하자 올해 MBC 시무식을 촬영한 사진을 제시했다. "북한의 공영방송인가, 대한민국의 공영방송인가"라는 질문은 해당 시무식 사진에 '태극기가 없다'는 지적을 하기 위한 '장치'였던 것이다.

윤상직 : "이러고도 공영방송이라고 할 수 있나. 심각하지 않나."
김상균 : "경위를 알아보고 싶다."
윤상직 : "동영상을 확보해서 (태극기 존재 여부를) 확인하려 하니, (MBC에서) 없단다. 이 사진을 보면 카메라가 있는데 위증까지 한 것이다. 심각하다. MBC는 공영방송이 아닌 것 같다."


"공영방송이라면 시무식 때 국민의례를 꼭 해야 한다"는 논리였다. 김 이사장은 "경위를 알아보겠다"라고 재차 답했다. 그러나 윤 의원은 "시무식에 태극기가 없는 건 매우 심각한 일" "공영방송이라고 하지 않나, 그런데 어느 공공기관이나 정부기관 시무식 땐 태극기가 있다"라고 질타했다.


윤 의원은 최근 MBC의 경영적자 상황을 거론하면서는 보다 명확하게 '타깃'을 밝혔다. 그는 "(여의도 사옥 매각) 부동산개발 사업을 했는데도 순이익이 안 나오는 상황이다, 이쯤 되면 (최승호) 사장 교체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경영 적자 상황을 거론하면서 최승호 사장을 저격한 한국당 의원은 그만이 아니었다. 박성중 의원(서울 서초을)은 "메인뉴스 시청률은 반토막 나고 광고수익은 추락해 올해만 1700억 원의 적자가 예상된다"라며 "최승호 사장을 자진사퇴시킬 의향이 없느냐"라고 따져 물었다.
 
a

국감 출석한 김상균 이사장 김상균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18일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문화진흥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남소연

  
김 이사장은 "(최 사장이) 선임된 지 1년 안 된 걸로 안다, 의원께서 지적한 여러 미비점 등은 시간을 두고 봐야 하지 않나 하는 것이 개인 생각"이라고 답했다. 박 의원이 거듭 "(최 사장 취임 이후 회사 분위기가) 양분됐고 경영도 최악이다, 이런 분을 자진 사퇴시킬 의향이 없냐"라고 재차 물었을 때도 김 위원장은 "지난 7월 전임 이사들이 최 사장 해임건의안을 냈지만 기각 됐다"라면서 사실상 거절했다.

박 의원은 결국 "더 이상 묻지 않겠다, (김 이사장도) 심각성을 이해한다는 것이지?"라고 한 발 물러섰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개인적으론 의원님의 견해와 다른 점도 있지만 이 자리가 개인의 견해를 말하는 자리가 아니라서 말하지 않겠다"라고 답했다.

2018년 공채 시험문제 두고 '사상검증용' 주장도

황당한 질의도 있었다. 2018년 MBC 신입사원 공개채용 시험문제에 대한 질의였다. 송희경 한국당 의원(비례)은 당시 공채 시험문제 중 객관식으로 출제된 '북한 선군정치의 의미는?' 문제와 논술 문제로 출제됐던 평창 동계올림픽 남북 단일팀 논란과 관련 "'평화' 혹은 '공정성'에 관한 본인의 생각을 드러나도록 하라"는 문제를 "사상검증용 아니냐"라고 질문했다.
 
a

참고인 출석한 이순임 MBC 공정노조위원장 이순임 MBC 공정노조위원장(왼쪽)과 김세의 전 MBC 기자(현 가로세로연구소 대표)가 18일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문화진흥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 남소연

이는 현재 최승호 사장 사퇴를 주장하고 있는 이순임 MBC 공정노조위원장의 주장이기도 하다. 이 위원장은 공채 시험 직후 해당 시험지를 사내 인트라넷에 올리면서 "상상도 할 수 없는 이념적인 문제"라고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이에 대해 MBC 사측은 이 위원장을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발한 상태다.

이에 대해 송 의원은 "본인의 생각을 드러낸다는 건 방송사가 할 일이 아니다, 방송사는 팩트 중심으로 말해야 하고 공평하게 논평해야 한다, 그게 저널리스트의 본연의 임무"라며 "본인의 생각을 드러낸다는 건 본인의 사상을 검증하는 것 아니냐"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송 의원과 이 위원장의 주장은 대개 언론사 입사시험이 전반적인 시사상식을 다루는 객관식과 본인의 생각을 드러내는 논술 등으로 구성된 점을 감안할 때 '논리적 비약'일 수밖에 없다.

김 이사장도 "'본인의 생각을 드러내라'고 하는 것에 오해의 소지는 있을 수 있지만 사상검증용으로 냈다고 생각할 수 없다, 제가 MBC에서 근무해봐서 안다"라며 "그런 의도(사상검증)를 갖고 문제를 출제했다면 그 사람은 무사하지 못할 것"이라고 답했다.

한국당은 자료제출 요구를 통해서도 현 최승호 사장 체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드러냈다. 박대출 의원(경남 진주갑)은 전날(17일) MBC <뉴스데스크>에서 보도한 국회의원 정책개발비 사용실태 기획기사와 관련, <뉴스타파> 기자가 리포팅에 나선 것을 두고 문제 삼았다.

그는 특히 "(리포트한) 다른 회사가 최승호 사장이 복직 전 다니던 회사다, 유착인지 특혜인지, MBC는 국민의 전파인데 사장이 사유하는 것인지 납득할 수 없다"라며 "이 기획취재와 관련한 취재비를 포함한 총 소요경비와 참여 인력 현황 등 관련 자료 일체를 제출해달라"라고 요구했다.

다만, 박 의원의 주장은 전날 보도된 '국회의원 정책개발비 사용실태' 기획기사가 두 회사의 공동 취재·보도 결과물인 점은 감안하지 않은 것이었다. MBC와 <뉴스타파>는 지난 8월에도 '국제 해적 학술단체 보도' 공동 취재·보도로 민주언론시민연합으로부터 '7월의 좋은 보도상'을 받은 바 있다.

무엇보다 관련 취재·보도를 한 MBC보도국 탐사기획팀의 백승우 기자는 이날 자사 라디오 <심인보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자료가 공개된 그 역사를 들여다보면 1년 반쯤 됐다, 시민단체 '세금도둑잡아라'와 <뉴스타파>가 함께 정보공개 청구를 하면서 소송으로 이어졌는데 국회사무처가 대법원 상고를 포기하면서 자료를 볼 수 있게 됐다, 그 참에 MBC 탐사기획팀이 (정보공개를) 신청했다"라고 전후 과정을 설명한 바 있다.

"지금 원인과 결과를 혼동하는 것 같다, 불 지른 사람이 소방관 자처해"

여당 의원들은 이러한 한국당의 공세를 비판했다.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안양만안)은 김 이사장을 향해 "MBC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무너진 대표적인 방송사"라며 "(한국당의 주장에) 정상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분명하게 말하셔야 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같은 당 이철희 의원(비례)은 '노덕술'을 거론하며 한국당 측의 공세를 '본말전도'라고 일침을 날렸다.

"이사장님. 노덕술 이름 들어보셨을 것이다. 독립운동가 탄압했던 사람이 해방 이후에도 독립운동한 사람을 또 잡았다. 지금 (한국당 의원들이) 원인과 결과를 혼동하고 있는 것 같다. MBC가 왜 망가졌나? (경영 적자 등의 질타는) 불 지른 사람이 소방관을 자처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는 그러면서 "방송 독립성이 훼손되어 정권 하수인이 됐기 때문에 '1등 MBC'가 '골병 MBC'가 됐다고 생각한다, 최승호 사장이 청와대나 권력층의 전화를 받아 보도에 개입한 사례가 있나"라고 물었다. 김 이사장은 "제가 알고 있는 범위에선 MBC 분위기나 구조상 그럴 수 없다고 본다"라고 답했다.
#MBC #최승호 사장 #국정감사 #자유한국당 #방송독립성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아니, 소파가 왜 강가에... 섬진강 갔다 놀랐습니다
  2. 2 "일본정치가 큰 위험에 빠질 것 우려해..." 역대급 내부고발
  3. 3 시속 370km, 한국형 고속철도... '전국 2시간 생활권' 곧 온다
  4. 4 두 번의 기회 날린 윤 대통령, 독일 총리는 정반대로 했다
  5. 5 '김건희 비선' 의혹, 왜 자꾸 나오나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