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세력 포용? '갈팡질팡' 김병준·전원책

[주장] 혁신 기대했지만... 한국당 인적쇄신 - 보수통합 행보는 '물음표'

등록 2018.10.19 11:16수정 2018.10.19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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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 합류한 전원책-강성주-이진곤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이 11일 국회에서 조직강화특별위원회(조강특위) 외부위원에 내정된 전원책 변호사와 강성주 전 포항 MBC 사장(오른쪽에서 두 번째), 이진곤 전 국민일보 논설고문(맨 오른쪽) 등과 함께 인사하고 있다. ⓒ 남소연

"유럽 민주주의 과정을 보면 극우는 민주주의의 적입니다. 그러니까 우파가 극우랑 단결해서 좌파랑 싸우는 것이 아니라 좌우 개념은 민주주의 안에 있는 개념이고 극우는 민주주의 밖에 있는 겁니다.

그래서 극우가 세를 엄청나게 확장을 하면 오히려 우파는 좌파랑 힘을 합쳐서 극우랑 싸웁니다. 때문에 태극기부대는 명백히 박근혜 탄핵을 한 헌법재판소를 없애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건 헌법의 기능을 인정 못하겠다고 한 입장이기 때문에 헌법 밖에 있는 존재들입니다. 그래서 한국당이 태극기부대랑 함께 하겠다는 것은 민주주의 안에서 정치를 하지 않겠다는 반민주주의 선언이죠."


자유한국당 내에서 제기되고 있는, 태극기부대를 포함한 보수대통합 주장에 대해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의 입장은 아주 단호했다. 하 의원은 18일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태극기부대를 '극우세력'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태극기부대를 끌어안으려는 한국당을 강한 톤으로 비판했다. 세 불리기에 급급한 나머지 '반동주의'로 회귀할 조짐을 보이는 정당과 어떻게 통합할 수 있느냐는 주장이다.

하 의원의 일갈처럼 최근 한국당 내부의 분위기는 심상치 않아 보인다. 문재인 정부에 맞서기 위해서는 보수세력을 통합시켜야 한다는 기류가 엿보인다는 점이다. 시대흐름에 역행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태극기부대를 껴안자는 주장이 그 단적인 예다.

관련해 눈여겨봐야 할 것은 한국당의 '투톱'인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과 조직강화특별위원으로 위촉된 전원책 변호사의 행보다. 김 위원장은 최근 범보수진영의 대권 잠룡들과 잇따라 접촉하며 눈길을 끌고 있다.

'하청에 재하청을 줬다'는 일각의 비판에도 인적쇄신의 칼자루를 전 변호사에게 넘겨준 김 위원장은 당 개혁과 인적청산보다 인재영입과 세력 확장에 더 주력하는 듯한 모습이다. 지난주 황교안 전 총리를 만난 데 이어 18일에는 원희룡 제주지사와 회동했다. 중량감 있는 외부인사를 영입해 보수대통합의 물꼬를 터보려는 의중으로 풀이된다. 

이런 김 위원장을 바라보는 외부의 시선은 여전히 '물음표'인 듯하다. 김병준 비대위는 최순실 국정농단과 박근혜 탄핵, 대선과 지방선거 참패로 침몰하던 한국당을 일으켜 세워야 하는 소임을 안고 지난 7월 출범했다. 그러나 김병준 비대위에 대한 당 안팎의 평가가 그리 밝지만은 않다. 인적청산은 말할 것도 없고 이념과 노선의 재정립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적청산의 특명을 받고 등장한 전 변호사도 마찬가지다. 전 변호사가 한국당의 인적쇄신을 위한 조강특위 위원으로 영입되자 세간의 관심이 온통 그에게 집중됐다. 물불 안 가리는 성격과 소신으로 유명세를 타던 전 변호사라면 지리멸렬하던 한국당의 인적쇄신을 과감하게 추진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감에서였다.  

그러나 새바람을 불러모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전 변호사가 '오락가락'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어느날은 "욕을 먹더라도 칼자루가 있으니 할 일을 할 것"이라며 전의를 불사르는가 싶더니, 또 어느날은 "가장 좋은 쇄신은 한 분도 쳐내지 않고 면모를 일신하는 것"이라며 결이 달라보이는 말을 내놓는다. "면모 일신이 안 되면 다른 분 위해 자리를 비워줘야 한다"며 김무성 의원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하더니, 며칠 뒤엔 "대선주자급으로 분류되는 분들에게 함부로 칼을 들이대선 안 된다"고 말했다.

세간에서는 전 변호사의 이같은 갈팡질팡 언행에 대해 이상과 현실이 충돌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정치적 파장을 고려하지 못한 발언을 뒤늦게 수습하고 있다는 뜻으로, 정치 경험이 없는 전 변호사의 의욕과 과신이 이 같은 상황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의원은 지난 12일 YTN라디오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전원책 변호사를 두고 "과거의 입장, 말과 다른 변화된 언어들을 지금 쓰고 있다"라면서 "벌서 현실에 적응해가고 있는 것 아니냐"라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전 변호사는 조강특위에 합류한 직후 내뱉은 자신의 발언이 잇따라 논란이 되자 인적쇄신과 관련해 발언의 수위를 조절하고 있다.

보수대통합·인적쇄신 외치지만 "어떤 방향으로 가겠다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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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문 앞에 모인 태극기 부대 지난 7월 7일 오후 2시, 서울 대한문 앞에 700여 명의 태극기 부대가 모였다. 이들은 남북정상회담 반대, 좌파 사회주의 개헌 반대, 동성애 합법화 반대 등을 요구했다. ⓒ 곽우신

주목할 것은 태극기부대 발언이 이런 가운데 나왔다는 사실이다. 전 변호사는 최근 "태극기부대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가장 열렬한 지지자로 극우라는 표현을 써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 탄핵에 반대했던 태극기부대는 합리적 보수와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하 의원의 지적처럼 그들은 헌재의 탄핵 인용을 정면으로 부정하고 있을 뿐 아니라, 극도의 폭력성과 이념적 편향성으로 비판을 받고 있는 상태다. 태극기부대의 극우적 행태는 심지어 보수진영 내부에서도 갑론을박이 뜨겁다. 

그러나 전 변호사는 태극기부대는 극우가 아니라며 이들을 통합의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말한다. 추락할대로 추락한 한국당의 인적쇄신을 책임지고 있는 당사자의 입에서 나왔다고 믿기 힘든 발언을 한 셈이다. 전 변호사의 인식은 탄핵 사태 이후 한국당이 입이 닳도록 외쳐왔던 보수 혁신은 물론이고 김병준 비대위가 출범하며 내세웠던 '자유·민주·공정·포용'의 4대 원칙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바른미래당의 반발과 거부에도 불구하고 한국당은 왜 보수대통합의 군불을 지피는 걸까. 보수세력의 통합 없이는 문재인 정부의 독주를 막아낼 재간이 없다고 판단한 것 아닐까. 김 위원장이 범보수진영의 유력인사 영입을 위해 공을 들이고 있는 것도, 전 변호사가 태극기부대와 함께할 수 있다고 공공연하게 밝히고 있는 것도 결국은 같은 맥락이다. 세를 규합해 몸집을 최대한 부풀리겠다는 심산이다. 

그렇다면 한국당의 몸집 불리기는 과연 얼마만큼 성과를 낼 수 있을까. 안타깝게도 전망이 그리 밝아 보이지는 않는다. 진단과 처방 모두가 잘못돼 있기 때문이다. 무너진 보수의 경쟁력은 어중이떠중이식 묻지마 '통합'이 아니라 등 돌린 합리적 보수층과 중도층을 납득시킬 수 있는 뼈저린 반성과 성찰, 인적청산 등을 수반한 강력한 '구조조정'에서 나온다. 그러나 한국당은 그와는 정반대의 길로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상황에서 국정농단과 박근혜 탄핵의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황 전 총리가 소환되고, '오세훈·원희룡·홍준표·김무성' 등 과거의 이름들이 언론에 오르내린다. 심지어 한국당은 여론의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는 태극기부대에게까지 문을 개방할 가능성이 보인다. 한국당의 추락을 견인한 세력들과 단호히 결별해도 될동말동할 터에 오히려 다시 뭉치자며 슬며시 멍석을 깔고 있는 것이다. 

"자유한국당 조강특위의 인적 쇄신은 내가 볼 때는 '종쳤다'는 이야기를 자꾸 하고 싶다."

"저도 잘 갈피를 못 잡겠다. 어떤 방향으로 가겠다는 건지. 좌우로 왔다갔다하는 느낌이 들고."

"(조강특위 위원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 안 되는 자리다. 칼을 휘둘러야 하는데, 말을 아끼고 조용히 있어야 무서운 거다. 말을 많이 하면 안 무섭다. 그리고 말을 많이 하는 게 정치행위가 돼버린다. 저 사람도 정치하는구나, 이렇게 생각되면 힘이 빠진다."

"(전원책 위원의 태극기 세력 언급에 대해) 그런 면에서는 퇴행적이다. 그리고 또, 경제민주화 이게 잘못됐다. 이게 잘못의 출발이다, 이렇게."


17일 tbs '색다른 시선, 김종배입니다'에 출연한 정두언 전 한나라당 의원의 말이다. 정 전 의원의 일침은 앞서 태극기세력을 품으려는 한국당의 행태를 '반민주주의 선언'이라 규정한 하 의원의 평가와 궤를 같이 한다. 

보수대통합의 부푼 꿈에 젖어있는 제1야당이 직면하고 있는 현실이 대게 이렇다.  과거의 동지로부터 신랄하게 비판받고 있는가 하면, 일반 시민들 사이에서는 '도로 새누리당', '도로 박근혜당'이라는 지적까지 나온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기자의 블로그 '바람 부는 언덕에서 세상을 만나다'에도 실렸습니다.
#전원책 조강특위 위원 #한국당 보수대통합 #김병준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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