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이 띄운 통일 재단, '통일' 맞나

설립 3년만에 자산 3107억원, 지출 적정성 논란... 재단 "설립 목적 오해"

등록 2018.10.22 07:55수정 2018.10.22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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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5년 7월 8일 <조선일보>에 실린 '통일과 나눔펀드' 출범식 기사 ⓒ 정대희

 
[기사보강: 22일 낮 12시]

<조선일보>가 모금 운동을 펼쳤던 '통일과나눔 펀드'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번엔 <조선일보>가 대대적인 캠페인을 벌여서가 아니다. '통일과나눔 펀드'가 설립 목적과 다르게 예산을 지출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와서다.

한 장의 사진이 띄운 '통일과나눔 펀드'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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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24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유한 게시물. ⓒ 조국 페이스북

 
시작은 지난 2014년 <조선일보>의 특별기획 '통일이 미래다'가 최근 누리꾼 사이에서 다시 화제가 되면서부터다. 연재물 제목만 따로 모은 사진이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 널리 퍼졌다. 누리꾼들은 박근혜 정부 때 '통일'을 이야기하던 <조선일보>가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논조가 달라졌다며, 이 사진을 퍼날랐다([관련 기사] 조국과 박주민도 공유한 '조선일보 디스')

방송도 힘을 보탰다. 지난 7일 방송된 KBS <저널리즘 토크쇼 J>는 '조선일보,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 통일보도'를 통해 지난 2015년 설립된 재단법인 통일과나눔을 조명했다. 이 프로그램은 "조선일보가 2014년 첫 신년 기획 보도 이후에 다음 5월에 '통일과나눔'이라는 기부금 모금 단체를 설립했다"라며 "(하지만) 이 재단의 존재 이유라는 것은 대북 직접 지원인데, (예산) 항목 가운데서 대북 직접 지원에 쓰인 돈이 전혀 없다"라고 했다. 

이튿날(8일)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방송에 출연해 통일과나눔 재단을 대화의 주제로 끄집어냈다. TBS <장윤선의 이슈파이터>에 나온 송 의원은 "통일항아리 어디에 썼냐? 옛날에 평화의 댐 모금 어따 썼냐? 논란이 있었는데, 조선일보도 약 3200억인가요? 모금했는데, 지금 어디에 쓰고 있는 것인지"라며 "여러 가지 통일 관련 사업에 썼다고 되어 있는데, 이게 미르재단, K스포츠재단과 어떤 차이인지 한번 봐야 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이게 끝이 아니다. 국정감사 현장에서도 통일과나눔 재단이 거론됐다. 지난 1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세청 국정감사에서도 재단의 운영 실태를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날 유승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박근혜 정부 '통일 대박' 기조하에 설립된 통일과나눔 재단이 출범 당시 설립 목적과 달리 대북 직접 사업에는 지출이 없었다"라고 말했다. 

통일과나눔 재단 3107억원 어디에 썼나 살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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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과 나눔 재단 홈페이지 갈무리 ⓒ 정대희

 
그렇다면 통일과나눔 재단에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오마이뉴스>는 우선 '2016~2018년 연차보고서'와 국세청 '공익법인 결산서류 등의 공시'를 입수해, 설립목적에 맞게 운영되는지를 살펴봤다.


우선 재단의 지난 2017년말 기준 자산 총액은 3107억 3264만 원이다. 규모로만 따지면 사회복지공동모금(약 5990억 원)에 이어 공익법인 2위에 해당한다. 대기업이 보유한 165개 공익법인의 평균 자산규모 1229억 원보다 많다. 

지난 2년간(2016~2017년) 재단 수입으로 잡힌 금액은 3053억 1395만 원이었다. 내역별로는 ▲통일나눔펀드가 2956억 502만 원으로 가장 높았으며 뒤이어 ▲지정기탁금 27억 5599만 원 ▲이자 및 기타수입 4억 7807만 원 ▲경원선 침목나눔 4억 2204만 원 ▲ 이자 및 기타 수입 2억 9587만 원 등이다.

배당금 수입도 있었다. 재단의 2017년 재무보고에 따르면, 60억 1536만 원이 '주식 배당금 수입'이었다. 재단쪽은 2017~2018년 배당금 수익은 "총 120억 원"이라고 했다. 지난 2015년 이준용 대림산업 명예회장으로부터 기부를 받은 대림코퍼레이션 주식 343만 7348주로부터 나온 배당금이었다. 재단이 지난 2016년 국세청에 신고한 이 주식의 현금 가치는 2868억 1231만 원이다. 

지출은 2년간(2016~2017년) 모두 24억 8251만 원이었다. 사업별로는 ▲통일공감대 형성이 5억 1363만 원으로 가장 높았다. 이어 ▲글로벌통일 역량강화 4억 9244만 원 ▲탈북민 지원 4억 8116만 원 ▲통일학술연구 3억 7554만 원 ▲기타 통일관련 자유주제 2억 186만 원 ▲통일교육 1억 9782만 원 ▲남북동질성 회복 9813만 원 ▲신영균 장학기금 9661만 원 ▲사업 관리비 2532만 원 순이었다. 

작년에 재단에서 지원한 단체들의 사업내용을 살펴봤다. 먼저, '사단법인 우리온'은 지원금으로 탈북민들에게 정착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어플리케이션(APP)을 개발했다. '사단법인 세이브 NK'는 탈북청소년들이 만드는 방송 사업을 진행했다.

북한 정치범 수용소 출신자들이 만든 단체도 포함돼 있다. 'NK WATCH'는 2017년 지원사업 선정 후 남북 청년들로 구성된 한울림밴드를 구성해 음원을 제작, 유튜브에 유통했다. '사단법인 물망초'에서는 남북청년 글쓰기 교실을 열었고, 이들 단체는 올해도 통일과 나눔 재단에 똑같은 사업으로 선정됐다.  

이밖에도 탈북민 창업활성화포럼이나 탈북청소년을 위한 학습 교재 개발, 탈북민 강연회, 6.25 전쟁 당시의 흥남철수작전 관련 강의 및 상영회, 탈북민 관련 유튜브 콘텐츠 제작 등의 사업을 진행했다. 또 지난 2016년에는 북한 전쟁 고아들을 주제로 하는 영화도 선정해, 재단에서 직접 제작을 지원하기도 했다.

대체로 재단의 지출 내용을 보면, 대북 직접 지원보다는 간접 지원이 대부분이었다. 또 지원 받은 단체들 역시 탈북민과 북한인권 등에 관심을 둔 곳이 많았다. 이를두고 정치권 등에선 "당초 설립 목적과 다르게 예산이 지출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재단 측은 "그동안 북한관련 해외 학술연구단체 등에게도 지원해왔다"면서 "통일 교육과 글로벌 역량 강화를 위해서도 다른 단체보다 지원을 많이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부분 탈북민과 북한인권 관련 단체에게 집중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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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3일자 <조선일보>에 실린 통일과 나눔 지원단체 발대식 기사 갈무리. 이날 홍준호 조선일보 발행인은 행사에 참석해 기념사진을 찍었다. ⓒ 정대희

   
하지만 통일과나눔 재단쪽에선 "재단 설립 목적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전병길 재단 사무국장은 최근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재단을 둘러싸고 불거진 여러 의혹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전 사무국장은 "최근 몇몇 언론에서 재단의 설립목적을 대북 인도적 지원으로만 초점을 맞추어 보도했다"면서 "(재단의) 설립 목적에 대한 일방적 판단"이라고 했다. 이어 "현재 대북지원 사업은 큰 변화를 겪고 있다"라며 "북한은 과거와 같은 인도적 지원에 호의적이지 않다, 그리고 대북제재 등으로 인해 국제지원 단체들도 대북지원 규모를 줄이거나 평양 주재 사무소를 폐쇄하는 경우가 최근 몇 년 사이 발생하고 있다"라고 그는 말했다. 

재단의 자산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이준용 회장의 주식 처분에 대해선 "처분 여부를 고민중"이라고 밝혔다. 전 사무국장은 "현행법상 이 회장의 주식에 대해 (재단쪽에서) 약 600억 원가량 세금을 내야 한다"라며 "세금을 낼지 아니면 처분할지 내부에서 다양한 각도로 고민 중이며, 이사회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재단과 <조선일보>와의 관계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다"라고 했다. <조선일보>가 재단 출범에 앞서 초기에 역할을 한 것은 맞지만, 서로 MOU(양해각서)를 체결한 파트너십 관계라는 것. 그는 "재단의 의결권을 가진 이사회에도 <조선일보>와 관련된 사람은 없다"면서 "이사장도 15년 전에 <조선일보>를 떠난 사람"이라고 했다. 

하지만 전 사무국장의 주장과 달리, 재단을 여전히 <조선일보>와 긴밀한 관계로 바라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조선일보>가 그동안 꾸준히 통일과나눔 펀드와 관련한 뉴스를 쏟아냈기 때문이다. 실제로 <조선일보> 홈페이지에서 통일과나눔 펀드를 검색하면 1766건의 뉴스가 검색된다.

또 지난 7월 2일 열린 '2018년 통일나눔 지원사업 선정 단체 발대식'에는 홍준호 조선일보 발행인이 참석하기도 했다. 안병훈 재단 이사장은 <조선일보>기자 출신으로 부사장까지 지낸 인물이다. 박근혜 정부 당시 친박계 원로 7인회에 속했던 사람으로 알려져있다. 

재단 "북한, 인도적 지원에 호의적이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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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공무원노동조합 산청군지부와 송파구지부 자유게시판에 올라온 통일과 나눔 재단 관련 글과 <조선일보>에 실린 기사 ⓒ 정대희

  
이밖에 재단을 둘러싸고 '관제 펀드' 논란도 불거졌다. 이미 지난 2015년 재단 출범당시 공공기관과 지자체, 기업이 반강제로 재단에 가입한 의혹들이 불거졌었다.

지난 2015년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산청군지부 누리집 자유게시판에는 "아무리 공무원이 XX라고 해도 절 모르고 시주하라코"라며 통일과나눔 재단 가입과 관련한 공문 내용이 올라왔었다. 해당 글에는 "제발 자율이라면서 담당 부서에서 무리하게 독려하지 맙시다. 국가기관도 아닌 통일펀드를 왜 우리들이 반강제로 들어야 합니까", "우리 과는 '공산당'이라는 말도 나왔다"라는 댓글이 달렸다.  

서울지역본부 송파구지부의 누리집에도 같은 취지의 글이 올라왔다. 이같은 글이 올라온 지난 2015년 9월, <조선일보>는 산청군 공무원 488명과 송파구청 구청장과 직원 373명이 통일과나눔펀드에 기부를 약정했다는 기사를 실었다. 

전 사무국장은 "재단은 강제로 모금을 한 적이 없다"라며 "지금도 간혹 개인적인 이유로 반환을 요구하는 때도 있는데, 강제적으로 참여해서 반환을 요구한 적은 없다"라고 말했다.

사진 한 장에서 비롯된 통일과나눔 재단을 향한 누리꾼의 관심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지난 5월, 청와대 국민청원 및 제안에 '조선일보가 만든 통일나눔재단의 세무조사를 청원합니다'라는 글도 올라왔다. 

청원인 'naver_***'는 "지난 정부 때 '통일은 대박이다'에 편승해서 조선일보가 통일나눔재단을 만들었고, 제가 있던 회사 임원들은 월급에서 자동이체를 의무적으로 해야만 했을 정도"라며 "통일은 대박을 외치면서 만들어진 조선일보의 통일나눔재단이 대체 무슨 일을 하고 있으며 그 많은 돈들을 적법한 곳에 쓰고 있는지 의문이 듭니다"라고 청원을 신청했다. 
 
#통일과 나눔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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