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저격수' 박용진, 그의 다음 타깃은

[주장] 사립유치원 비리 백태 폭로한 박용진 의원을 응원한다

등록 2018.10.19 21:18수정 2018.10.19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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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수정 작가의 페이스북글을 필자 동의를 얻어 '오마이뉴스'에 게재합니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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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점거한 유치원 원장들... 설득하는 박용진 의원 지난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박용진 의원이 주최한 유치원 비리근절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반대하는 유치원 관계자들이 단상을 점거하고 구호를 외치자 박 의원이 대화하자며 이들을 설득하고 있다. ⓒ 남소연

 
내가 한국에 머무는 열흘간 가장 뜨거운 이슈는 '사립유치원 비리'였다. 이 사안을 터뜨린 사람이 박용진이 아니었다면, 사실 별 관심없을 뻔했다.

국민연금 6000억~7000억 원을 털어먹은 대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통 큰 관용을 베풀고 또 다른 크고 작은 재벌들에게 비슷한 선처의 미덕을 발휘하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새삼 나랏돈을 허투루 쓴 한 집단을 꾸짖는다는 것은 재수없게 걸려 대표로 매 맞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참여연대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삼성물산의 대주주인 국민연금이 입은 손해액을 6000억원가량으로 추산했다. - 편집자 주).

사립대 학교법인들이 쌓아가고 있는 엄청난 부는 또 어떤가? 제멋대로 등록금은 올리고, 여전히 국고보조금은 그대로 받아 곳간에 쌓으며, 강사 처우는 바닥인 이 나라의 대표적 '날강도'들인 사립대 말이다.

부를 축적하는 교육기관, 그 자체로 모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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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에서 열린 한국유치원총연합회 비상대책위원회 기자회견에서 이덕선 비대위원장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교육기관이 부를 축적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모순이라고 본다. 국가는 민간과 교육이라는 공적인 사명을 나눠 질 수 있지만, 국고가 지원되는 교육기관이 교육시설을 사욕을 채우는 수단으로 사용하도록 방치해서는 안 될 의무가 있다. 지원은 하면서, 교육기관으로서의 성실한 의무를 다 하는지 점검하지 않은 죄가 국가에 있으며, 궁극적 원죄는 사기 치지 않고 살면 바보되는 사회를 조장해온 썩은 사법부에 있다.

민주노동당의 오랜 대변인 박용진. 그가 더불어민주당으로 당적을 옮겨갈 때, 많은 동지들은 씁쓸해 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쓸모'를 줄기차게 입증하고 있다(감히 민주노동당은 이 나라 정계의 명가라 자부하고 싶다).

적폐의 핵인 삼성을 공격했던 노회찬의 오랜 동지답게, 그는 삼성을 저격하는 유일한 민주당 의원으로 자리매김 했다. 이건희의 차명계좌를 후벼 파고, 삼성 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를 지적하며, 대차게 삼성 저격수 노릇을 해오던 그를 민주당은 지난 7월 정무위에서 배제했다. 이재용을 감싸고 돌던 청와대, 그들의 거수기 노릇을 충실히 해오던 집권 여당다운 결정이었다. 정무위에서 교육위로 자리를 옮겼지만, 저격수의 태도는 여전히 꿈틀거렸다.

떡값 검사 폭로한 노회찬, 비리유치원 폭로한 박용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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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1일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교육부 국정감사에 참석하고 있다. ⓒ 남소연

 
전국의 시도교육청이 제출한 비리 사립유치원의 명단을 국정감사 기간에 폭로한 박용진 의원의 행동은 삼성이 주기적으로 건네온 떡값을 받은 검찰 측 인사들의 명단을 폭로한 노회찬의 행동을 연상케 한다.


비리 사립유치원들을 적발해 낸 작업의 선두에는 경기도교육청이 위촉한 시민감사관들이 있었고, 그 대표를 맡고 있는 분은 17대 국회에서 민주노동당 의원으로 교육위에서 맹활약했던 최순영 전 의원이다. 이번 폭로는 회유와 협박에 굴하지 않고, 맡은 바 임무를 충실히 수행한 시민감사관들의 노력과 기세등등한 압력집단인 한국유치원총연합회의 저항에 맞선 박용진 의원의 결기가 모여 만들어낸 사건이었다.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박용진 의원은 사립 중고교와 사립대학에서 벌어지는 비리들에 대해서도 차례로 저격해 주길 바란다. 유치원은 그 거대한 발걸음의 시작이기를. 삼성이란 금기를 들쑤시는 패기라면, 두려울 게 없으리라.

누구나 한국사회의 가장 큰 비극이라 인정하는 오늘의 교육 현장. 어디서부터 터뜨리고, 고쳐나가야 할지 몰라 세월만 보내며 계속 키워온 교육계의 고름이 이제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교육부는 우선 흘러내리는 고름을 깨끗이 닦아내는 일부터 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에 처했다.

프랑스의 유치원은 99%가 공립이다. 고로 무료다. 고로 '사립 유치원의 비리'는 성립될 수 없는 어휘다. 불만과 불의를 정확한 어휘로 고발하기 어려운 아이들을 상대로 하는 교육기관이 공적인 성격을 띠어야 하는 이유는 자명하다.

새로운 질서를 세워야 할 때

한국에서는 74.5%의 아이들이 사립유치원에 다니고 있다. 사립유치원장이 자신을 유치원이라는 이름의 자영업자로 간주할 뿐, 교육이라는 공적인 사명을 나눠진 사람으로서의 정체성을 가질 수 없는 환경이라면, 아이들이 감당해야 할 고통은 멈출 수 없을 것이다.

대학도 마찬가지다. 1989년 내가 다디던 대학에서 등록금 투쟁을 할 때 "호텔 주인이 호텔방값을 정하지, 손님이 정하는 거 봤냐?"는 논리를 대학으로부터 들었던 기억이 있다. 이 나라 사립 교육기관의 운영자들 머릿속엔 학교가 단지 자본을 축적하는 기업일 뿐이라는 의식이 팽배하다는 걸, 그때 알 수 있었다.

모든 것이 자본의 논리를 따르도록 최적화된 사회에서, 우리는 자본의 논리가 작동하지 않는 영역을 확보해 나가는 것만이 이 문제 해결의 핵심이라는 모순에 맞딱드렸다.

이 나라에서 가장 쉽고 확실한 장사는 애들을 볼모로 부모의 자녀 명문대 입학이라는 최종 목표에 바람을 불어넣어 돈을 후리는 장사다. 그 허영과 허영을 후리는 사업 사이에 교육이 들어설 자리는 없다. 아무도 무너뜨리지 않고, 함께 썩어가고 있던 둑을 누군가 무너뜨렸고, 이젠 봇물 터지듯, 함께 무너져 내리기를, 그 자리에 새로운 질서가 세워지길 바라본다.
#박용진 #사립유치원 #목수정 #비리유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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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서 글을 쓰며 살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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