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원장님들, '이것'만 명심해주면 좋겠다

유치원은 아이들을 위한 '교육기관'임을 명심해야

등록 2018.10.22 14:26수정 2018.10.22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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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다닐 유치원을 찾느라 진땀을 뺐던 지난 초겨울을 떠올려본다. 아내가 원했던 유치원은 탈락하고, 집에서 좀 거리가 있는 유치원에 상담을 받으러 갔다. 어디든 보낼 수 있는 유치원만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가지고 별생각 없이 유치원 원장님과 대화를 시작했다. 원장님은 우리의 가정 환경과 사정을 대강 여쭈시고, 유아 교육에 대한 본인의 철학을 힘주어 말씀하셨다.

많이 놀랐고, 반성했다. 그때까지 나는 아직 어리다고만 생각한 우리 아이의 교육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해본 적이 없었다. 초등학교 입학 전 아이들의 교육이 무척 중요하다는 것을 그제야 이해하게 되었다. 유아 교육의 중심은 마음의 틀을 짓는 인성교육에 있었다. 나는 그때 살짝 감동을 받았다. 인성과 도덕성을 강조하시는 분이 원장으로 계신 유치원이라면 고민할 필요도 없겠다고, 당장 원서를 내자고 아내에게 말했던 기억이 난다.

아이 유치원에 대한 지난 기억을 다시 소환한 건 최근 불거진 사립유치원 문제 때문이다. 나에게 감동을 줄 수도 있었던 많은 원장님들 중 일부(?)가 그랬다는 게 마음을 불편하게 했다.

이번 사태를 조금이라도 이해한 아이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유치원에서 항상 '바른 자세'를 강조하시던 원장님이 이상행동을 보였다고 느낀 아이들은 왠지 모를 배신감을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아이를 돌봐주고, 가르치는 원장님에 대해 뭐라 설명하기도 참 애매하다.

이번 국감의 최고 이슈라고 할 만큼 사립유치원 비리 관련 보도가 나오자 시끌벅적하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겠지만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은 특히 분통이 터진다. 우리가 이런 수준이었는지 안타깝다. 교육자의 양심, 자본주의 사회에서 물질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분배정책의 특성을 가진 사립유치원 지원금

감정을 억누르고, 이번 사립유치원 문제를 정책의 관점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오래된 정책학 이론을 하나 끌어와 보자. 사립유치원에 정부가 지원금을 주는 정책은 몇 가지 정책유형 중 '분배정책'에 해당된다. 자원 배분이 이뤄지는 분배정책과 연관성이 깊은 이해관계자들은 자신들의 집단 이익을 위해 잘 뭉친다. 힘이 강하다. 선거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전 국민이 이름을 알게 된 '한국유치원총연합회'와 같은 단체다.

반대로 사립유치원 지원금과 관계없는 대중은 집단화되기 어려운 특성이 있다. 특별한 계기가 없는 한 느슨하게 연결되어있을 뿐이다. 그런데 사립유치원의 비리로 부모들이 뭉쳤다. 바로 '정치하는 엄마들'이다. 이 단체는 사립유치원의 문제를 인지하고, 1년 전부터 문제가 있는 사립유치원 명단 공개를 관계 당국에 요청했다.

그리고 이번 국정감사에서 박용진 의원을 통해 사립유치원의 비리가 공개됐다. 그동안 어찌할 수 없었던 부모들은 비리 유치원의 처벌을 요구하며 전면에 등장했다. 아이를 맡긴 부모가 유치원과 대립각을 세우는 집단행동을 한 것이다. 매우 이례적인 경우다. 그만큼 충격이 컸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재까지 유치원단체는 물러서지 않고 있다. 문제의 원인을 다른 데로 돌리고, 아이들을 볼모로 '배짱'을 부린다는 비판이 쇄도한다. 우리 사회의 민낯이 드러나는 것 같아 부끄럽다. 유치원은 엄연한 교육기관이다. '사립'이지만 정부 지원을 받고, 교육이라는 공공의 기능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만큼 무거운 책임감이 부여된다.

사립유치원 지원금처럼 분배정책의 특성을 가진 정부의 행위는 체계적인 감사가 필수다. 지금 문제가 되듯이 아이들의 교육과 안전에 관한 것이라면 더욱 철저한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 적정 수준의 관리와 감독을 통해 서비스 질을 유지하고, 정부가 제공한 지원금의 사용에 문제가 없는지 확인해야 한다.

현재 논의되는 정책대안 중 유아교육법상 누리과정 예산 지원금을 보조금으로 수정하고, 전국 초중고와 국공립유치원이 사용하는 국가관리 회계시스템 '에듀파인'을 적용하는 방안, 사립학교법을 개정하여 불법 유치원 설립자나 원장의 유치원 운영에 제한을 두는 방안 등이 기본이 될 것이다.

이번 사립유치원 문제를 세상 밖으로 드러내기 위해 끈질기게 싸운 '정치하는 엄마들'은 규모가 작은 비영리단체다. 여기 활동가들은 사립유치원의 문제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한국유치원총연합회의 거대한 조직과 힘에 놀랐다고 한다. 국회의원을 상대하는 단체의 정치력 또한 크다고 한다.

이 때문에 그동안 사립유치원의 비리가 묻혀있었는지도 모른다. 지금도 힘의 논리로 '그들의 위기'를 돌파하려고 하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 유치원은 아이들이 교육을 받기 위해 다니는 곳이다. 그리고 유치원을 다니기 시작한 많은 아이들의 꿈이 선생님이다. 그들이 이 정도만 명심해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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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공무원노동조합 정책연구소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정부와 사회 이슈, 사람의 먹고 사는 문제에 관심 많은 시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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