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과 적금의 차이, 안다고 생각했는데

[52권 자기 혁명] 최성우 지음 '은행 사용 설명서'

등록 2018.10.24 14:27수정 2018.10.24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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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52주 동안, 주당 한 권의 책을 읽고, 책 하나당 하나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52권 자기 혁명'을 제안한다. 1년 뒤에는 52개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다. - 기자말

만료된 적금을 꺼내보면 실망한다. 소득세 공제도 문제지만, 이자가 원체 쥐꼬리만 한 것이 더 문제다. 금리 3%, 한 달에 100만 원을 넣는 1년짜리 적금을 예로 들어보자. 총 원금 1200만 원에 3%, 즉 36만 원 정도의 이자를 예상하겠지만, 실제로는 이자 19.5만 원에서 세금 15.4%를 제한 16.6만 원 정도의 이자를 받게 되는 거다. 금리 3%라는 광고 문구가 거짓말은 아니지만, 총액 대비 3%를 기대했던 우리는 충분히 실망할 만하다.

적금 금리의 트릭은 은행, 증권사, 보험사가 깔아놓는 함정 중에는 쉬운 축에 든다. 은행이나 증권사 상품은 용어가 발목을 잡는 정도니까 말이다. CMA가 좋다는 말은 자주 듣지만, CMA에도 RP형, MMF형 등 다양한 종류가 있다. 그런데 사실 어려울 것은 없다. 설명을 찬찬히 읽어보기만 해도 알 수 있다.


문제는 보험이다. 보험은 용어만 어려운 것이 아니라 상품 설계 자체가 복잡하다.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불러왔던 MBS나 CDS가 복잡하다고 해봤자, 누구나 가입하는 변액 보험보다 간단하다. 보험 가입 때 약관 '요약' 설명서를 괜히 주는 게 아니다. 일반인이 보험 약관을 전부 읽으려면 일주일 정도 스터디를 해야 할 판이다.

경제학자에게 속지 않기 위해 경제학을 배워야 한다는 말이 있다. 금융이야말로 속지 않기 위해 공부를 해야 하는 영역이다. 금융 소비자의 눈높이에서 친절한 설명을 해주는 최성우의 <은행 사용 설명서>로 차근차근 공부해보자. 

2013년에 나온 책이지만, 금융 상품의 기본적인 얼개는 아직 그대로다. CMA도, 변액 보험도, ELS도 아직 크게 바뀐 점은 없다. 법률과 제도의 변동에 따라 달라지는 부분은 뉴스와 인터넷으로 보충하자.

은행 사용 설명서
 

<은행 사용 설명서> 표지 ⓒ 다연

 
기본은 적금과 예금의 차이를 이해하는 것이다. '적금 이율은 예금의 반'이라고 기억하면 된다. 다음으로 생각해야 하는 것은 세법이다. 세법은 계속 바뀌기 때문에 뉴스를 좀 챙겨야 한다. 예컨대 비과세 저축은 이제 거의 없어졌다.

세법과 관련하여 우리에게 가장 친근한 것은 연말정산이다. 신용카드보다 체크카드 공제 혜택이 더 크지만, 그 차이는 생각보다 작다. 부가혜택이 더 좋은 신용카드를 그냥 쓰는 것이 나을 수 있다.


무엇보다 경계해야 하는 것은 연말정산에 도움이 된다고 신용카드를 마구 긁어대는 것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환급금은 이미 납부한 세금의 일부에 불과하다. 돌려받는 금액은 절대로 당신이 사용한 금액보다 클 수 없다는 사실을 명심하라.

은행의 제1 수입원은 대출이다. 따라서 은행 창구에서 대출 문의를 할 때는 절대 주눅들 이유가 없다. 대출 계약 때 점검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숫자 세 개는 금리, 중도상환수수료, 근저당설정비다. 고정금리와 변동금리 사이에 많은 고민이 되겠지만, 쉽게 갈아탈 수 있으므로 너무 걱정 말고 선택하라. 고객에게 선택권을 준다는 것은, 어느 쪽을 선택하더라도 은행에게는 무차별하다는 뜻이다.

대출이 있는 상태에서 목돈이 생겼다면 대출 상환에 써야 할까, 따로 굴려야 할까? '세후' 적금금리와 중도상환수수료율을 합친 것이 대출금리보다 크다면 따로 굴려야 한다. 하지만 대개 그렇지 않을 것이므로 대출 상환에 쓰는 것이 유리하다.

증권사 사용 설명서

나는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증권사가 뭔지도 잘 몰랐고, 증권사 계좌도 없었다. 나와 같은 처지라면, 우선 증권사 CMA 통장을 하나 개설하자. CMA 계좌는 수시입출금이 되면서도 1% 정도의 이자를 준다. 가끔 이벤트성 통장이 CMA보다 높은 이율을 주는 경우가 있는데, 대개 500만 원 정도 상한 금액이 있고 선입선출 방식으로 이자를 계산하므로 실제 이자 수령액은 얼마 되지 않는다.

CMA는 통상 4종류로 나뉘는데, 별 차이는 없다. 종합금융형이 아닌 CMA는 예금자 보호 대상이 아니지만 위험하지는 않다. 증권사에서 RP 등 대단히 안전한 자산에 투자하기 때문이다.

요즘은 증권 거래를 대개 휴대폰으로 하기 때문에 고객의 휴대폰에 자사의 MTS를 깔기 위해 증권사들 사이에 경쟁이 심하다. 거래 수수료 면제 등 혜택이 다양하니, 꼼꼼히 비교해서 증권사를 선택하자.

증권사의 수익은 절반 이상이 주식 거래 수수료다. 펀드 수수료는 전체 수익의 5%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따라서 현재 다수의 증권사가 진행 중인 수수료 면제 이벤트는 상당한 출혈경쟁인 셈이다.

ELS는 쉽게 접근 가능한 파생상품이다. 설계는 복잡하지만 그걸 이해할 필요는 없다. 몇 가지 사항만 체크하고 가입하면 된다. 지수 연동이 보통인데, 홍콩 지수가 포함된 경우 변동성이 클 수 있으므로 주의하자. ELS는 낙인(knock-in)이 될 경우 손해를 볼 수 있는데, 변동성이 크면 낙인이 될 가능성이 크다. ELS는 고위험 중수익 상품이다. 예금보다 높은 이자를 주지만 위험도 상당하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보험사 사용 설명서

미래의 불확실한 사태에 대한 대비책으로 보험이 저금보다 나은지 의심이 드는 것이 당연하다. 선택은 자유다. 보험은 사회안전망 일부를 담당하기 때문에, 국가는 국민의 보험가입을 반긴다. 그래서 연금보험과 같이 파격적인 세금 혜택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마찬가지 이유로 국가는 보험 해약을 싫어한다. 따라서 보험해약시에는 이미 받은 혜택보다 더 많은 불이익을 준다.

그러므로 연말정산에서 수십만 원을 돌려받는 파격적인 혜택에도 불구하고 연금보험은 대단히 조심해서 접근해야 한다. 절대 깨지 않을 자신이 있는 경우에만 가입하라.

저자에 따르면 보험 가입 우선순위는 의료실비, 중대 질병, 재해 상해, 입원 일당, 사망보험금 순이다.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비급여 폐지는 의료실비 보험이 필요 없는 세상을 만들 것이다.

의료실비 보험은 보험회사에 큰 손해를 안겨 왔다. 그런 이유로 점점 더 가입자에게 불리한 상품이 출시되고 있다. 따라서 이미 가입한 의료실비 보험은 유지하는 것이 좋다. 새로 가입하려고 한다면 정부 정책 방향을 고려해서 신중하게 결정하도록 한다.

중대 질병 보험은 진단 시 2천만 원 정도는 받을 수 있는 것으로 하고, 재해 상해 보장은 일을 할 수 없게 된 경우 현재 연 소득의 3배는 지원받을 수 있는 것으로 고르라는 것이 저자의 충고다.

보험은 민원이 매우 많은 상품이다. 보험사를 결정할 때는 민원 순위를 참조해야 한다. 검색창에서 "보험사 민원등급"을 검색해서 민원이 적은 보험사를 선택하자.

보험료는 최우선 고려사항이다. 같은 보장내용이라면 보험료가 싼 곳으로 하는 것이 당연하다. "보험 비교"를 검색하면, 보장 내용별로 보험료를 비교해주는 사이트를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보험에 가입하려면 우선 보험예산을 정하고 그 한도 내에서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저자는 수입의 10%를 보험에, 다른 10%를 연금에 투자하라고 한다. 10년, 한 달 10만 원 짜리 보험에 가입하면 총 1,200만 원이 묶이게 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 설계사의 언변에 휘둘려 한 달 10만 원 정도쯤이야 하는 생각으로 가입한 사람들이 결국 민원인이 된다.

아는 것이 힘

아는 것이 힘이라는 말도, 모르는 게 약이라는 말도 있다. 하지만 세상과 거리를 두고 살아가려는 것이 아니라면, 모르는 것은 약이 되지 못한다. 재무설계사나 보험설계사에게 질문하려고 해도 어느 정도 사전 지식이 있어야 필요한 질문을 할 수 있다.

인터넷 게시물이나 묻고 답하기 코너에서 얻는 지식은 단편적이다. 눈을 가리고 코끼리 다리를 만져봤자 코끼리가 어떻게 생긴 동물인지 알 수 없다. 얼마 되지 않는 시간과 돈을 투자해서 체계적으로 정리된 지식을 얻을 수 있는 통로가 그나마 책이다. <은행 사용 설명서>는 도움이 될 거다.

은행 사용 설명서 - 대한민국의 모든 금융사를 내 편으로 만드는 법

최성우 지음,
다연, 2013


#52권 자기 혁명 #<은행 사용 설명서> #은행 #증권 #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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