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딱한 책 읽기는 가라! 진화하는 독서 문화·공간

새로운 독서 문화 만들어가는 사회적경제기업들

등록 2018.10.26 09:27수정 2018.10.26 09:27
0
"좋은 책을 읽는 것은 몇 세기의 훌륭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과 같다."

책읽기의 중요성을 강조한 철학자 데카르트의 말이다. 독서가 가진 효과는 누구나 잘 안다. 하지만 이를 강제하기란 쉽지 않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17 국민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국민들의 독서률은 1994년 처음 독서률을 조사한 이래 가장 낮아졌다. 스마트폰, 게임, 과도한 사교육 등의 영향으로 아동·청소년들의 독서률도 오름세를 보이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제는 하나의 사회문제가 된 독서문화 형성을 위해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가는 사회적경제기업이 늘어나는 이유다. 

읽는 책에서 느끼고 즐기는 책놀이로~
 

19일 서울혁신파크 옥상에서 진행된 '피크닉 북캉스'에 참여한 사람들 ⓒ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지난 19일 정오, 은평구 불광동 서울혁신파크 상상청 옥상에 하나둘 돗자리가 펼쳐졌다. 삼삼오오 둘러앉은 사람들의 표정은 소풍 나온 아이마냥 신나 보인다. 바구니에 담긴 음식도 먹고 보드게임, 공기놀이, 실뜨기 같은 소소한 놀이를 즐기면서 이야기꽃을 피운다. 따사로운 햇살을 맞으며 책을 펼쳐든 사람도 있다. 소셜벤처 '히든북'이 마련한 '피크닉 북캉스' 풍경이다. 책 행사였지만 행사가 끝날 때까지 그 누구도 책을 읽으라고 강요하지는 않았다. 

히든북은 독서 방법에 대한 기존의 고정관념을 깨고, 사람들이 책과 가까워질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기 위해 2015년 설립된 소셜벤처다. 특히 접근이 어렵고 딱딱한 분위기의 기존 도서관을 새로운 발상으로 전환해 새로운 독서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히든북의 대표 프로그램인 '돗자리 도서관'은 시끄럽게 떠들어도, 마음껏 뛰어다녀도 되는 야외 공간에 책을 펼쳐낸다. 의자와 테이블, 해먹 등 소품도 비치해 이용자들이 편하게 독서를 즐길 수 있게 한다. 여기에 그림 그리기, 만들기, 노래 부르기, 연극 보기, 음식 만들기 등 콘텐츠를 더해 여러 문화를 한곳에서 즐길 수 있다. '돗자리 도서관'은 그간 연간 400회 행사, 누적 이용자만 10만 명에 이른다.
 
"엄숙하고 딱딱한 분위기에서만 독서를 했던 아이들이 우리 프로그램을 통해 게임이나 놀이처럼 즐기며 편안하게 책을 봐요. 사람들에게 '책은 어렵지 않고 재밌는 거구나' 라고 느끼게 해주고, 그 이후에 집이든 학교든 다른 장소에서 '확산 독서'를 할 수 있게 하는 것이 히든북의 목표죠."
-박혜원 히든북 대표

히든북같이 책과 사람들 간의 정서적 거리를 좁히기 위해 책읽기를 놀이나 캠핑 등과 연계하는 활동들이 있다.
 

서울와우북페스티벌 ⓒ 서울와우북페스티벌 조직위

 
10월이면 홍대 거리를 책의 물결로 수놓으며 책축제를 벌이는 곳도 있다. 사회적기업 (사)와우책문화예술센터는 14년째 홍대 거리에서 '서울와우북페스티벌'을 개최했다. 서울와우북페스티벌은 '책'과 '축제'라는 낯선 조합을 하나로 엮어낸 국내 첫 책 축제다. 

이채관 와우책문화예술센터 대표는 "책이 기존에 소비되거나 다뤄지는 방식에서 벗어나 확장성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으로 홍대의 5,000개가 넘는 출판관련 단체와 문화예술단체가 함께해 새로운 문화예술 콘텐츠를 만들어낸 것이 책 문화 축제다"며 "북페스티벌이 세계적인 책축제로 성장해 지금보다 더 규모화되어 더 많은 시민이 도심 속에서 책과 즐길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으면 한다"고 밝혔다. 


책농장은 책읽기가 놀이가 되는 세상을 꿈꾸며 '독서+자연+캠핑'을 결합해 이색적인 독서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경기도 파주에 위치한 '별난독서캠핑장'은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폐교 리모델링으로 '독서'와 '캠핑'을 결합해 자연 속에서 책과 가까워지는 시도를 했다. 캠핑장 내에는 책 읽기, 체험 프로그램, 책 구매가 가능한 금곡작은도서관이 있어 다양한 독서체험 프로그램도 제공한다. 
 

파주에 위치한 별난독서캠핑장 ⓒ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김대규 책농장 대표는 "개장 첫 해인 2017년 4000명, 올해는 벌써 9000명이 넘는 방문자가 다녀갔다"며 "억지로 책을 읽게 하기 보다는 자연스레 독서에 빠져드는 분위기를 만들려고 한 것이 사람들의 관심을 끈 것 같다"고 전했다. 

팝업놀이터는 20년 간 정크아트 전문가로 활동해 온 안선화 대표가 만든 소셜벤처다. 사람들이 그림책과 좀 더 가까워지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던 안 대표가 발견한 게 바로 '팝업북'이다. 팝업북은 책을 펼쳤을 때 입체그림이 튀어나오게 만든 장난감 책이다. 
 

팝업놀이터에서는 올해만 144곳에서 팝업북 체험프로그램을 진행했다. ⓒ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안 대표는 "그림책과 친해지는 방식은 역설적으로 책을 오리고 찢고 붙이는 것"이라며 "관심이 생기려면 자연스럽게 스며들어야 하는데, 팝업북을 만들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 사람들이 그 책의 내용을 궁금해 하고 책을 구해서 읽을 수 있는 방법을 물어보게 된다"고 설명했다. 

팝업놀이터에서는 올해만 144곳에서 팝업북 체험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팝업북 체험 수업은 물론 전국 도서관 활동가와 학교 선생님들을 대상으로 교육도 하며 팝업북 강사 양성에도 앞장서고 있다.

히든북 http://www.hiddenbook.co.kr
(사)와우책문화예술센터 http://www.wowcenter.or.kr
서울와우북페스티벌 http://wowbookfest.com
책농장 http://www.webookfarm.com
별난독서캠핑장 http://pajubookcamp.com  
팝업놀이터 https://blog.naver.com/gwwhite


편안하게 책도 보고 문화프로그램도 즐기는 동네 북카페

독서문화를 조성하는 데 중요한 것 중 하나가 공간이다. 최근 북카페를 운영하며 누구나 편하게 와서 책도 읽고 다양한 문화프로그램도 즐기면서 자연스럽게 책읽기에 젖어들게 만들어주는 북카페들도 있다. 
 

'북카페 곁애'에서는 문화예술 테라피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구로구 마을기업 문화예술협동조합 곁애는 지역의 작은 도서관이었던 '배꼽빠지는도서관'을 2013년 북카페 곁애로 전환해 운영하고 있다. 누구나 편하게 와서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자, 시 쓰기, 작가와의 만남, 아트콘서트 등 다양한 형태의 문화예술 테라피 프로그램도 함께 운영되는 커뮤니티 공간이다. 

북카페 곁애 운영자는 "지역민 누구와 와서 편하게 책도 읽고 이용할 수 있는 문화예술 놀이터 개념으로 운영하고 있다"며 "문화예술협동조합 곁애가 진행하는 문화예술 테라피 수업도 이곳에서 많이 진행하면서 거점 공간으로서 역할도 한다"고 말했다. 

창동역 근처에 자리한 행복한 이야기는 지역주민들의 소통과 커뮤니티 활성화를 지원하기 위해 도봉구와 서울시가 공간을 마련하고 행복중심 서울동북생협이 위탁운영하는 마을북카페다. 카페를 찾는 이들이 편하게 책을 읽을 수 있도록 넓은 카페 공간에 1500-2000여권 가량의 책이 구비되어 있다. 매월 신간 도서 구매에도 신경을 쓰는 편이다. 북카페 성격에 맞게 지역민들 대상의 인문학 강좌도 개최한다.

행복한 이야기 관계자는 "생협에서 운영하는 북카페라 공정무역 커피, 식재료도 유기농, 친환경 제품을 주로 사용한다"며 "카페 수익도 지역민을 위한 공익사업에 사용된다"고 설명했다. 
 

마을북카페 '행복한 이야기' 내부 모습 ⓒ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삼청공원 내 자리한 숲속작은도서관은 북촌인심협동조합이 운영하는 공간이다. 책을 읽을 수 있는 도서관 입구에는 카페도 운영하고 있어 차도 마실 수 있다. 숲속도서관의 가장 큰 특징은 삼청공원 내 자리하고 있다는 점이다. 도서관 내부 창문도 통유리로 되어 있어 자연을 만끽하며 책을 읽을 수 있어 저절로 힐링이 된다. 도서관 밖을 나오면 공원 내 산책 길을 따라 걸을 수 있도록 되어 있어 책을 읽다 머리를 식힐 때도 더없이 좋다.
 

삼청공원 내 자리한 숲속작은도서관 ⓒ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7300여권의 책이 소장된 숲속도서관에서는 도심 속 생태와 역사의 보고인 삼청공원의 특성을 살려 숲체험, 역사 프로그램 등도 운영한다. 이곳의 운영기관인 북촌인심협동조합은 경력단절 여성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고 있다. 

북카페 곁애 서울시 구로구 구일로10길 53 현대상선아파트 관리동 2층 / 02-852-7424 
행복한 이야기
 서울시 도봉구 창동 20 창동역사 내 1층 / 02-954-7145 
삼청공원 숲속작은도서관 서울시 종로구 북촌로 134-3(삼청공원 내) / 02-734-3900


지식 쌓기를 넘어 책을 통해 소통·교류를 꿈꾸며

이처럼 독서문화 활성화에 나서는 다양한 형태의 사회적경제기업이 늘어나는 데는 책을 통해 지식이나 마음의 양식을 쌓는 걸 넘어선 고민이 자리하고 있다. 바로 점점 단절되어 가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책이 소통의 중요한 도구로도 사용된다는 점이다. 책 관련 사업을 펼치는 사회적경제기업들 또한 이 점을 중요한 방향으로 잡고 있다. 
 
"'책'이라는 게 사람과 사람, 공간과 공간을 연결하는 매개체가 되어주는 힘이 있어요. 가까운 사람과 함께할 수 있는 '북클럽'이나 책 관련 프로그램이 많이 늘어나서 소통도 더 원활해지고 독서 문화도 성장하기를 바라요."
-박혜원 히든북 대표
"책을 매개로 가족, 친구 등 공동체 간의 소통을 돕는 것이 독서 관련 기업들의 중요한 미션이죠. 책 읽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함께 어울려 즐길 수 있는 독서문화를 만들어가고 싶어요."
-김대규 책농장 대표
덧붙이는 글 글 : 라현윤·양승희·홍은혜 기자(이로운넷 기자)
이 기사는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가 격주로 발행하는 온라인 뉴스레터 '세모편지'에도 실립니다.
#사회적경제 #독서문화 #마을도서관 #북캉스 #책농장
댓글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는 사회적경제 정책 통합 및 지속가능한 기반 조성을 위해 2013년 1월 설립된 민관 거버넌스 기관입니다. 사회적경제 부문?업종?지원조직들의 네트워크를 촉진하고 서울시와 자치구의 통합적 정책 환경 조성 및 자원 발굴?연계, 사회투자, 공공구매, 윤리적 소비문화 확산을 통해 기업과 시민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촉진합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천연영양제 벌꿀, 이렇게 먹으면 아무 소용 없어요
  2. 2 버스 앞자리 할머니가 뒤돌아 나에게 건넨 말
  3. 3 "김건희 여사 라인, '박영선·양정철' 검토"...특정 비서관은 누구?
  4. 4 "남자들이 부러워할 몸이네요"... 헐, 난 여잔데
  5. 5 고립되는 이스라엘... 이란의 치밀한 '약속대련'에 당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