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애 가장 슬픈날이 된 베트남 새시장 방문기

마음의 준비는 했지만... 관상용·식용으로 팔리는 새들, 멸종위기종이라도 보호해야

등록 2018.10.27 12:03수정 2018.10.27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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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우연히 베트남 새시장에 방문하게 되었다. 우리나라 80년대에 있었던 청계천 시장과 매우 닮은 모습이었다. 궁금하기도 해서 호기 좋게 시장에 내렸다. 베트남 롱안(Long An) 남부 탄호아(Thanh Hoa) 지역 국도 62번 도로에 약 1km가 넘을 정도로 길게 늘어선 시장이었다. 이 새시장은 캄보디아를 포함한 남부지역에서는 가장 큰 시장이라고 한다.

시장에서는 야생에 서식하는 조류들이 거래되고 있었다. 관상용 조류로 집에서 키우는 새들도 있었지만, 대부분 식용이었다. 가난한 나라에서 먹을 것으로 새를 선택한 것은 충분히 이해가 가는 일이라고 생각해보려고 노력하며 시장을 둘러보았다.

새를 가두어 놓고 파는 것이니 어느 정도 혐오스러울 수도 있다며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었다. 하지만 실제 눈으로 보는 것은 그야말로 충격이었다. 그 자리에서 야생조류의 깃털을 벗기고 무게를 재어 파는 모습은 충격 그 자체였다.

비슷한 부류의 새들을 다리만 묶어 놓은 채 팔기도 했다. 이렇게 다리가 묶여 아등바등하다가 체력이 다해 죽은 새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새시장에 거래가 되지 않는 새는 없는 듯했다. 많은 야생조류가 관상용으로, 식용으로 팔려가고 있었다.
 

베트남 새시장에서 만난 황로. 상품용으로 새장에 갇혀 있다. ⓒ 이경호

  
게다가 멸종위기에 처한 새들도 거래되고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뜸부기(446호)와 호사도요(449호)도 kg당 70000동, 한화로는 약 3500원이라는 매우 싼 가격에 팔리고 있었다. 400g 내외의 호사도요는 2~3마리당 3500원에 거래되는 셈이다.
 

천연기념물 449호 호사도요가 베트남 새시장에서 판매대에 묶여있는 모습. ⓒ 이경호

  

우리나라 천연기념물 446호 뜸부기가 베트남 새시장에 있다. ⓒ 이경호

 
우리를 안내했던 베트남 조류전문가는 '롱안 지방 인민위원회는 탄호아 당국에 사람들에게 야생 조류 거래를 중단하라고 촉구했지만 시장은 아직도 번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람사르습지를 지정하기 위해 방문한 방문단이 지나가다 중단을 촉구하기도 했다고 한다. 롱안 지역의 부총리 인 르후 루이(Le Huu Loi)는 멸종 위기에 처한 새를 팔았던 8명에게 벌금을 부과한 적도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잡았을 경우 5000만 원 이하나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지는 종이지만 베트남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과거 청계천 시장도 이랬을 텐데... 얼마나 많은 새들이 죽어나갔을까 싶었다. 
  
이제라도 베트남과 다양한 협력과 네트워크를 통해 식용으로 죽어나가는 멸종위기종을 보호할 방법을 마련해야 할 듯 하다. 베트남에는 롱안 외에도 다양한 새시장이 존재한다. 정부가 금지하지 않는다면 당분간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멸종위기종만이라도 거래가 되지 않도록 베트남 정부당국에 촉구할 필요가 있다. 내 생애 가장 씁쓸하고 슬픈 날이었다.
#베트남 #새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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