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왕십리-상봉은 북새통... '열차 과식'은 그만

[주장] 의정활동 생색내기용 사업말고 복선전철화 등 현실적 대안 찾아야

등록 2019.01.31 14:16수정 2019.01.31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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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매일 이용하는 교통, 그리고 대중교통에 대한 최신 소식을 전합니다. 가려운 부분은 시원하게 긁어주고, 속터지는 부분은 가차없이 분노하는 칼럼도 써내려갑니다. 교통에 대한 모든 이야기를 전하는 곳, 여기는 <박장식의 환승센터>입니다. - 기자 말   

#1. 최근 강릉시 일대의 대학교 총학생회가 '강릉에서 서울로 가는 KTX의 종착역을 서울역으로 일원화하라'는 내용의 건의문을 공동 채택했다. 그들의 논리는 'KTX가 고양기지를 출발해 서울역을 거쳐 청량리역으로 향하는데, 왜 서울역에 모든 열차가 서지 못하느냐'는 것이다.

#2. 연선 주민들의 숙원 사업이었던 분당선의 청량리역 연장이 지난달 31일 실현됐다. 하지만 열차 운행이 평일 9번에 그친다는 소식을 들은 연선 주민들은 아쉽다는 반응이다. 시간대가 맞지 못해 열차의 이용이 어렵기 때문이다. '하루 9번이라니, 생색내는 것이냐'는 반응 역시 적지 않다. 
 

이 철길에 '꽃길'은 언제 개나리가 핀 경원선 응봉역 인근에서 경의중앙선 열차가 지나고 있다. 경원선 용산 - 망우 구간은 선로 혼잡이 지속화되고 있다. ⓒ 박장식

   
왕십리역에서 청량리역을 거쳐 상봉역까지, 6.2km에 불과한 경원선과 중앙선을 지나는 철도 노선에서 '열차가 충분히 들어가지 못한다', '열차의 배차간격이 길다', '열차가 목적지까지 완전히 들어가지 못한다', '열차 안의 사람이 너무 많다'는 등의 분통이 터져나오고 있다. 

하루 163회의 열차가 지나다닐 수 있는 왕십리역과 청량리역 사이에는 매일 131회의 열차가 오가고, 같은 수의 열차가 오갈 수 있는 청량리와 망우역 구간에는 매일 157회의 열차가 오간다. 광역전철이 오가는 부산 동해선의 부전 - 일광 구간이 152회의 열차가 지나다닐 수 있는 상황에서 64회의 열차가 오가는 것, 분당선 전 구간이 274회의 열차가 지나다닐 수 있는데 127회의 열차가 오가는 것과 비교된다.

경원선과 중앙선, 이러니 북새통

경원선과 중앙선 일대가 이렇게 사고 위험을 안고 운영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경의선, 경춘선, 분당선, 서울 지하철 1호선 등 여러 접속노선이 있어 직결이 간편하다는 이유도 있지만, 가장 큰 이유로는 서울을 관통하는 유일한 일반철도 노선이라는 데에 있다. 또한 경부선, 중앙선 등 매일 붐비는 철도노선을 연결하는 연결선 역할도 하고 있다.

이로 인해 매일 엄청난 수의 화물열차와 일반열차가 오가고 있다. 태백선 등에서 시멘트를 싣고 서울의 사일로(시멘트 등을 보관하는 건축물)로 향하는 열차, 경남 등에서 자동차를 싣고 서울로 향하는 열차 등이 이 구간들을 통과한다. 2012년부터는 ITX 청춘이, 2017년부터는 강릉선 KTX가 운행을 시작하는가 하면, 분당선 등 다른 노선도 이들 구간을 거치는 실정이다.


이러한 병목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중부내륙선과 평택부발선 등 중앙선의 과포화를 덜 수 있는 여러 노선의 확충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만큼의 자리를 여객열차가 차지하고 다시 과포화 상태에 이를 수 있어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 해결책은 바로 열차의 선로를 더 설치하는 복복선화이다.
 

복잡한 선로 용량을 뚫고 운행되었던 강릉선 KTX 열차. 평창 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 기간에는 일반 열차의 운행 횟수를 대폭 감축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 박장식

 
하지만 경원선과 중앙선 용산-망우구간의 복복선화는 2000년대 첫 계획이 나온 뒤, 2016년 3차 철도망 계획에 고시된 이후 진척된 부분이 없다. 과포화를 덜 수 있는 대체노선도 첫 삽조차 뜨지 않았다. 복선철도로 그대로 운행되는 용산-망우구간에는 경의중앙선이 개통되고, 강릉선 KTX가 개통되면서 선로용량은 그대로인데 열차의 수는 늘어나는 상황에 이르렀다.

상황이 이런데, 열차는 더 많이 투입될 전망이다. 춘천과 속초를 잇는 동서고속화철도가 2024년 개설될 예정이고, 서원주-제천 간 복선전철화도 2019년 완료되면 더욱 많은 열차가 이들 구간에 투입되어야 한다.

결국 선로에 부하가 더 걸리는만큼 운행이 빡빡해질 테고, 지연발생사고 위험은 증가할 수밖에 없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지하에 여객열차 전용 복선철도를 매설하거나 연선지역의 건물을 헐거나 도로를 좁히고 그만큼 복선의 선로를 더 투입해야 한다.

문제는 비싼 공사비가 든다는 것. 이로 인해 정치권의 지원이 꼭 필요하지만 정치권에선 별 관심이 없다. 주광덕 의원 등 일부만 청량리-망우구간의 복복선화를 공식적으로 요구하고 나섰을 뿐이다.

<데일리안> 보도에 따르면 관계당국은 줄곧 '선로 용량, 설비 등의 문제로 분당선의 청량리역 연장은 당장 쉽지 않다'고 말해왔다. 그러나 의원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연장을 요구했다.

그 결과 대응시설마저 준비되지 않은 채 지난해 12월 31일 연장이 이뤄졌고, 개통 이틀 만에 신호 장애로 분당선 왕십리-청량리 구간 운행이 중단되는 사고가 일어났다. 무리한 선로용량 포화가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현실로 드러난 셈이다. 정치권의 현수막에 걸릴, 정치인의 SNS에 올려질 작은 치적을 위해 열차의 지연은 늘고, 승객들의 안전은 위협받게 됐다. 

'예타 면제'의 교훈
 

복복선 고속철도가 오갈 오송역 정부의 이번 예타 면제사업에는 평택 - 오송 간 복복선화 계획이 잡혔다. 고속열차의 운행 횟수는 올라가고, 시민들의 편의와 안전은 그만큼 확보된다. (Wikimedia Commons, CC-BY-SA 4.0) ⓒ Minseong Kim (Wikimedia)

 
청와대는 29일 예비타당성 면제 대상 사업에 평택-오송 간 경부고속철도 복복선화 사업을 포함시켰다. 3조 1천억 원 규모의 이 사업은 KTX와 SRT의 운행 횟수를 배로 늘리게 된다. 수원 및 인천 등에서 KTX가 운행되고, 창원과 포항, 여수 등으로 향하는 SRT가 운행될 수 있다. 평일에도 매진이 되는 기존 노선의 운행 횟수를 대폭 확충할 수도 있다.

경부고속철도 복복선 사업과 용산-망우구간의 복복선화 사업은 정치권에서 큰 관심을 받지 못했던 사업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청와대의 이런 결정은 신규 노선 개통에 비해 비교적 관심을 받지 못하는 철도노선 개량에 대한 좋은 선례를 남겼다. 행정부와 전문가 그룹 등의 참여를 통해 개량과 복복선화 등이 필요한 노선의 개량이 적시적재에 이루어질 수 있는 첫 번째 관문이 열린 것이다.

승객의 안전을 확보하고, 충분한 열차의 공급을 위해 복선전철화를 비롯한 노선 개선사업, 선로가 필요한 철도에 대한 추가 선로 개설 등이 새로운 노선의 개설보다 적극적으로 검토되길 바란다. 대한민국의 철도 사업에서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용하는 국민들의 편의와 안전이 얼마나 지켜지느냐이기 때문이다.
#선로용량 #철도 #안전 #철도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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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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