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기름유출사고 11주년 한달 여 앞두고 '삼성출연기금' 배분된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26일 이사회 열고 삼성지역발전기금 배분 결정... 수탁-운영 문제는 여전히 논란

등록 2018.10.27 13:57수정 2018.10.28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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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기름유출사고를 일으킨 가해자인 삼성중공업이 서해안 기름유출사고의 피해를 입은 피해중심지 충남 태안군을 비롯해 충남도와 전라도 11개 지자체에 출연한 삼성지역발전기금 2900억원이 대한상사중재원의 배분 판결 이후 1년3개월 여 만에 피해민들의 품으로 돌아가게 됐다.

이는 2007년 12월 7일 사고 발생 이후 삼성중공업이 기름유출사고지역에 출연기금을 내어놓겠다고 공언한 2008년 2월 이후 꼭 10년 8개월만이기도 하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랑의 열매'는 지난 26일 이사회를 열고, 2007년 허베이스피리트호 원유 유출 사고와 관련해 삼성중공업이 지정 기탁한 지역발전기금 약 3060억 원(원금 2900억원, 이자 수익 160억 원)을 피해민단체 연합회인 허베이사회적협동조합과 서해안연합회에 배분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2009년 3월 법원의 판결에 따라 손해배상책임을 56억원으로 제한하는 판결에 따라 사고지역 피해주민들에게 법적 피해배상금을 이미 지급한 것과는 별도로 피해 주민의 재기와 해양환경의 조속한 복원 등을 위해 2014년 2,900억 원을 지역발전기금으로 출연했다.

삼성지역발전기금, 최초 1000억원에서 주민목소리 높아지며 3600억원까지 증액

삼성지역발전기금은 당초 유류오염사고 이듬해인 2008년 원인 제공자인 삼성중공업 측에서 법적 배·보상과는 별도로 출연한 기금이다.

삼성중공업은 당시 '태안발전기금'이라는 명목으로 1000억 원의 발전기금을 내놓기로 발표했다. 하지만 피해 규모에는 한참 미치지 못하는 금액이라며 피해민들은 수십 차례 집회를 통해 삼성의 직접배상과 함께 출연 기금의 증액을 요구해 왔다.


특히, 지난 2012년 10월 25일 서울 삼성 서초사옥 앞에서 열린 '서해안 유류피해민 삼성 규탄대회'에서 피해민들의 요구사항이 담긴 서한문을 전달하려던 도중 공권력에 막혀 서한문 전달이 무산되기도 했다.

당시 현재 허베이사회적협동조합의 이사장을 맡고 있는 국응복 서해안유류피해민총연합회장의 자해 시도 이후 삼성 측의 피해민을 향한 태도가 바뀌기 시작했으며, 이어 2013년 11월 28일 국회특위-피해민 대표간 합의를 통해 출연금 규모가 3600억 원으로 증액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이후 3600억 원의 출연기금은 피해민들의 여망과는 달리 '뜨거운 감자'로 급부상하며 또다시 11개 피해 시·군 피해대책위별로 분배를 해야 하는 상황에 이른다.

이후 11개 시·군의 피해단체는 분배와 활용방안을 놓고 수십 차례 논의와 협상을 거쳤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에 11개 시·군의 피해단체가 지난해 2월 4일 지역발전기금 배분 협약서를 체결하면서 해양수산부의 권고에 따라 대한상사중재원의 중재판정을 수용키로 합의했고, 이에 따라 지역별 배분 비율이 결정됐다.

기름유출사고의 최대 피해지역인 태안군은 2017년 7월 21일 대한상사중재원의 중재판정 결과 49%, 1421억원의 배분 결정을 받았다. 그 외 ▲서산에는 11%(319억) ▲당진 2%(58억) ▲서천 4%(116억) ▲보령 13%(377억) ▲홍성 3%(87억) ▲군산 3%(87억) ▲부안 3%(87억) ▲무안 3%(87억) ▲신안 5%(145억) ▲영광 4%(116억)로 최종 배분비율이 결정됐다. 상대적으로 피해가 심하지 않았던 전라도 지역에 18%가 배분되면서 태안을 비롯한 충남지역에서는 불만이 높아졌었다.

특히, 대한상사중재원의 중재판정은 삼성중공업이 출연한 기금 총액인 3600억원이 아닌 이미 집행된 지역환원사업비 등 500억원과 향후 충남도 피해 시‧군을 위해 사용할 예정인 200억원의 지역환원사업비 200억원을 제외한 2900억원으로 배분한 비율이다.

삼성지역발전기금의 배분이 지연되면서 붙은 이자 수익 160억 원도 대한상사중재원의 중재판정 비율에 따라 11개 시‧군에 배분될 것으로 전해졌다.

이럴 경우 태안군에는 2900억원의 49%인 1421억원과 이자 160억원의 49%인 78억4천만원을 합쳐 1499억4천만원을 배분받는 셈이다.

삼성지역발전기금을 수탁받기 위한 앞으로 절차는 어떻게 되나

그렇다면 대한상사중재원으로 판결을 통해 배분받은 삼성지역발전기금을 수탁받기 위해서는 어떠한 절차가 남았을까.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랑의 열매'에 따르면 지난 8월 3일, 삼성중공업으로부터 지역발전기금의 지정기탁서를 접수했으며, 해수부가 사업 타당성을 확인한 뒤 제출한 피해주민단체의 총괄 사업계획서를 지난 26일 이사회에서 심의한 결과 지정기탁을 수용하고 피해주민단체에 이 지역발전기금을 배분하기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이에 '사랑의 열매'는 허베이사회적협동조합과 재단법인 서해안연합회를 통해 기금을 지원할 예정이며, 피해민단체는 연간 세부사업계획서를 수립하고 관리‧감독 정부부처인 해수부의 승인을 받아 사업을 시행하게 된다.

뜨거운 감자 '삼성지역발전기금', 수탁 위해 앞으로 남은 과제는

하지만, 삼성지역발전기금을 온전히 수탁받아 운영하기 위해서는 아직도 해결해야 할 숙제가 남아 있다. 바로 기금 수탁 문제를 놓고 허베이사회적협동조합(이하 허베이조합)과 민간조직인 '군민발전기금 1500억원 찾기 범군민회(이하 범군민회)'의 갈등이다. 범군민회는 삼성기금을 투명성과 효율적인 집행을 위해 허베이조합이 아닌 태안군이 수탁,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허베이조합은 삼성중공업과 11개 시‧군 피해민단체 간 맺은 협약서와 부속협약서를 내세우며 허베이조합이 삼성지역발전기금을 수탁, 운영할 수 있는 유일한 단체라는 점을 부각시키며 여전히 평행선을 걷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민선7기의 문을 연 가세로 태안군수가 아직까지 뚜렷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지만 그나마 새롭게 꾸려진 제8대 태안군의회가 수탁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는 허베이조합과 범군민회, 그리고 태안군의회, 태안군, 태안군민 등 5자간 공론의 장을 마련해보자는 의지가 강해 눈여겨 볼만 하다.

가세로 태안군수는 가장 최근인 지난 6.13 지방선거 당시 '삼성지역발전기금'에 대한 해법을 묻는 질문에 "아직까지 피해지역과 지역민에 대한 보상과 치유가 완전하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느끼고 있다"고 전제한 뒤 "삼성지역발전기금 문제로 지역민과 유관단체, 행정 조직간의 갈등도 일고 있는데 원칙을 무시한 이권개입 양상에서 비롯된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이 기금은 피해지역에 대한 발전기금이다. 유관단체 등과 군 행정이 서로 협조하여 올바르게 집행되고 취지에 부합되게 사용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취임 4개월 동안 지역의 갈등요인이면서 뜨거운 감자인 '삼성지역발전기금'에 대해서는 해법 마련에 소극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모양새다.

다만 제8대 태안군의회가 지난 11일 열린 행정사무감사에서 삼성지역발전기금으로 인한 민-민 갈등 해소를 위한 의지를 내비쳤다.

당시 김영인 의원은 "삼성지역발전기금으로 인한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태안군의 입장이 중요한데, 허베이조합과 범군민회, 군의회, 태안군, 군민이 함께 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면서 "자주 만나서 대화하다보면 의견이 모아질 것으로 보고 태안군에 방법을 찾아볼 것"을 주문했다.

이에 전강석 태안군유류피해대책지원과장은 "현재 허베이조합과 범군민회가 의견을 좁히지 못하는 부분이 수탁방법인데 평행선을 긋고 있는 지역주민간의 갈등을 풀어가기 위해서는 토론과 절충해 나가야 한다"면서도 "허베이조합의 지도‧감독권이 해양수산부에 있어 해수부와 교감을 하면서 정보교류도 하면서 민감하게 파악하고 있다.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해결방법은 더 어려워질 것이기 때문에 최대한 일정을 앞당겨 양 단체가 대화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가겠다"고 밝혀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편, 허베이스피리트 원유유출사고는 2007년 12월 7일 충남 태안군 소원면 만리포 앞바다에서 삼성중공업 소속 삼성 1호 크레인 부선과 정박해 있던 홍콩 선적의 유조선 허베이스피리트호가 충돌해 유조선 탱크에 있던 원유 12547kl가 바다로 유출된 사건이다.

이 사고로 태안군의 양식장, 어장 등이 원유에 오염돼 어패류가 집단 폐사했으며, 어장이 황폐해지면서 해당 지역의 생업에 막대한 영향을 끼쳐 지역경제에 큰 타격을 줬다.
덧붙이는 글 태안신문에도 송고합니다.
#태안기름유출사고 #삼성지역발전기금 #사회복지공동모금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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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의 지역신문인 태안신문 기자입니다.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밝은 빛이 되고자 펜을 들었습니다. 행동하는 양심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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