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이] 사골에서 집 고치다 10년 늙는다

등록 2018.10.27 11:05수정 2018.10.27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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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창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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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전 귀촌하면서 세들어 살았던 전남 구례군 토지면 용정마을, 옛 구옥은 65년의 세파를 견디어 왔음에도 겉모습은 용케도 잘 견디고 있었습니다.


살면서 불안했던 것 중에 하나는 누전으로 인한 화재사고였습니다. 짐을 옮겨 놓은지 얼마 안된 바람이 몹시 심하던 날 대나무 사이를 가로지르는 전선에서 불꽃이 일어 소방대원들이 출동을 하고 한전의 후속 조치가 있었지만 터무니 없이 고지되는 전기료는 어디선가 전기가 줄줄 새어나가고 있음의 경고장이었습니다.

이렇듯 시골 마을의 대다수 가옥은 누전, 가스, 배수, 배관, 누수... 등의 문제점을 안고 있음에도 별다른 조치가 없이 나이드신 어르신들이 불편한 환경에서 주거하고 있음이 더 큰 문제입니다.

이사마을 이정순 어머니 댁도 마찬가지 실정인지라 '귀농귀촌협회' 의 봉사대원들이 방문을 하였습니다. 울퉁불퉁한 벽을 베니어 합판으로 손질을 한 후에 바람 구멍을 잡고 깔끔하게 도배를 하였습니다.

전기료 걱정을 조금이나 덜어 드리려 LED 등으로 교체를 하고 부엌 LPG 밸브에 가스차단장치를 달고 혹시 모를 화재 예방책으로 화재 경보기를 부착하여 드렸습니다.

어머니 더 필요한 것 없으세요? 귀농귀촌회원들의 물음에 주저 하시다가 보일러 좀 봐 주시라 합니다. 얼마 전부터 고장이 나서인지 수리 기사를 불러 비싼 돈을 썼는데도 작동이 되다가 중간에 멈춰서곤 한다는 하소연이었습니다. 요인은 간단했습니다. 밸브가 꺾여 가스가 배출되지 않는 탓이었습니다. 전번에 왔던 유료 수리기사가 조금만 꼼꼼하게 손을 썼더라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겁니다. 긴 겨울이 다가 오는데 얼마나 애가 타고 걱정이 되었겠습니까.


시골인지라 전문 기술을 가진 분들이 적고 도시에 비해 형편없이 비싼 것도 문제입니다. 여기저기에 집을 개량하거나 신축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대다수가 시공팀의 갑질과 책임감 없는 부실공사로 고생을 하는 경우가 많고 '집 짓다 10년 늙는다'는 말을 실감하고 있는 분들이 많습니다. 가스 차단기도 도시에서는 2~3만원인데 여기서는 눈 딱 감고 10만원을 요구합니다.

토박이 어르신들은 낡은 집 때문에 고생을 하시고 새로 귀촌하거나 귀농하는 분들은 살아아 할 집이 부족하여 신축하거나 개량하면서 희망이 절망으로 바뀌는 이런 일들은 이제 남의 일이 아닙니다. 절대적으로 감소하는 시골의 인구를 유지하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 시키며 미래를 담보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귀농귀촌인들의 순조로운 정착과 지역민들과의 교류, 융화입니다.

작은 일부터 해나가야 합니다. 관은 허가나 인가 사항등을 빠르고 공정하게 안내하여 불필요한 발목잡기 오해 소지를 해소해야 하며 자치단체는 이장단, 부녀회, 청년회등을 통해 신규 전입자의 애로 사항을 해소하여 주고 마을 공동체의 문화에 적응 할 수 있도록 마음의 문을 열어야 하며 신규 진입자는 오랜 마을의 전통을 존중하고 협력하는 진지한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관심이 필요합니다. 헌집 고치기 작은 봉사를 통해 마을 주민들과 하나가 되었습니다. 마을 이장님이 백숙을 정성스레 마련하여 주시어 귀한 음식을 나누며 마음의 문도 열었습니다. 주기적인 교류와 협력을 부탁하셨고 '그리 하겠습니다' 약속을 드렸습니다. 멀리 있는 아들, 딸, 가족보다도 가까이 있는 이웃 사촌이 더 살갑고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더 가까이 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더 겸손해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작은 힘이나마 공유하며 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 땅을 지켜오신 아버지, 어머니, 삼촌, 누이같은 분들이여, 귀농귀촌인 못됐다고 경원하지 마시고 더불어 갈 수 있도록 너른 품을 내어주십시요.
저희 힘이 필요하시어 불러 주시면 언제든 달려가
함께 하겠습니다.

나날이 감동인 이 땅에 살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시골살이 #귀농귀촌 #구례귀농촌협회 #헌집고치기 #더불어살기 #이웃사촌

#모이 #더불어살기 #시골살이 #귀농귀촌 #헌집고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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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아래, 섬진강가 용정마을로 귀농(2014)하여 몇 통의 꿀통, 몇 고랑의 밭을 일구며 산골사람들 애기를 전하고 있는 농부 시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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