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거래' 대상 된 강제징용 피해자들, '21년 소송' 끝날까

대법원 전원합의체, 30일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손해배상 소송 선고 예정

등록 2018.10.29 16:22수정 2018.10.29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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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동구 일본영사관 인근에 설치돼 있던 강제징용 노동자상. 지난 5월 31일 부산 동구청은 이를 철거했다. ⓒ 정민규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손해배상 소송의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피해자들이 처음 소송을 시작한 후 21년 만에 일말의 결실을 맺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또 해당 소송이 양승태 대법원의 '재판거래' 사례 중 하나로 꼽히고 있어 그동안 재판이 지연된 까닭을 두고 논란이 다시 점화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30일 오후 2시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4명(여운택·신천수·김규수·이춘식 할아버지)이 일본의 신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재상고심의 선고기일을 연다. 이날 판결은 다른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손해배상 소송에도 상당 부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관련 사건은 현재 알려진 것만 20여 건에 달한다.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여운택·신천수 할아버지는 1997년 일본 법원에 소송을 낸 뒤 2003년 패소하자, 다른 피해자 김규수·이춘식 할아버지와 함께 다시 2005년 서울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1·2심에서 패소하며 한국 법원에서도 순탄치 않은 소송 과정을 겪었다. 1·2심은 ▲ 신일본제철이 구일본제철의 채무를 승계했다고 볼 수 없다는 일본 법원의 판단에 문제가 없고 ▲ 1965년 박정희 정권이 일본과 맺은 한일청구권협정으로 인해 피해자들의 청구권이 소멸됐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2012년 대법원은 이러한 판결을 깨고 사건을 2심으로 돌려보냈다(파기환송). 당시 대법원 1부(이인복·김능환·안대희·박병대 당시 대법관)는 ▲ 구일본제철-신일본제철 승계를 부정하며 내세운 일본 법원의 판단이 우리 헌법에 어긋나며 ▲ 한일청구권협정만으로 대한민국 국민 개인의 청구권이 소멸됐다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대법원의 판단대로 피해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30일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신일본제철이 이에 불복해 상고하며 열리는 재상고심이다. 전원합의체는 대법원장과 대법관 전원으로 구성되는데 정치·사회적으로 논란이 있거나 파급력이 있을 만한 사건을 다룬다.

이번 판결은 최근 불거진 '사법농단' 사태와도 연관이 있다. 신일본제철의 상고로 2013년 8월 사건을 접수한 대법원은 5년 넘게 결론을 내리지 않았는데, 여기에 박근혜 정권과 양승태 사법부의 재판거래가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사법농단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은 양승태 대법원이 한일관계에 민감한 재판을 지연시키는 대신, 박근혜 정권으로부터 판사 해외파견 확대를 요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검찰 수사 과정에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법원행정처 문건이 발견됐고,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현재 구속수사 중)이 2013년 10월 주철기 당시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에게 이를 설명·부탁한 정황도 드러났다. 또 검찰은 2013~2014년 차한성·박병대 당시 법원행정처장이 김기춘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의 공관에 찾아가 청와대 지침을 전달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의혹이 드러나는 과정에서 대법원은 지난 7월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소송을 전원합의체로 넘겼고, 지난 16일에야 "오는 30일 선고기일을 연다"고 밝혔다.

이번 대법원 판결에서 피해 할아버지 4명이 최종 승소하면 2005년 한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후 13년 만이며, 비록 패소했지만 1997년 일본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후 21년 만에 거두는 일말의 결실이다.

하지만 일본 법원에서의 패소, 한국 법원에서의 1·2심 패소, 뒤집힌 판결 후 대법원의 재판 지연 등 긴 시간이 흘러온 동안 할아버지 4명 중 여운택·신천수·김규수 할아버지는 이미 고인이 됐고, 현재 이춘식 할아버지만 생존해 있는 상황이다.
#강제징용 #대법원 #전원합의체 #재판거래 #임종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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