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인 "북한은 악마? 도움 안 되는 사고방식"

문정은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 언론에 일침... "무조건 인용은 위험"

등록 2018.10.29 17:32수정 2018.10.29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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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 사진은 지난 9월 7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박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주최로 열린 ‘북·미관계와 북핵전망’에 참석하는 모습. ⓒ 신나리

  
"사이버 안보, 북한 인권, 북한 경제개혁... 북한과 관련한 모든 이슈를 동시에 해결할 수 없다. 우선순위를 정해 차근차근 해결해야 한다. 무엇이 가장 중요할까? 핵미사일 이슈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는 우선순위를 명확히 했다. 북한의 인권 탄압을 문제삼으며 손가락질하는 대신 핵미사일 폐기, 비핵화를 말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북한과 강력한 유대관계가 있어야만 김정은에게 말할 수 있는 것 아니냐"라며 "북한 인권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미국과 국교 정상화는 불가능하다는 말도 그때야 먹힐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문 특보가 29일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주최한 '2018 KPF 저널리즘 컨퍼런스(KPF)'에서 한 말이다. 이날 '평화 저널리즘과 한반도'를 주제로 강연에 나선 그는 '언론이 북한을 어떻게 보도하고 접근해야 하는지' 설명했다.

"북한을 너무 사악하게 만들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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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후 평양 중구역 만수대의사당에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문정인 대통령 외교안보특, 박지원 의원 등 평양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원과 함께 면담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 평양사진공동취재단

 
북한 비핵화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문 특보는 29일 '언론의 시선'이 바뀌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북한을 어떻게 보도하는가'에 따라 한반도 평화의 발걸음이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북한을 너무 사악하게 만들면 안 된다. 물론, 북한은 장성택 처형이나 김정남 암살 등 이해되지 않은 일들을 많이 벌여왔다. 하지만 북한을 악마로 생각하는 건 아무 도움이 안 된다. 북의 행동을 면밀하게 분석하고,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바라봐야 한다."

문 특보는 북핵 해법의 근본적 대안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받는 페리 프로세스의 주인공 윌리엄 페리 전 미국 국방장관의 말을 인용했다. 그는 "페리 전 장관이 북한을 몇 번 방문하고 나서 한 말이 있다"라며 "북한을 있는 그대로 보고 이해해야지 원하는 대로 봐서는 안 된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북한을 나쁘게만 보려면 모든게 북한 탓이 된다, 제네바 합의를 파기한 것도 북한이 아니라 부시 행정부"라며 "2005년 9.19 공동성명에 서명한 다음날 미국이 북에 제재를 가해 협상 전체가 파기됐다"라고 덧붙였다. 개혁, 개방을 비롯해 비핵화 과정을 파탄 낸 것이 모두 북한의 탓은 아니라는 것.

문 특보는 편견의 안경을 쓰고 북한을 바라봤을 때 생길 수 있는 일들을 하나하나 꼬집었다. 그는 "북이 하는 말 모두를 정치적 선전으로 생각하는데, 북한 관영매체인 <로동신문> <조선중앙통신>을 잘 들여다보면, 부분적인 진실이 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이런 것들을 무시하고 <뉴욕타임스>나 <워싱턴 타임스> 등 서방 전문가의 눈을 통해서만 북한을 보려 한다"라고 말을 이어갔다.

"북한, 선 신고 후 보상 절대 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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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후 평양 중구역 만수대의사당에서 열린 평양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원-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면담에 앞서 김 상임위원장이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와 인사하고 있다. ⓒ 평양사진공동취재단

 
문 특보는 이날 강연에서 '융통성 있는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불가역적인 핵 폐기를 할 때까지 보상하지 않겠다는 미국의 방식을 비판한 것이다. 그는 "미국은 북한이 핵 사찰을 받아들이면 그다음에 종전선언을 생각해보겠다고 하는데, 이를 북한이 받아들일 수 있겠냐"라며 반문했다.

"최근 평양을 방문했을 때, 북측의 고위급 인사를 만났다. 먼저 핵 신고를 하고 핵 사찰을 받아들이면 어떻겠냐, 그리고 신뢰 구축으로 가면 어떠냐고 했다. 북한의 고위급 인사는 '지금 우리는 미국과 적대적 관계인데 핵시설, 핵물질의 양과 위치, 규모를 어떻게 신고하는가'라고 했는데 일리 있는 말이라 생각했다."

문 특보는 북측 인사와 나눈 대화를 설명하며, 북한과의 협상에 유연한 태도로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 정보당국은 북한에 60∼65개의 핵탄두가 있다고 한다, 그런데 실제 핵탄두가 20개여서 북한이 그렇게 신고하면 미국은 '불충분하다'라고 할 것"이라며 "그렇게 하면 협상이 깨진다는 게 북한의 입장"이라고 부연했다.

문 특보는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 보여주기 전까지 대북 제재를 완화할 수 없다는 건 현실성이 있는 방안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사실 확인 어렵다고 무조건 인용? 위험한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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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인 북-미 정상 첫 만남 역사적인 첫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12일 오전 싱가포르 센토사 섬 카펠라호텔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악수를 하고 있다. ⓒ 케빈 림/스트레이츠 타임스 제공

   
이날 한국언론진흥재단 주최로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2019 KPF 저널리즘 콘퍼런스'에서 문 특보를 포함해 북한 관련 뉴스를 보도한 전문기자들은 '북한을 향한 편향된 보도'를 꼬집기도 했다.

2003년부터 3년 동안 평양에서 북한 관련 보도를 취재했다는 스타니슬라브 바리보다 타스통신 한국특파원은 "북한에 가기 전에 읽었던 기사의 80~90%가 편향된, 북한을 악마화한 보도였다"라고 말했다.

이어 "(내가) 2005년도에 평양에 있는 회의장에서 김정일 초상화를 제거하고 김일성의 초상화만 벽에 남겨뒀다는 기사를 썼는데 다음날부터 다른 언론에서 세부적인 것을 하나씩 추가해 북한에서 혁명이 일어나는 것처럼 써서 놀랐다"라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파울라 핸콕스 CNN 서울지국 특파원 역시 "김정은이 고모부인 장성택을 처형하고 개에게 줬다는 보도는 사실을 확인하기 어려운 보도"라며 "이런 말이 나오자마자 여러 언론이 무조건 인용하기 시작했다, 무책임한 보도"라고 일갈했다.

문 특보 또한 "북한의 뉴스를 다룰 때 선정적인 보도, 왜곡된 보도는 피해야 한다"라며 "북을 객관적으로 보고, 두 번 세 번 검증하며 보도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문정인 #북한 #평양 #비핵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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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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