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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만원 몰래 만든 영상, 그가 지목한 '북한군' 정체를 밝히다

80년 5월 북한군 개입설 차분하고 촘촘하게 반박하는 다큐멘터리 <김군>

18.10.30 15:28최종업데이트18.10.30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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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영화 <김군>의 한 장면. 지만원 씨가 북한군 제1 광수로 주장한 시민군 ⓒ 1011 필름

   
다큐멘터리의 출발은 이름 모를 한 시민군이었다. 1980년 5월 광주에서 계엄군의 야만적인 살육에 저항하기 위해 무장한 시민들은 시민군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그런데 보수논객 지만원씨는 북한군이 광주에서 폭동을 일으킨 증거라며 이들 80년 광주의 시민군들을 지칭해 일련번호를 붙였다. 제1 광수, 제2 광수, 제3 광수...

수많은 시민군들은 졸지에 광주에서 무장 항쟁을 일으킨 남파 북한군이 됐다. 그렇다면 이 주장은 사실일까?

[관련기사] 지만원이 간첩으로 지목했던 광주시민군, 그의 놀라운 정체

북한군 개입설 검증하는 다큐멘터리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된 다큐멘터리 <김군>은 지만원씨가 주장한 북한군 개입설을 추적하는 다큐멘터리 영화다. 강상우 감독은 5.18 관련자들의 증언과 각종 자료를 찾아 진실에 접근한다.
 
북한군 광수로 지목된 사람들은 하나같이 자신들이 북한군으로 매도당한 것에 대해 어처구니없어하면서 분노를 토해낸다. 그럼에도 '제1 광수'로 지목된 인물은 쉽사리 나타나지 않는다. 어렵게 그 인물을 찾는 과정에서 넝마주이로 살던 '김군'이라는 증언이 확보된다. 그렇다면 그 김군은 지금 어디에 있는 것일까?
 
다큐멘터리 <김군>은 김군의 소재파악에 애를 쓰지만, 단순히 지만원씨의 주장이 허위임을 확인하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다큐는 40년 가까이 그 아픔을 안고 살아가는 피해자들의 모습에도 주목한다.

희미한 기억을 끄집어내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은 아직도 끝 모를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었다. 80년 5월 상처가 깊은 아픔으로 박혀 있는 이들에게 옛 기억을 되살려내는 것 자체가 악몽을 다시 떠올리는 것과 같은 고통이었던 것이다. 
 
80년 5월 탱크로 밀어붙인 군사독재에 의해 폭도의 누명을 썼던 그들은 이후 민주화운동 유공자로 재평가 받는다. 하지만 당시 그들이 겪었던 악몽은 이후의 보상이 무의미할 만큼 깊게 파여 있었고, 그 아픈 상처는 쉽게 치유할 수 없는 것이었다.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하는 <김군>이 은연중 강조하는 것 역시 어쩌면 죽는 순간까지 치료되기 어려운, 평생을 안고 가야 하는 불치병과 같은 상흔이었다.
 
다큐의 내용을 보고 있노라면 5월의 시민군을 북한군이라 지칭하는 지만원씨의 주장은 단순한 억지를 넘어 그들의 깊은 상처를 헤집어 고통을 가중시키려는 악행에 가깝다고 느끼게 된다. 이 땅의 민주주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80년 5월 광주의 진실을 다시 왜곡하고 폄훼하려는 시도인 것이다.
 
광주의 아픔 헤집는 악행
 

다큐멘터리 영화 <김군>의 한 장면 ⓒ 1011 필름

 
다큐멘터리 <김군>에 등장하는, 북한군으로 지목된 광주 시민들은 지만원씨에 대해 민형사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25일 광주지법 민사13부(김성흠 부장판사)는 5·18 단체 4곳과 당사자 5명이 지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지씨에게 총 9500만원 배상판결을 내렸다. 
 
현실이 이런 데도 자유한국당이 지만원씨를 5.18 광주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에 추천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80년 광주를 총칼로 유린한 전두환의 민정당은 이후 민자당-신한국당-한나라당-새누리당을 거쳐 지금의 자유한국당으로 이어지고 있다. 
 
수많은 증언과 자료들이 있고, 또한 영화를 통해서도 당시의 진실이 드러나고 있음에도 80년 5월 광주를 왜곡하고 모욕하려는 자를 진상규명 조사위원으로 검토하겠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지만원 시스템클럽 대표가 2015년 3월 19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5.18역사의진실대국민보고회에서 "5.18은 북한군 600명이 주도했고, 광주에 민주화 운동은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 이희훈

  
다큐멘터리 <김군>은 기획단계에서부터 주목받은 영화였다. 제작이 한창이던 2015년 인천다큐멘터리포트에서 '베스트 코리안 프로젝트' 상을 비롯해 후반작업 지원, 극장개봉지원 등 여러 개의 상을 받았지만 지만원씨의 주장을 검증하는 내용이라는 게 외부로 드러나는 것을 극히 조심했다. 혹시라도 지씨에게 알려질 경우 제작에 어려움이 생길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그렇게 치밀하게 준비된 다큐멘터리는 지만원씨의 거짓 주장을 사진 속 북한군으로 지목된 당사자들의 증언과 증거 자료라는 그물을 통해 빠져나갈 수 없게 잡아낸다. <김군>이 갖는 힘이다. 광주의 아픔은 단순히 광주만이 아닌, 우리 모두가 보듬고 가야할 부채라는 것 역시 강조한다.

내년 5.18을 즈음해 개봉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현실이 <김군>의 개봉을 촉구하는 모습이다.
김군 지만원 5.18 다큐멘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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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독립영화, 다큐멘터리, 주요 영화제, 정책 등등) 분야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각종 제보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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