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희재 손 들어준 대법원 "'종북' 표현은 의견표명"

전원합의체 통해 원심 '이정희 승소' 판결 파기환송... "표현의 자유 제한 안 돼"

등록 2018.10.30 17:42수정 2018.10.30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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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정부 시절 국정농단 사태의 발단이 된 '비선 실세' 최순실씨의 태블릿PC 관련 보도가 조작됐다고 주장해온 미디어워치 대표 고문 변희재씨 구속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2018.5.29 ⓒ 최윤석

 
변희재씨가 이정희 전 통합진보당 대표 등을 '종북', '주사파'라고 표현한 것은 명예훼손이나 모욕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판단했다.

30일 대법원은 이정희 전 통합진보당 대표와 남편 심재환 변호사가 변희재씨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이 전 대표가 승소한 원심 판결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타인에 대한 명예훼손이나 모욕은 허용되지 않지만 명예훼손과 모욕에 대한 과도한 책임 추궁이 정치적 의견 표명이나 자유로운 토론을 막는 수단으로 작용해서는 안 된다"라며 "정치적 표현에 대하여 명예훼손이나 모욕의 범위를 지나치게 넓게 인정하거나 그 경계가 모호해지면 헌법상 표현의 자유는 공허하고 불안한 기본권이 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치적·이념적 논쟁 과정에서 통상 있을 수 있는 수사학적인 과장이나 비유적인 표현까지 금기시하고 법적 책임을 지우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라며 "종북, 주사파 등의 용어가 사용됐으나 이 표현행위의 의미를 객관적으로 확정할 경우 사실 적시가 아니라 의견표명으로 볼 여지가 있다"라고 판단했다.

또 "이 사건 표현행위의 내용을 뒷받침할 만한 관련 언론보도도 적지 않았다"라며 "이 사건 표현행위 당시 원고 이정희는 국회의원이자 공당의 대표로서 공인이었고 그의 남편인 원고 심재환도 사회활동 경력 등을 보면 공인이나 이에 준하는 지위에 있었다고 볼 여지가 있다, 원고들이 공인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변씨의 행위가) 위법하지 않다고 봐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대법원의 판결은 대법관 8명(김소영, 조희대, 권순일, 박상옥, 이기택, 김재형, 조재연, 안철상)의 다수의견에 따라 나왔다. 대법원은 나머지 대법관 5명(박정화, 민유숙, 김선수, 이동원, 노정희)의 소수의견을 공표하기도 했다.

소수의견을 낸 대법관들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표현의 자유가 최대한 보장돼야 하고 특히 공적인물이나 정치적 이념에 대한 비판과 검증은 더욱 철저하게 이뤄져야 하지만 표현의 자유에도 일정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라며 "우리 사회에서 종북, 주사파, 경기동부연합이라는 용어는 그러한 입장으로 규정된 사람들을 민주적 토론의 대상에서 배제하기 위한 공격의 수단으로 사용돼 온 측면도 있다"라고 판단했다.

이어 "피고 변희재 등이 주사파라는 표현을 사용한 맥락과 글 전체의 취지를 보면 북한 정권을 무비판적으로 추종해 대한민국 정체성과 헌법적 기본질서를 부정하는 세력이라는 의미로 사용한 것이다"라며 "이 사건 표현행위를 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볼 수도 없다"라고 설명했다.

또 "피고 변희재 등은 원고 심재환이 원고 이정희를 조종하고 이용했다는 인상을 준다고 평가했는데 이는 여성비하적인 관점을 전제로 원고 이정희가 주체적이고 자주적인 사고능력이 없다고 폄훼하는 것"이라며 "아무리 정치적·이념적 논쟁이라 하더라도 이 사건 표현행위에 나타난 것과 같은 여성비하적 관점에서 인격을 침해하는 표현은 그 허용의 한계를 벗어난 것으로 봐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변희재씨는 2012년 3월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이정희·심재환 부부에 관해 "종북 주사파", "종북파의 성골 쯤 되는 인물", "경기동부연합의 브레인이자 이데올로그" 등의 표현이 담긴 글을 올렸다. <조선일보>와 <뉴데일리>는 변씨의 해당 글을 인용해 기사를 냈다.

원심은 이정희·심재환 부부가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변씨와 <조선일보>, <뉴데일리> 등의 명예훼손 혐의를 인정하며 500~10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 일부 정정보도 등을 판결한 바 있다.

한편 변씨는 박근혜 정부의 비선실세인 최순실씨의 태블릿PC 관련 JTBC의 보도가 조작됐다고 주장해 구속 상태로 재판(허위사실유포 등)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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