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국사의 가을은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열려있다

외국인이 눈에 띄는 경주, 그리고 핑크뮬리

등록 2018.11.01 11:31수정 2018.11.01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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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적으로 핑크 뮬리가 활짝 피었다. 몇 곳에만 피어 있던 핑크 뮬리가 사람들에게 인기를 얻으면서 핑크 뮬리를 심어놓는 곳이 늘고 있지만 첨성대가 있는 경주역사유적지구가 가장 넓은 면적에 쥐꼬리새 혹은 핑크 뮬리가 심어져 있었다. 경주의 낮이 밤보다 아름답다고 말할 수 있다면 바로 불국사와 첨성대가 있는 경주 역사유적지 구일 것이다. 
 

불국사 입구 ⓒ 최홍대

 
신라왕궁의 별궁터였던 동궁과 월지(東宮과 月池, 사적 제18호), 그리고 동양 최고의 천문시설인 첨성대(瞻星臺, 국보 제31호)가 있는 곳은 월성지구에 속한다. 전국의 여러 곳을 돌아다님에도 불구하고 경주에 올 기회는 많지 않아 불국사를 와본 것은 무려 30년 만이다. 신라의 최대 사찰이었다는 불국사는 말 그대로 불교의 본산이라고 할 정도로 한국을 대표하는 사찰이다. 
 

가을색 연못 ⓒ 최홍대

 
불국사의 입장료는 개인을 기준으로 가격이 저렴한 편은 아니다. 성인은 5000원, 중/고등학생/군경은 3500원, 어린이는 2500원을 받고 있다. 모두들 불국사의 가을은 특별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이곳을 찾은 듯 얼굴에는 기대에 가득 찬 표정을 가지고 들어가기 시작했다. 전국에서 왔을 수많은 차량과 버스가 뒤엉켜 평일에도 불국사의 가을을 만나기 위해 들어가고 있었다. 
 

천왕문 천왕문 ⓒ 최홍대

 
매표소가 있는 일주문을 지나면 좌측의 반아연지가 나오고 조금 더 올라가면 천왕문, 반야교를 건너면 범영 루와 자하문이 나온다. 좌측으로 돌아서 들어가면 대웅전, 좌경루, 무설전, 관음전, 비로전, 나한전, 극락전과 불국사를 대표하며 신라의 대표 석탑인 다보탑과 석가탑을 만나볼 수 있다. 
 

불국사 불국사 ⓒ 최홍대

 
주말에는 국내 관광객의 비율이 많지만 평일에는 한국을 여행하기 위해 온 중국인과 일본인, 동남아 사람들과 외국인들의 모습이 특히 많이 눈에 뜨인다. 
 

사찰 불국사 ⓒ 최홍대

 
불국사라는 사찰에 대해서는 이미 알려진 것이 많이 있다. 개인의 신분으로 전생의 부모를 위해 751년에 석굴암을 짓고 현생의 부모를 위해 불국사를 지었다는 삼국유사의 내용은 너무 잘 알려져 있다. 
 

약수터 약수 ⓒ 최홍대

 
불국사의 안쪽에는 방문한 사람들의 목을 축일수 있는 약수터가 여러 곳 있다. 생수를 챙기지 못한 사람이 있다면 이곳에서만큼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용의 형상을 한 석상에서 흘러나오는 물을 받아서 마셔본다. 차가운 가을 날씨인데도 불구하고 시원한 것이 물 맛이 좋다. 
 

사찰 불국사 ⓒ 최홍대

 
불국사와 조금 있다가 가게 될 첨성대 부근에서는 문화재를 만나는 시간이라기보다는 가을이 이곳을 어떻게 물들이는지 만나고 싶었다. 
 

다보탑과석가탑 불국사 ⓒ 최홍대

 
30년 만에 다시 만나게 되는 다보탑과 석가탑은 가을이라서 그런지 무언가 달라 보였다. 불국사의 대웅전과 자하문 사이의 뜰 동서 쪽에 자리 잡은 다보탑과 석가탑(불국사 삼층석탑)이 국보 제20호와 21호로 지정되었데 다보탑은 8세기 통일신라의 균형감 있는 목조건축 미감이 반영된 특수형 탑이며 석가탑은 한국의 일반형 석탑을 대표한다. 
 

석가탑 석가탑 ⓒ 최홍대

 
사람들은 대웅전 앞에 서있는 석가탑과 다보탑중 디테일이 더 있어 보이는 다보탑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그렇지만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아이들은 아기자기하게 볼 것이 많은 다보탑을 좋아하고 나이가 들어서는 선의 간결미가 돋보이는 석가탑을 좋아하는 듯하다. 
 

불상 불상 ⓒ 최홍대

 
대웅전의 불상을 보기 위해 청운교와 백운교를 건너가면 좋겠지만 문화유산의 보호를 위해 그곳이 아닌 돌아서 가는 수밖에 없다. 부처가 열려 있는 문으로 내려다보는 대웅전의 앞마당은 건축으로 쓴 불교 경전이라고 한다. 
 

불국사 가을 ⓒ 최홍대

 
올해도 어김없이 가을이 찾아왔다. 올 한 해의 마지막이 얼마 남지 않았다. 불과 2달 뒤면 2019년이 찾아온다. 생로병사(生老病死)의 그물 속에서 살아 있는 동안 끝없는 고뇌와 괴로움을 겪어야 하는 것에서 벗어나기 위해 고민하다가 싯다르다는 깨달은 사람이다. 그러나 속세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언제나 고뇌와 괴로움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신라를 대표하는 사찰인 불국사의 가을은 아름다웠으니 말이다. 
 

불국사 사람들 ⓒ 최홍대

 
수행을 하던가 고행을 하는 입장은 아니지만 적어도 이곳에서 보낸 시간만큼은 세상의 지루하고 갈등을 유발하는 사건사고 등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어서 좋았다.

석가는 또 인도의 고유 계급구조인 카스트 제도를 부정하면서 참선을 통해서 해탈에 이를 수 있다는 만민평등사상을 펼쳤다. 모두에게 기회가 열려 있는 평등한 세상이라고 하지만 실상 그렇지 않은 것을 보면서 허탈함과 박탈감이 느껴질 수도 있지만 불국사의 가을은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열려 있다. 
 

동부사적지대 사적지대 ⓒ 최홍대

 
불국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첨성대가 있는 경주 동부 사적지대가 있다. 경주 계림과 경주 내물왕릉과 인왕동 고분군을 배경에 두고 있는 이곳이 핫한 것은 바로 여성들에게 인기 있는 핑크 뮬리가 있다. 
 

학무 학무 ⓒ 최홍대

 
이곳에는 수시로 학무 같은 전통무용이 선보이고 있다. 학무에서는 두 학은 연통을 중심으로 몸을 흔들기도 하고(振身), 부리[觜]를 맞추는 시늉(鼓觜), 부리를 땅에 씻는 시늉(拭地), 목을 쳐들고 부리를 놀리며 벌레를 삼키는 시늉(擧首鼓觜) 등 학의 가지가지 동작을 볼 수 있다. 
 

학무 학무 ⓒ 최홍대

 
관광객들에게 둘러싸인 가운데 우리의 전통무용을 보여주고 있었다. 
 

첨성대 첨성대 ⓒ 최홍대

 
핑크 뮬리가 인기가 있던 탓일까 아니면 너무나 많이 만나본 첨성대였기 때문일까. 이곳에는 생각 외로 사람들이 거의 없었다. 빈 공간에서 홀로 덩그러니 우뚝 서서 과거에 별을 관측했던 역사를 대신하고 있다. 첨성대는 미신적인 점성학과 과학적인 천문학을 관측하는 기능을 수행했다. 
 

모과나무 모과나무 ⓒ 최홍대

 
첨성대 앞에는 모과 향기가 흘러나오는 모과나무가 한그루 심어져 있었다. 가을이면 전국의 적지 않은 명소에서 모과향을 만날 수 있다. 첨성대와 그 앞에 심어져 있는 모과는 어울릴까. 감기 예방과 천식, 기침에 쓰는 모과주 선명한 노랑에 진한 향기를 내뿜는 당당한 야생과일 모과는 관심 있는 사람에게만 손을 내밀어주고 있다. 
 

핑크뮬리 핑크뮬리 ⓒ 최홍대

 
여성분들이 좋아한다는 핑크뮬리를 만날 수 있는 시간이다. 전통복색을 입고 이곳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느라 정신이 없는 여성분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가을이 되면 억새풀이 장관인 곳은 쉽게 볼 수 있지만 분홍억새라고도 불리며 벼과 쥐꼬리새속의 여러해살이풀인 핑크 뮬리는 최근 몇 년 사이에 인기를 얻고 있다. 
 

핑크뮬리 핑크뮬리 ⓒ 최홍대

 
헤어리온 뮬리(Hairawn muhly), 걸프 뮬리(Gulf muhly)라고도 불리는 핑크 뮬리의 학명은 'Muhlenbergia Capillaris'다. 전국은 말 그대로 핑크 열풍이다. 그러나 외래종인 핑크 뮬리가 이렇게 확산되어 가는 것이 마냥 긍정적이지만은 않을 수도 있다. 
 

핑크뮬리 핑크뮬리 ⓒ 최홍대

 
전국적으로 핑크 뮬리가 이렇게 빠르게 확산이 되어가고 있는 것은 그동안 보지 못했던 풍광을 만들어주기 때문이기도 하다. 역사지구에 핑크 뮬리가 피어 있다는 희소성도 있다고 볼 수 있지만 이제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지자체 등에서 경쟁적으로 핑크 뮬리를 심기 시작하면 비슷한 조경이 연출돼 지역 특색이 반영된 곳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가을 경주 ⓒ 최홍대

 
파아란 가을 하늘과 저 뒤로 보이는 첨성대를 배경으로 핑크색의 물결이 장관인 것은 사실이다. 이곳을 그냥 지나쳐가기 어려운 이유이기도 하지만 모든 지역이 핑크 뮬리로 물들이는 것은 지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순두부 순두부 ⓒ 최홍대

 
한국을 대표하는 고찰인 불국사의 가을을 만나고 가을색이 만연한 핑크 뮬리를 보면서 돌아다녔더니 허기가 지기 시작했다. 경주에는 유독 순두부 집들이 많이 있다. 마지막으로 경주를 왔을 때도 순두부를 먹고 갔던 기억이 있는데 이번에도 순두부였다. TV 프로그램 등에 등장을 해서 많은 사람들이 찾아온다는 순두부집은 그냥 간단하면서도 뱃속에 무리 없이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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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지 쓰는 남자입니다. 영화를 좋아하고 음식을 좋아하며, 역사이야기를 써내려갑니다. 다양한 관점과 균형적인 세상을 만들기 위해 조금은 열심이 사는 사람입니다. 소설 사형수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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