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혁신', 그러니까 뭐를 하자는 말이요?

[주장] 지역에서 지속가능한 생태계 만들기를 제안한다

등록 2018.11.01 15:19수정 2018.11.01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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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제', 풀기 어려운 문제를 말한다. 혁신이란 새로운 방법으로 그 동안 해결하지 못했던 문제를 푸는 것이다. 사회혁신이 해결해야 할 두 가지 종류의 문제가 있다. 첫 번째 숙제는 바로 이 사회적 '난제'들이다. 그리고 두 번째 숙제는 '생활 밀착형 문제', 즉 시민들이 생활상 느끼는 불편과 필요를 해결하는 것이다.

사회혁신은 '시민 주도와 협업'을 특징으로 한다. 문제의식을 가진 개인이나 시민단체, 풀뿌리 현장 조직들이 문제해결 과정을 주도하고, 여러 이해당사자, 관련 전문가, 행정과 기업이 협업으로 문제해결팀을 구성해 풀어가야 효과가 크다. 어떤 문제의 해결이 지금 필요한가 하는 '의제의 제안'은 시민사회와 행정, 기업, 정당 등 모두 가능하지만, '의제의 결정'은 시민의 몫이다. 시민 주도로 문제해결팀이 구성되어야 이후 진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온라인 광주시민총회 http://521festa.kr 홍보물 광주시민의 날 '금남로 시민정치페스티벌' 행사인 광주시민총회가 2018년엔 온라인플랫폼까지 열어서 더 많은 시민들의 제안, 토론, 투표가 이어졌다. ⓒ 이민철

 
사회혁신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이미 시민운동, 사회적 경제운동, 사회복지 운동의 여러 현장에서 혁신이 이루어져왔고 점차 넓어지고 있다. 여러 지자체에서 혁신이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시민주도와 협업'을 통한 사회혁신은 시작단계다. 사회혁신이 지속가능한 것이 되려면, 사회혁신가와 풀뿌리 사회혁신 조직들이 성장하고, 사회혁신 플랫폼이 활발하게 작동하는 생태계가 필요하다.

정부혁신을 통한 행정의 변화 또한 필수적이다. 행정은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의제를 만드는 일부터 해결까지 협치가 작동하도록 구조를 바꿔야 한다. 그리고 사회혁신에 필요한 돈은 시민의 세금인 공공 예산을 기본으로, 기업의 사회 투자와 시민 모금을 통해 해결한다. 

지속 가능한 사회혁신 생태계 ⓵플랫폼

건강한 사회혁신 생태계가 만들어지려면 뜻 있는 사람들과 조직들이 서로를 연결하고 움직일 수 있는 마당이 펼쳐져야 한다. 의제에 대한 정보를 나누고, 해법을 모색하며, 필요한 자원을 연결할 수 있는 플랫폼은 필수다. 플랫폼에서는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모든 의사 결정은 참여자들의 토론과 투표로 해야 한다. 어떤 의제에 어느 정도의 예산과 자원을 배분할 것인지도 시민들이 직접 결정한다. 문제의 해법을 시민들에게 구하고, 함께 해결할 사람들을 찾아 연결하는 것도 플랫폼을 통해 이루어진다.

사회혁신 플랫폼은 온라인 플랫폼과 오프라인 공간 모두 필요하다. 기본적으로 온라인을 통해 정보 공유와 토론, 의사 결정이 이루어지겠지만, 온라인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을 위한 공간도 필요하다. 온라인과 똑 같이 실시간으로 정보를 나누고, 참여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문제의식을 나누고 함께 작업할 사람을 연결하며, 만남과 회의, 다양한 협업이 가능한 공간이 필요하다.

사회혁신 플랫폼은 의제 제안과 해결과정을 누가 주도하느냐에 따라 네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첫 번째는, 시민이 제안하고 결정한 의제를, 행정이 주도적으로 협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플랫폼이다. 광주시민총회, 지자체마다 만들고 있는 민주주의 온라인 플랫폼이 이에 해당한다.
 

2018년 광주시민총회 제안도 2017년 첫 광주시민총회가 열린 뒤, 광주전남연구원에서 평가와 발전 방향에 대한 연구작업이 진행되었다. 김재철 박사, 김기곤 박사 연구팀이 시민들과 기획단의 의견을 종합해 앞으로의 방향을 제안했다. 제안도는 보고서에 실려있다 ⓒ 이민철

  

광주 민주주의 온라인 플랫폼 구조도 광주시민총회를 진행하면서 온라인플랫폼에 대한 요청이 많아졌다. 2017년 세계적으로 유명한 민주주의 온라인 플랫폼인 '디사이드 마드리드' 관계자, 와글의 이진순 대표 등을 광주로 초청해 포럼을 열었고, 시민과 전문가들이 참여해 '광주 민주주의 온라인 플랫폼'을 함께 설계했다. 광주 민주주의 온라인 플랫폼은 현재 제작중으로 2019년 초 문을 열 예정이다. ⓒ 이민철

 
두 번째는, 시민이 제안하고 결정한 의제를, 시민사회가 주도적으로 문제해결팀을 구성하고, 행정과 기업 등 협업 상대들을 끌어들여 진행하는 플랫폼이다. 대구혁신포럼, 광주혁신포럼 등 지역의 사회혁신포럼 등이 이를 지향하고 있다.

세 번째는, 정부나 지자체, 기업이 일으킨 문제를 시민들이 연대와 협력을 통해 해결하는 플랫폼이다. 시민단체가 플랫폼으로 변화하거나, 연대단체나 NGO센터 등이 시민운동 플랫폼을 만들 수도 있고, 사회혁신플랫폼이 부분적으로 역할을 맡을 수도 있다.

네 번째는, 정부나 지자체가 시민들에게 해법을 구하는 플랫폼이다. 행정의 힘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난제를 제시하고, 시민들에게 함께 해결을 요청하는 것이다. 오바마 정부가 운영한 Challenge.gov가 좋은 사례다.
  
지속 가능한 사회혁신 생태계 ⓶시민과 시민력의 성장
 

사회혁신은 다양하고 복잡한 문제의 해결을 통해 시민들의 삶을 더 낫게 만드는 과정이다. 시민들의 생각이 성장하고, 연대와 협력이 넓어지고, 문제해결 역량이 커질수록 사회혁신의 성과는 커진다. 지자체와 정부의 행정 혁신, 정치 혁신도 추진력이 생긴다.

때문에 시민과 시민력의 성장은 지속 가능한 사회혁신의 동력이자 목표가 된다. 다양한 풀뿌리 시민조직이 늘어나면, 고립을 넘어 서로를 돌보는 관계망이 되고, 문제 해결을 통해 새로운 사회가치를 생산하게 되고, 시민 개인들이 성장하는 소중한 공간이 될 것이다. 의제가 선정되고, 다양한 시민작업실(리빙랩)이 운영되면서 풀뿌리 시민조직이 다양한 형태로 진화할 것이다. 

지속 가능한 사회혁신 생태계 ⓷행정 혁신과 공공 예산의 지원

정부와 지역 정부는 사회혁신 생태계의 중요한 주체로서 역할이 크다. 사회혁신 플랫폼을 함께 운영하고,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작업실을 행정-재정적으로 지원한다. 중요한 정책은 협치를 통해 결정하고, 문제 해결은 적극적으로 협업한다. 시민, 시민조직, 시민력의 성장을 적극적으로 지원한다. 많은 권한과 예산을 읍-면-동 마을자치회에 넘겨, 마을을 중심으로 시민들의 문제해결역량이 모이고 성장하도록 돕는다.

세상의 문제는 갈수록 많아지고, 시민들의 삶은 팍팍해지고 있다. 많은 시민들이 답답함을 호소한다. 문제는 많은데, 해결의 실마리가 안 보인다는 것이다. 아마 정부도 시민단체들도 마찬가지 고민일 것이다. 가능한 곳부터, 해결의 기미가 보이는 문제부터 시작해 지속가능한 사회혁신의 생태계를 함께 만들어 갈 때다.

누구를 탓하고 지적하기에 앞서, 혼자 힘으로는 안 되는 현실을 인정하고, 문제 해결에 관심 있는 이들이 둥글게 모여 앉는 일부터 시작하자. 문제가 무엇인지 분명히 하고, 해결책을 만들고, 자원을 연결하며 가능한 일부터 해보는 것이다. 민둥산에 씨앗이 뿌려지고 나무가 자라면서 생태계가 만들어지는 것처럼 사회혁신의 생태계도 그런 실험과 노력이 자라나면서 만들어질 것이다.
#사회혁신 #민주주의 온라인플랫폼 #시민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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