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양진호 때문에 재조명된 이 법, 이완영이 막았다?

[오마이팩트]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계류는 한국당 때문' 주장 검증해 보니

등록 2018.11.01 17:53수정 2018.11.01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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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30일 탐사보도전문매체 '셜록'과 '뉴스타파'가 공개한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의 전 직원 폭행 영상. ⓒ 셜록/뉴스타파

 [기사 보강 : 1일 오후 6시 30분]

"자유한국당은 지난 9월에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하고 지금 법제사법위원회의 이완영 의원께서 잡으셔서 계류돼 있는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9월 국회에서 반드시 통과될 수 있도록 반드시 협조해주시기 바란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일 오전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한 말이다. 최근 탐사보도전문매체 <셜록>과 <뉴스타파>에 의해 직원 폭행·갑질 행각이 드러난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을 비판하는 와중이었다.

한 의원은 "엽기적인 방식으로 직원을 괴롭힌 양진호 회장은 지금까지 알려진 사실만으로도 얼마나 많은 노동법을 위반했을지 짐작할 수 있다"라면서 "노동부는 즉각 양진호 회장과 관련된, 소속돼 있는 회사에 대한 특별감독을 실시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완영 자유한국당(아래 한국당) 의원이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을 법사위에 계류시켰다는 한정애 의원의 발언은 사실일까?

[관련 사건 정리] 간호사 태움·대한항공 일가 갑질 등으로 필요성 부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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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24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대한항공, 아시아나 직원들과 시민들 참석해 항공재벌 갑질격파 시민행동 집회가 열리고 있다. ⓒ 이희훈


사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처리를 강조한 이는 한정애 의원뿐만이 아니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도 같은 회의에서 양 회장 사건을 '직장 내 갑질 폭력 사건'으로 규정하면서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적 기반도 필요하다, 이미 국회 환경노동위를 통과해서 법사위에 계류 중인 우리 당 강병원·한정애 의원이 제출한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을 정기국회 내에 처리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다짐했다.

'직장갑질 119'의 조혜진 변호사도 전날(10월 31일) YTN라디오 <생생경제>와 한 인터뷰에서 "양진호 회장이 강제적으로 직원들에게 뭔가를 시킨다거나 하는 것도 처벌이 가능하냐"라는 질문에 "소위 말하는 갑질, 직장 내 괴롭힘이라는 것을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이 현재는 마련돼 있지 않다"라면서 "국회에 계류 중인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등) 입법안들이 빨리 처리돼야만 실질적으로 문제행위가 발생했을 때 법리적으로도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근거가 된다"라고 밝혔다.

실제로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은 19대 국회 당시 한정애 의원이 최초 발의한 법이다. 당시 한 의원은 근로기준법 일부개정법률안으로 직장 내 괴롭힘의 정의, 금지행위와 처벌조항 등을 담아냈다. 그러나 이 법은 기간 만료로 폐기됐다. 20대 국회 때도 여러 차례 발의됐다. 특히 민주당 강병원, 정의당 이정미 의원 등은 각각 '직장 내 괴롭힘 방지 및 피해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특별법)'을 대표 발의했다.

다행히 20대 국회 땐 관심이 모였다. 같은 해 '태움(직장 내 괴롭힘) 논란'으로 불거진 간호사의 근무환경과 처우개선 문제나 사회적으로 논란을 일으킨 대한항공 오너일가 갑질 행태 등이 사회적 문제로 크게 부각됐기 때문이다.

그 결과, 이 법안들은 지난 9월 소관 상임위인 환경노동위원회(아래 환노위)에서 논의돼 다른 의원들이 비슷한 취지로 발의했던 12건의 근로기준법 개정안 등과 함께 '근로기준법 일부개정법률안 대안'(위원회)으로 조정·통합, 만장일치로 가결됐다.

'직장 내 괴롭힘'의 금지 규정을 근로기준법 내 도입하고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시 사업주의 조치의무를 규정함으로써 직장 내 약자들의 협박, 따돌림 등 부당한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한 것이 주요 내용이다.

또한 환노위는 민주당 한정애·서형수 의원 등이 발의했던 산업안전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일부개정법률안도 이때 상임위 대안 형태로 정리해 통과시켰다. 이는 직장 내 괴롭힘 예방을 위한 조치기준 마련 및 지도·지원을 정부의 책무로 규정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사실 검증] 9월 20일 국회 회의록에 적힌 이완영의 발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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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의하는 이완영이완영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 10월 1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해 최완주 서울고등법원장에게 질의하고 있다. ⓒ 유성호

 
법사위는 지난 9월 20일 이를 상정해 논의했다. 당시 회의록에 따르면, 이때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에 대해 가장 먼저 이견을 제시한 이는 이완영 의원이 맞다(관련 회의록은 기사 하단에 첨부). 당시 이완영 의원은 이렇게 말했다. 
 
"직장 내 괴롭힘의 정의가 매우 불명확하다. 아무리 법적으로 처벌규정이 없다 하더라도 사업체 지도하고 시행돼야 되는 점으로 봐서 이것은 다시 한번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정의를 바로 잡고 법을 시행해야 한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이 법안을 제2법안심사소위원회(아래 2소위)로 회부할 것을 주장했다. 같은 당 김도읍 의원도 해당 법안 등을 포함한 다수 법안에 대한 2소위 회부를 주장했다.

2소위는 다른 상임위의 법안을 심사하는 곳으로, 법률 체계·자구를 검토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즉 해당 법안의 위헌 여부나 관련 법률과의 체계성 등을 다루는 곳이다. 그러나 2소위는 이를 넘어서 법안의 본질적 내용까지 심사하는 등 타 상임위에서 통과한 법안을 뭉개는 경우가 잦아 '법사위=상원의회' 논란을 자초하는 곳이기도 하다.

이에 대한 반대 의견도 있었다. 여상규 법제사법위원장은 2소위가 아닌 법사위 전체회의에 계류시켜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사실상 2소위로 회부했을 때 불거질 법사위의 '월권' 논란을 의식한 발언이었다.

송기헌 민주당 의원도 "사실 2소위에 가는 위험성을 잘 알고 있지 않느냐, 아무 쟁점이 없는 법안도 시간이 오래 경과되니까 그런 것을 피해보자는 취지로 말씀드리는 것"이라며 여 위원장에게 힘을 실었다. 같은 당 백혜련 의원도 "차라리 (2소위가 아닌) 다음 전체회의에 계류하자"라고 제안했다.

그러나 한국당 의원들의 입장은 바뀌지 않았다. 장제원 의원은 "입법 취지라든지 사회적 요구를 다 이해하지만,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휩쓸려 가지고 애매한 문구나 애매한 자구 규정을 정확히 안 한다는 것은 법사위가 해야 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라고 주장했다. 이완영 의원도 재차 같은 주장을 폈다.
 
"도대체 어떤 괴롭힘이냐? 정서적인 것이냐? 신체적인 것이냐, 정신적인 것이냐? 이거 매우 주관적인 얘기 아니에요? 그러니까 내가 괴롭힘을 당했다고 하면 다 괴롭힘이에요. 성희롱도 마찬가지예요. 내가 불쾌했다면 성희롱으로 인정되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직장 내 괴롭힘이라는 게 최초로 이 법에 들어오는데 어떻게 명확하게, 사업장 내에서 이런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 바른 정의 규정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좀 더 논의를 하겠다는 취지입니다, 이걸 안 하겠다는 취지가 아니고."
 
이에 이춘석 민주당 의원은 "(해당 법에) 처벌규정이 없고, 고용노동위원회도 직장 내 괴롭힘을 어디까지 둘 것이냐를 앞으로 노사 간에 취업규칙을 통해 구체적으로 정하도록 했다"라며 "해당 상임위에서 충분히 논의가 됐는데 '직장 내 괴롭힘' 정의 규정 때문에 다시 검토해야 한다는 건 법사위가 지나치게 월권을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 의원의 주장은 통하지 않았다. 여 위원장은 이춘석 의원의 발언을 끝으로 "3당 간사들과 협의한 결과, 2소위에 회부해서 심도 있는 논의와 검토를 하는 것이 옳겠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라며 더 이상의 논의 없이 2소위 회부를 결정했다.

[검증 결과] 대체로 사실

이러한 회의록 내용을 보면, 이완영 한국당 의원이 지난 9월 환노위에서 통과한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을 법사위에 붙잡아 계류시켰다는 한정애 의원의 발언은 대체로 사실이다.

참고로 한국당 의원들이 문제 삼았던 '직장 내 괴롭힘'은 해당 법안에서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정서적 고통을 주거나 업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로 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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