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부영 전 의원 "종전선언 되면 남북정상이 주민들에게 사과해야"

<태안민간인학살백서> 출판기념회서 밝혀… 추모제 찾아다니며 반목 끝내자 제안

등록 2018.11.03 20:03수정 2018.11.04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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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하는 이부영 전 국회의원 이부영 동아시아평화회의 운영위원장은 3일 태안군청 대강당에서 ‘제68주기 한국전쟁 태안군민간인희생자 제10회 합동추모제’와 함께 열린 태안민간인학살백서 출판기념회에서 최근 근황을 전하고 있다. 좌우익 유족회를 찾아다닌다는 그의 행보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 김동이

 
"남북의 정상이 만나고 남북의 화해, 교류, 협력은 계속되도록 촉진, 독려하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특히 이번에 잘해서 종전선언이 된다면 6.25 당시 희생된 민간인들을 죽게 만든 국가권력에 대해 두 정상이 남북 양쪽 주민들에게 사과해야 한다."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이같은 발언을 한 이는 전 국회의원이자 현재는 동아시아평화회의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부영 위원장이다.

이부영 동아시아평화회의 운영위원장은 3일 충남 태안군청 대강당에서 '제68주기 한국전쟁 태안군민간인희생자 제10회 합동추모제'와 함께 열린 태안민간인학살백서 출판기념회에 참석했다. 이 위원장은 "좌‧우익 희생자 추모제를 찾아다니며 70년간 끌어왔던 반목과 갈등을 좁히는 활동을 하고 있다"고 근황을 전하기도 했다.

이 위원장은 진정한 종전선언을 위해서는 주민들의 힘이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종전선언을 제대로 마무리한다는 건 남북의 양 정부만 하는 게 아니라 함께 그 나라를 이루고 있는 주민들이 종전선언을 하는 데 미흡한 부분을 채워가야 한다"면서 "종전선언 후에는 다시는 이런 일이 한반도 주민들에게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것을 약속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덧붙여 이 위원장은 "이번에 태안에서 의미 있는 백서를 편찬한 것을 시작으로 다른 곳에서도 똑같은 작업을 해 갈수 있도록 독려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이부영의 제안 "피해자가 마음을 열고 가해자에게 다가가야"

 

종전선언 된다면 남북정상 사과해야 이부영 위원장의 오른편에 한반도기가 눈에 띤다. 종전선언이 된다면 남북정상들은 남북에 6.25당시 희생된 민간인들을 죽게 만든 국가권력에 대해 두 정상이 남북 양쪽 주민들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김동이

 
한편, 이부영 위원장은 자신의 근황도 전했는데 눈길을 줄 만하다. 특히, 순천의 여순사건 위령비와 유족들의 사례로 들며 좌‧우익의 70년 반목도 끝내자고 제안해 눈길을 끌었다.


이 위원장은 "요즘 조금 이상한 짓을 하고 있다"고 말문을 연 뒤 "한반도 평화를 위한 은빛순례를 하고 있는데 머리 하얀 나이 많이 드신 분들이 죄를 많이 지어서 자식세대나 손자세대들한테는 다시 그런 일이 없도록 해야 겠다는 참회의 뜻에서 돌아다니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전국을 다녀보니 무더기로 떼죽음 당한 곳이 그렇게 많았다"며 "대전의 골령골과 산내골은 골짜기에 들어가면 희생자가 수없이 많은데도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화해나 사과한 곳이 없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순천의 여순사건 위령비, 거기는 피해자 위령비라고 써 있는데, 항쟁이라는 말도 못쓰고 유족입장에서는 반란이고도 못쓰지 않나. 그래서 어정쩡하게 사건이라고 해놨다"라고 전했다. 이어 "막걸리, 떡 놓고 위령제 제사를 지냈는데 제가 그분들한테 여러분들 여태까지 어떻게 살았냐고 물었더니 빨갱이 자식소리만 듣고 살았고, 군대를 가도 장교를 못하고, 공무원도 못하고, 외국에도 못나가고 숨죽여 지냈단다"며 말을 이어갔다.

그는 "여순에서도 옳은 주장을 하는 4.3제주도민들을 죽이러 진압하러 보내니까 못가겠다고 한 것 아닌가"라면서 "여수, 순천 주민들의 아버지, 어머니도 꼭 좌익이 아니라 나라를 두쪽 내서 갈라서 세우겠다고 하니 안 된다고 했던 사람들이, 사상의 문제가 아니라 독립운동의 전통에서 보자면 갈라서 따로 나라를 세우겠다는 것을 못견디겠다는 것을 반대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만 정권도 독립운동가들과 비유해 비난했다.

그는 "1946년 5월에 이승만이 전북 정읍에 와서 남한만이라도 딴 나라 세워야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승만이 덜컥 남한만 따로 나라를 세운다니까 이게 뭐냐, 우리가 이럴려고 독립운동한 것이냐. 안중근 의사나 유관순 열사, 윤봉길 의사, 이런 분들이 독립을 했을 때 나라가 두 쪽이 날 걸 생각하고 독립운동을 해서 목숨을 바쳤겠나"라고 울분을 토해냈다.

그러면서 바로 그 저항의 상징이 대구의 10.1 항쟁과 제주도의 4,3사건, 그리고 여순사건으로 표출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여순사건 피해자 유족들은 이런 사실도 모른 채 빨갱이 낙인이 찍혀 지금까지 살아왔다"며 "기가 막힌 얘기"라고 혀를 찼다.

그러면서 이부영 위원장은 제안도 했다. 피해자가 마음을 열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위원장은 "가해자는 쉽게 마음을 열지 못한다. 피해자가 마음을 열고 남북이 화해하고 간다는데 피해를 당한 사람들이 더 넓게 생각해야 하지 않겠나"라며 여순사건 피해자 추모제에 갔다가 피해자 유족들과 전몰군경 현충탑을 찾은 에피소드도 전했다.

"산꼭대기 보니까 전몰군경현충탑이 있더라. 저 사람들도 부당한 줄 알면서도 위에서 이승만 정권이 죽이라고 하니까 죽인 거다. 어떻게 보면 저 사람들도 피해자일 수 있다. 거기 가서 막걸리, 떡 놓고 제사 지내자고 하면 그쪽에서도 이쪽에 대해서 빨갱이라고 하면서 못된 생각하겠나.

이쪽에서 마음을 열어보자 했더니 벌벌 떨며 못가겠다고 하더라. 마음 한번 바꿔 보자고 했다. 이제 70년이나 됐고, 남북이 화해하고 그런다는데 이렇게 가서 어떡하겠나. 어디에선가 계기를 열어 줘야지 하고 설득 해서 같이 갔다. 그분들 모시고. 그런데 (피해자 유족) 아주머니들이 울면서 못하겠다고 했다. 할머니들이 대부분 70세 전후로 어머니, 아버지 피살 당했을 당시에는 어린아이들이었다. 1948년이었다. 꼭 70년 전이었다.

거기 가서 막걸리 따르고 떡 놓고, 험하게 살다갔는데 이제 마음 풀자고 같이 추모제 지내고 내려왔다. 얼마나 미안했는지 모른다. 그런데 피해자 유족들이 처음에는 못하겠다더니 절 한번 하고 나니까 오히려 앙심을 품고 있던 것보다 한번 풀자고 해서 갔더니 마음이 편해지네요 하더라. 그 얘기를 듣고 나니 더 미안해졌다."


이야기를 주고받듯 에피소드를 전한 이 위원장은 "요즘 어떻게 보면 양쪽(좌‧우익 유족회)에서 다 욕을 먹을 짓을 하고 다닌다"면서 "그런데 정말 우리가 화해를 하고 언젠가 평화통일이 됐을 때 이런 마음은 피해를 당한 사람들이 하지 않고는 어떻게 하겠나. 그게 이기는 길이다. 결국 그게 이기는 길이다"라며 힘주어 말했다.

 

희생자들 명예회복해야 권오헌 민가협 양심수후원회 명예회장도 태안민간인학살백서 출판에 의미를 부여했다. ⓒ 김동이

 
한편, 이부영 위원장에 이어 연단에 오른 권오헌 민가협 양심수후원회 명예회장도 태안민간인학살백서 출판에 의미를 부여했다.

권 명예회장은 충남 홍성이 고향으로 인권탄압 현장이면 어디든 달려가는 민주투사로 잘 알려져 있다.

권 회장은 "전국 최초로 태안지역에서의 민간인학살백서를 펴낸 것에 대해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말문을 연 뒤 "이런 아픈 역사를 밝혀내고 세상에 알린다는 것은 지난 어두운 시대의 진실을 밝히고 당시 희생됐던 분들의 명예회복과 재발방지를 위해서라고 생각된다"며 "큰 일을 해내신 태안지역분들에게 진심으로 존경과 감사를 드린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홍성 용봉산에서의 학살을 직접 눈으로 목격했다는 권 회장은 "우리민족이 언제부터 포악했는지 모르지만 전국에 다녀보면 많은 희생자들이 죽은 곳이 드러나고 있다"라며 "우리는 곳곳에 많은 사람들이 죽은 것에 대해 단순한 무고한 민간인 학살이라고 부르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태안민간인학살백서 #이부영 #권호헌 #민간인희생자태안군유족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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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의 지역신문인 태안신문 기자입니다.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밝은 빛이 되고자 펜을 들었습니다. 행동하는 양심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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