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무서워해서도 무시해도 안 될 존재"

[인터뷰] 충남보건환경연구원 정금희 과장

등록 2018.11.05 16:42수정 2018.11.06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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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하찮거나 존재감이 미비한 경우를 먼지에 비유하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이마저도 옛말이 됐다. 미세먼지를 거쳐 초미세먼지로 진화한 먼지가 우리의 안전을 위협하는 괴물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충남도의 경우 당진과 태안, 보령, 서천의 화력발전과 서산의 석유화학 단지 등에서 발생하는 공해로 미세먼지 공화국이란 불명예의 늪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전국 석탄 화력 발전소 61기 중 30기가 가동되고 있는 충남도의 현실은 도민들에게 '환경 불모지에서 살고 있는 것 아닌가'하는 불안감을 안겨주고 있다.

미세먼지가 극성을 부리기 시작하는 시기를 맞아 지난 2일 대기 평가과 정금희(환경공학박사) 과장을 만나 미세먼지에 관해 대화를 나눠봤다.
 

충남보건환경연구원 정금희 과장은 미세먼지에 대해 막연한 공포를 갖거나 반대로 너무 무관심한 태도는 도움이 되지 않는 만큼, 일상생활에서 정확한 정보에 따라 슬기롭게 대처하는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방관식

 
- 건강한 삶에 대한 욕구가 커지면서 미세먼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시민들은 막연하게 알고 있을 뿐 정확한 내용에 대해서는 생소한 경우가 많은데 미세먼지란 정확하게 무엇을 가리키는 것인가. 
"먼지란 대기 중에 떠다니거나 흩날려 내려오는 입자상 물질을 말한다. 입자의 크기에 따라 50㎛(마이크로미터) 이하인 총 먼지(TSP, Total Suspended Particles)와 10㎛ 이하의 미세먼지(PM, Particulate Matter)로 구분한다. 

또한 미세먼지 지름이 10㎛보다 작은 미세먼지인 PM10과 지름이 2.5㎛보다 작은 미세먼지인 PM2.5로 세분화한다. PM10이 사람의 머리카락 지름(50~70㎛)보다 약 1/5~1/7 정도로 작은 크기라면, PM2.5는 머리카락의 약 1/20~1/30에 불과할 정도로 매우 작은 크기의 미세먼지를 의미한다."

 

미세먼지의 중량과 농도를 측정하는 미세먼지 칭량 로봇시스템, 최첨단 정밀기계의 확보와 운영이 정확한 데이터 산출을 가능하게 한다. ⓒ 방관식

 
- 미세먼지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재앙 수준까지 발전했다. 미세먼지가 인체에 미치는 악영향에는 어떠한 것들이 있는가?
"미세먼지가 우리 몸속으로 들어오면 면역을 담당하는 세포가 먼지를 제거해 우리 몸을 지키도록 작용하는데 이때 부작용인 염증 반응이 나타난다. 기도, 폐, 뇌 등에서 염증 반응이 나타나면 천식, 호흡기, 심혈관계 질환 등을 유발할 수 있다. 특히 노인, 유아, 임산부나 심장 질환, 순환기 질환자들은 미세먼지로 인한 영향을 일반인보다 더 많이 받을 수 있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참고로 세계보건기구(WHO)는 2014년 한 해 동안 미세먼지로 기대수명보다 일찍 사망하는 사람이 700만 명에 이른다고 발표한 바 있다. 또한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 암연구소(IARC)는 암을 유발하는 1군 발암물질로 미세먼지를 지정했다."

- 최근 미세먼지의 발생 원인이 국내냐, 국외냐를 놓고 이야기가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미세먼지의 국외 영향은 어느 정도나 되는지?
"미세먼지의 국외 영향 비율은 계절이나 기상조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평상시 중국, 북한 등을 포함한 국외 영향은 연평균 30∼50% 정도이고, 고농도 시에는 60∼70%로 추정하고 있다. 미 항공우주국(NASA) 과의 공동연구 결과(측정 시점 2016년 5∼6월)도 중국 등 국외 영향 48%, 국내 영향 52%로 분석됐다. 현재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물질 장거리 이동이나 월경성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연구 등이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다."
 

도내 각 지역에서 수집한 미세먼지 샘플. ⓒ 방관식

 
- 충청남도의 환경 문제가 자주 언론에 오르내리면서 도민들이 느끼는 불안감이 증가하고 있다. 현재 충청남도의 환경상태를 평가한다면?
"우리는 미세먼지로 인한 고통과 걱정 속에 살고 있다. 일상생활의 지장은 물론 건강에도 큰 위협이 되는 실정이다. 특히 충남의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은 연간 46만2310톤(11.0%)으로 경기도에 이어 전국 2위다.

충남도의 대기오염물질 발생 원인은 에너지산업 연소가 11만3976톤(24.7%), 생산 공정이 7만 6960톤(16.6%), 제조업 연소 4만 6974톤(10.2%) 순이다. 이는 전국 석탄화력발전소 61기 중 30기가 도내 서해안 지역에 위치해 있고, 다량의 에너지 소비 산업인 당진 철강 단지와 서산 대산석유화학 단지 등에 의한 것으로 에너지산업 연소 분야에서의 선제적 저감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참고로 충남도의 미세먼지(PM10) 농도는 15년 46㎍/㎥, 16년 48㎍/㎥, 17년 44㎍/㎥이다. 2017년 한해 미세먼지 농도가 낮았던 이유는 2016년까지 미세먼지 농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서북부 지역에 측정소가 설치됐었기 때문이다. 2017년부터는 주거지역, 농촌지역 등에 신규 측정소가 다수 설치됨에 따라 평균 농도가 낮아지는 현상을 보였다."
   

대기평가과 한쪽 벽면을 차지하고 있는 충남대기정보시스템. 이 시스템을 통해 충남 각 지역의 미세먼지 상황을 한눈에 알 수 있다. ⓒ 방관식

   
- 환경에 대한 우려가 높아질수록 충남보건환경연구원의 책임도 막중해질 것 같다. 미세먼지를 비롯한 환경과 관련한 연구원의 주요 활동에는 어떠한 것들이 있는지?
"충남보건환경연구원은 대기오염측정소 미설치 지역과 화력발전소 영향지역에 대기오염측정소 20개소(총 28개소)를 추가 설치해 복합 광역적인 오염 현상의 정확한 진단을 위한 대기오염물질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대산 석유화학 단지 주변의 대기 질 변화를 집중조사하기 위해 올해 추가로 대기이동측정차량 1대를 더 확보했다. 시간대별이나 풍향 변화에 따른 휘발성 유기 화합물질 분석 등 주기적인 모니터링을 통한 대산석유화학 단지 내 관리 대상 물질을 제시하는 등 대기 환경 개선을 위하여 지속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이 밖에 실효성 있는 미세먼지 관리와 미세먼지 배출원 분포, 유입과정 및 확산 경로, 오염수준의 파악 등 과학적인 자료 확보를 위해 도내 대기 질 분석, 진단 및 고농도 시 원인을 규명할 수 있도록 충남도 특성에 맞는 대기 질 분석·진단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 마지막으로 충남도민을 비롯한 국민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충남보건환경연구원은 정확한 대기질 정보를 신속하게 전달해 미세먼지 등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고 있다. 계절적으로 미세먼지의 농도가 다시 높아지는 계절인 만큼, 충남도민을 비롯한 국민 여러분은 알림서비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주길 당부드린다.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 시 어린이와 노인, 호흡기 질환자 등 민감 계층은 가급적 외출을 자제하고, 부득이 외출해야 할 경우 보호 마스크 착용, 외출 후에는 손, 얼굴을 깨끗이 씻는 등 개인위생 관리에 주의해 주길 바란다.

미세먼지에 대해 막연한 공포를 느끼거나 반대로 무관심한 태도는 도움이 되지 않는 만큼 일상생활에서 정확한 정보에 따라 슬기롭게 대처하는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충청뉴스라인에도 실립니다.
#미세먼지 #정금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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