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움받을 용기'를 지닌 공무원들이 필요하다

[주장] '저항'하는 공무원이 존재해야 공직사회가 건강할 수 있다

등록 2018.11.06 11:30수정 2018.11.06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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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사회는 어디로 흘러가는가. ⓒ 오마이뉴스

 
'승진'만이 지상목표로 된 전도된 공무원 조직

오늘날 공무원 조직은 한마디로 '승진'만을 유일한 목표로 삼고 있다. 승진을 위한 '줄서기'와 '인간관계'만 강조된다. 언제나 인사적체를 내세우는데 그래서 나오는 결론은 항상 조직 확대와 증원이다. 어느덧 자신의 승진을 위해 조직이 존재하는 것인 것처럼 전도된다. '공(公)'은 너무도 쉽게 '사(私)'로 치환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빛날 수 없고, 창조적인 성향을 지닌 직원은 아예 존재하기도 어렵다.

공무원이 젊은이들의 꿈으로 된 지금, 오늘도 수많은 젊은이들이 진입하지만 기대하는 바의 신진대사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천편일률 수직구조의 이 철옹성 조직에 상당히 빠른 속도로 초록동색, 동질화된다. 물론 승진과 보신으로 가는 지름길을 일찍 찾아내고 자발적으로 이 대열에 동참하는 부류도 적지 않다.

이러한 조직은 건강하지 못하며 위험하다. 더구나 국가조직으로서 절대 그래서는 안 될 일이다. 나라의 앞날을 생각한다면 반드시 근본적인 개혁이 요구된다.

보다 큰 사회의 범주에서 본다면, 공무원 집단은 높다란 철옹성을 둘러친 '우물 안 개구리'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정작 심각한 문제는 이 '우물 안 개구리' 중 적지 않은 구성원들은 우물이 마치 자기를 위해 존재하며, 심지어 자기 때문에 우물도 존재할 수 있다는 허황된 신념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적지 않은 공무원들은 자신들이 청춘을 바쳤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일반인들의 시각으로는 대체로 공무원이란 국민의 세금으로 특혜를 받으며 산다고 생각한다.

내가 처음 공무원이 됐을 때 적잖게 놀랐던 일이 하나 있다. 민원 얘기가 나오자 한 직원이 "민원을 당한 그 공무원 가족이 있을텐데..."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아니, 가족이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런 논리로 하면 민원을 제기해 잘못된 문제를 바로잡는 사람은 완전히 가족파괴범으로 될 판이었다.

삶의 가치는 지위의 높낮이에 있지 않다

조금만 성찰해 본다면, 사실 현재와 같은 관료조직 분위기에 젖어 사는 구성원들은 불행하다. 인생의 목표가 '갑질'이 아닌 다음에야 그러한 삶이 과연 개인적으로 어떤 보람이 있겠으며 무슨 가치가 있겠는가?

다산 정약용도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그 벼슬은 그다지 높지 않았다. 당시 정약용보다 높은 벼슬에 있던 고관대작이 얼마나 많을 것인가! 그러나 지금 우리 중 아무도 그 고관대작들을 기억하지 않는다.

삶의 가치란 결코 '승진'이나 벼슬의 높이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이제까지 공무원 신분으로 근무하면서 몇 번이나 징계와 면직 위기를 겪어야 했다. 잘 알고 지내는 한 기자는 내게 "걸어 다니는 징계혐의자"라고 농담삼아 말할 정도였다. 

양승태가 추진했던 상고법원을 비판하는 언론기고를 했다는 이유로, 그리고 국민이 선출하지 않은 국회공무원에게 막강한 입법권한을 부여한 '검토보고'에 위헌 소지가 있다는 언론 기고를 했다는 이유로 그런 위기에 몰렸다.

그 과정에서 기관장으로부터 공식석상에서 "XXX"라는 욕지거리를 들어야 했고, "정신병자"로 지칭되기도 했다. 어느 고위간부는 언론사에 메일을 보내 내 기고문을 실어주지 말 것을 종용했다. 또 내가 조직 내 '왕따'로 지내는 사이에 나이가 상당히 적은 어느 직원에게 "당신"이라는 말을 듣는 수모까지 당했다.

국가가 요구하지 않지만, 국가와 사회에 필요한 일을 하고자

몇 차례의 위기를 가까스로 넘기기는 했지만 서면경고를 피하지는 못했다.

한 법률 개념의 문제를 제기한 것이 그 이유가 됐다. 당시 나는 "그래도 지구는 돈다"라고 말했었지만, 실제로도 가까운 장래에 내 문제제기의 정당성이 입증될 것으로 생각한다.

그들은 서면경고는 아무 효력도 없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서면경고를 받은 바로 그날부터 알고 지내던 직원들은 복도에서 지나치면서도 아는 체 하지 않게 됐다. 결국 그날로부터 완전히 '왕따'가 됐고, '혼밥족'이 돼야 했다. 확실한 사실은 서면경고든 무엇이든 그것이 징계에 속하는 한, 그것은 곧 조직 내 '왕따'의 분명한 신호라는 점이다.

하지만 나는 결코 압박에 굴복해 무릎 꿇고 살 수 없었다. 나는 매일같이 새벽 출근길에 정문에 들어서면서 다짐한다.

"오늘도 최선을 다해서 '저항'하고 '투쟁'하자. 그리고 '연구'하자."

물론 '저항'을 생각하는 공무원이 지나치게 많아진다면, 그 또한 작은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이 상명하복과 동종교배식의 조직 분위기만으로 과도하게 충만된 관료사회에서 그 권위와 관행에 '저항'하는, '미움 받을 용기'가 있는 공무원이 존재해야 조직이 그나마 건강해질 수 있다고 확신한다.

그리고 그러한 사람들이 조직 내에서 '왕따'가 되지 않고 소금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어야만 우리 공직사회도 비로소 희망이란 게 존재하고 미래가 있다고 확신한다.

감히 이순신 장군을 떠올린다. 국가가 요구하지 않지만, 나는 오늘도 국가 그리고 우리 사회에 필요한 일을 한다는 마음으로 일하고자 한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 소준섭씨는 국회도서관 조사관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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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푸단대학에서 국제관계학 박사를 받았고, 그간 <오마이뉴스>와 <프레시안> 등 여러 매체에 글을 기고해왔다. <논어>, <도덕경>, <광주백서>, <대한민국민주주의처방론>, <사마천 사기 56>등 여러 권의 책을 펴냈다. 유신과 전두환정권에 반대해 수배, 구속된 바 있으며, 시민이 만들어가는 민주주의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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