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돈' 검출된 마스크·속옷... 조사결과 공개 왜 안하나

환경운동연합 "정부가 라돈 검출 제품 처리방침 안 내놔, 조사 결과 공개해야”

등록 2018.11.06 18:12수정 2018.11.06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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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환경운동연합이 원자력안전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라돈 검출 제품에 대한 조사결과를 공개하고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 정대희

 
환경단체가 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안위)에 '라돈 검출 제품의 조사 결과 공개'를 요구했다. 원안위가 지난 8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정밀 분석을 의뢰한 해외구매 라텍스 제품과 의료기기 매트 등 30여 개 제품에 대한 조사 결과를 공개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분석 의뢰 제품은 30개, 공개는 1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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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환경운동연합이 원자력안전위원회 관계자에게 라돈 검출 제품의 조사결과 공개와 대책 마련 등을 요구하는 서한을 전달하고 있다. ⓒ 정대희

  
6일 환경운동연합(이하 환경연합)은 서울 광화문 원안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원안위가 분석을 의뢰한 30개 제품 가운데 단 1건만 조사 결과를 공개하고 나머지 제품들에 대해선 묵묵부답"이라며 "대진침대 매트리스에 이어 라텍스, 마스크, 생리대, 기능성 속옷, 건축자재 등에서 라돈이 검출되면서 시민들의 불안은 점점 더 커져만 가고 있으나 원안위와 관련 부처의 늑장 대응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라고 말했다. 

환경연합은 정부의 대책 마련도 요구했다. 환경연합은 "문제는 정부가 라돈 검출 제품들에 대한 폐기물 처리 방침을 내놓지 않고 있다는 것"이라며 "조사 결과와 대책 마련이 늦어지면서 답답한 시민들은 라돈 측정에 나서고 있으나 시민들이 라돈검출을 스스로 확인해도 폐기물 처리대책이 없어 혼란을 겪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환경연합에 따르면, 현재 생활주변 방사선법은 국내에서 제조 판매된 제품 중 기준치(연간피폭허용선량 1mSv) 초과한 경우에만 수거 명령을 내릴 수 있다. 라돈 등 방사선이 검출됐지만 기준을 넘지 않았거나, 해외구매 제품들은 기준치를 초과하더라도 수거 명령을 내릴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환경연합은 "수거명령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우선 폐기물 대책이라도 마련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관련법의 한계도 지적했다. 환경연합은 "지난 2일 발표된 '오늘습관' 생리대나 속옷 라이너 제품의 경우, 현행 생활주변 방사선법상 기준치 미만이라 어떤 조치도 취할 수 없다"며 "생리대는 약사법을 통해 수거될 수 있지만 안 됐고, 속옷 라이너도 아무런 조치가 취해지지 않는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생활 속의 작은 안전도 하나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데 어떻게 정부를 신뢰할 수 있겠냐"며 "입맛에 따라 찔끔이 아니라 지금까지 정밀 분석한 모든 제품의 정보를 공개하고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베개.지하철역.주택서 라돈 '검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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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돈의 인체 노출경로. 환경부 '생활 속 자연 방사성 물질, 라돈의 이해'에 있는 그래픽. ⓒ 캡처

 
앞서 지난 2일 원안위는 환경연합과 시민방사능감시센터가 분석을 의뢰한 ㈜홈케어의 '에버조이 잠드림' 메모리폼 베개의 생활방사능 측정결과를 내놨다. 조사결과 생활주변 방사선 안전법에서 정한 연간 피폭선량 기준치(1mSV, 1밀리시버트)를 초과한 8.851mSV로 나타났다. 


원안위는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6년 11월 중국 '㈜JIASHITING'로부터 (베개) 1125개가 수입돼 이 중 808개가 판매됐으며, 재고품 및 반품된 429개를 제외하면 수거대상은 총 696개로 확인됐다"라고 말했다. 

환경보건시민센터가 의뢰한 ㈜지이토마린의 미용 마스크 '채르메'의 분석 결과도 공개했다. 원안위 조사결과, 마스크를 얼굴에 밀착하여 매일 2시간 4분씩, 1년 동안 754시간을 사용했을 경우 연간 피폭선량이 기준치(1mSv, 1밀리시버트)를 초과했다. 수치는 최대 11.422 밀리시버트(mSV) 였다. 

라돈(Rn)은 가장 최근에 발견된 방사능 원소로 1급 발암물질이다. 지난 2009년 세계보건기구(WTO) 산하 국제암연구센터(IARC)의 조사 결과 라돈은 세계 폐암 발병 원인의 14%를 차지했다.

미국 환경보호청의 조사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2003년 미국에서 1년동안 발생한 폐암 사망자를 조사한 결과 2만 1000명(10%)이 라돈에 의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2013년과 2014년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과 한국 환경정책평가연구원의 조사 결과 전체 폐암 환자 가운데 각각 12%, 12.6%가 라돈에 의한 것으로 추정했다. 

라돈은 '제품'에서만 검출되지 않는다. 지난달 24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문진국 자유한국당 의원이 한국환경공단에서 제출받은 '라돈 무료 측정 및 저감 컨설팅 사업 관련 국정감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주택과 주민공동이용시설 7882개소 가운데 166개소에서 라돈의 평균농도 200베크렐(Bq/㎥)를 초과했다. 수치로 따지면 21%이다. 우리나라의 실내 공기질 라돈 권고 기준은 148베크렐(Bq/㎥)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단독주택이 1129가구(68%)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마을회관 201개(12%), 다세대주택 183가구(11%), 연립주택 93가구(6%), 아파트 60가구(4%) 등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신용현 바른미래당 의원이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지난 6년간(2013~2018년) '지하역사 라돈 조사결과'에 따르면 WTO 기준 100베크렐(Bq/㎥)를 넘는 역사가 매년 적게는 2곳, 많게는 6곳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2013년 충무로, 안국, 남태령 독바위 ▲2014년 남태령, 공항시장, 신방화, 구반포, 서울숲 ▲2015년 남태령, 공항시장, 서울숲 ▲2016년 남태령, 노원, 중계, 서울숲 ▲2017년 남태령, 서울숲 ▲2018년 남태령, 중계, 공릉, 삼양, 삼양사거리, 보문 등이다. 서울 시내 100여 개를 조사한 결과다. 

우리나라 전국 지하철역 내부의 라돈 농도는 일본과 스페인, 베네수엘라보다 높았다. 연세대 보건대학원 박화미 연구팀이 국제학술지 '환경 과학과 오염연구('(Environmental Science and Pollution Research)' 최신호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전체 표본의 평균 라돈 농도는 37.3베르렐(Bq/㎥)이었다. 지난 2015년 1월부터 서울을 포함한 전국 40곳의 지하철역과 지하 주차장 등을 조사한 결과다. 

이런 수치는 일본의 도쿄 지하철(11.1Bq/㎥)보다 3배 이상 높으며, 스페인 바르셀로나(21Bq/㎥)와 베네수엘라의 수도 카라카스 지하철(30Bq/㎥)보다도 높은 수치다. 

원안위 관계자는 "라텍스의 정밀 분석과 관련해서는 대전 한국원자력 연구원에 있는 전처리 시설을 빌려서 진행 중인데, 현재는 대진 침대 물량이 많아 그걸 처리하느라 지연되고 있다"며 "최대한 인력을 확보하고 생활 방사선 안전센터를 구축해 신속하게 조사해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실내공기질 문제는 오래전부터 지적된 사항으로 제도 개선이 필요한 일"이라며 "장기적인 목표를 가지고 이를 해결하려는 방법을 검토 중에 있다"고 말했다. 
#라돈 침대 #라돈 생리대 #라돈 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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