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자들 충격 "사망자 날 정도로 큰 불 아니었는데"

[현장] 종로 고시원 화재, 18명 사상자 발생

등록 2018.11.09 11:29수정 2018.11.09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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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탄 고시원에서 옷가지 챙겨 나오는 생존자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관수동 한 고시원에서 화재가 발생해 1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화재를 피해 탈출한 고시원 생활자가 환자복을 입은 채 불탄 고시원에 들어가 옷가지를 챙겨나오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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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관수동 한 고시원(3층)에서 화재가 발생해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 권우성

 
7명 사망, 11명 부상

서울 종로구 관수동 한 고시원에서 9일 오전 5시쯤 화재가 발생해, 7명이 사망하고 11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소방당국은 목격자와 신고자의 진술을 토대로 3층 출입구쪽인 301호, 302호, 303호쪽에서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오전 5시쯤 신고를 받아 5시 5분에 현장에 도착한 소방대원들은 3층과 4층 옥탑방 거주자 27명 중 18명을 구조했다. 이 중 17명은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 중 7명은 CPR(심폐소생술)을 했지만 모두 사망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부상자 대부분이 50대~70대 고령이다. 한 명은 현장에서 치료를 받았다. 불은 오전 7시쯤 완전히 잡혔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2층에 살던 고시원 총무가 '불이야'라는 소리에 신고를 했다, 그때 이미 화세가 컸다고 한다"라며 "2층 거주자들은 다 대피했지만 3층은 출입구쪽에서 화재가 발생해 대피가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

고시원 인근 가게에서 일을 하는 이재호씨는 "새벽 4시 30분쯤 가게 앞을 쓸고 있었는데 고시원쪽에서 악 소리가 나더라"라며 "누군가가 고시원 앞에서 악악 소리를 지르고 있고 고시원 3층 창문에서 불길이 치솟고 있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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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관수동 한 고시원에서 9일 오전 5시쯤 화재가 발생해, 6명이 사망하고 11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한 주민이 찍은 화재 순간 ⓒ 목격자 이재호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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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전 5시쯤 서울 종로구 관수동 한 고시원에서 화재가 발생해 7명이 사망하고 11명이 다쳤다. 고시원 근처 골목에 '무사고 기원' 현수막이 걸려있다. ⓒ 신지수

 
투숙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화재경보는 듣지 못했다고 했다. 305호에 투숙한다는 A씨는 오전 4시 30분쯤 '불이야'라는 소리와 우당탕탕 소리가 나서 잠에서 깼다. A씨는 "느낌이 좋지 않아 방문을 여니 입구쪽에서 불길과 연기가 복도를 통해 빠르게 번져오더라"라며 "비상구 사다리를 타고 빠져나왔다"라고 했다. 맨발에 상의도 입지 못한 채 급하게 빠져나오느라 지갑과 핸드폰도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는 그는 등에 화상을 입어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2층에 거주한다는 정아무개(40)씨도 '불이야' 소리에 오전 5시쯤 잠에서 깨 대피했다고 했다. 정씨는 "창문 난간에 매달려 있다가 뛰어내려 대피한 3층 거주자도 봤다"라고 했다. 정씨는 "고시원장이 화재경보가 고장났다고 하더라"라며 "불씨가 처음에는 좀 작았는데 소방차가 물을 쏘기까지 20~30분이 걸렸고 그 와중에 불길이 옮겨 붙는 것 같았다"라고 했다.

해당 건물은 지하 1층, 지상 3층으로 돼있다. 1층은 일반음식점으로 사용됐고 2, 3층이 고시원이다. 4층 옥탑에도 객실 하나가 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각 실은 1평 내지 1.5평이다.


"영세한 고시원이다 보니 소방방재시설 제대로 안 돼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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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관수동 한 고시원(3층)에서 화재가 발생해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 권우성

 
종로 고시원 화재 생존자 10여 명은 현재 익선동 주민센터(종로1,2,3,4동)에 대피해 있다. 대부분 화재 당시 건물 2층에 거주하던 이들이고, 화재가 발생한 3층에 있다 바로 대피한 생존자도 있다.

오전 10시 30분 현재 주민센터에는 큰 부상이 없는 남성 8명, 여성 4명이 있다. 대부분 40~60대였지만 회계사 시험 등을 앞둔 20~30대도 일부 있었다. 화재가 발생한 3층에는 주로 남성이 거주했고, 여성 거주자들은 주로 2층에 거주해 여성 피해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생존자들은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에 놀라면서 그 정도로 큰 화재가 아니었다고 입을 모았다. 고시원 2층에서 2개월째 거주하고 있다는 이아무개(56)씨는 "많은 사망자가 날 정도로 큰 화재가 아니었다"면서 "3층에서 화재가 발생해 2층으로는 불이나 연기가 번지지 않았고, 종로3가 가까운 곳에 종로119안전센터가 있어 소방관들이 금방 출동해 불을 끌 줄 알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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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관수동 한 고시원(3층)에서 화재가 발생해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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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관수동 한 고시원에서 화재가 발생해 1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가운데, 소방관이 불탄 고시원에서 폴리스라인을 설치하고 있다. ⓒ 권우성

   
다만 이씨는 "3층 출입구 쪽에서 불이 난데다 방과 복도가 좁아서 제때 대피를 하지 못했다"면서 "영세한 고시원이다 보니 비싼 방염 벽지나 커튼은 사용하지 못했고 소방방재시설도 제대로 안 돼 있어 피해가 커진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씨는 고시원에 화재 감지기나 비상벨은 설치돼 있었으나 건물이 낡아 스프링클러는 없었다고 했다.

3층에 거주했던 한 60대 남성은 화재 직후 탈출해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속옷 바람으로 나왔다는 이 남성은 손에 화상을 입었고 매연을 들이마셨다며 고통을 호소하고 있었다. 

집이 갑자기 멀리 이사하는 바람에 출근 때문에 한 달 정도 거주했다는 조아무개(41)씨도 2층에 거주해 큰 부상은 없었다. 조씨는 "종로3가 근처라 일반 고시원처럼 고시 준비하는 학생들은 많지 않고 주변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많이 거주했다"고 밝혔다. 1년 이상 장기 거주자들도 있었지만 고시원 특성상 거주자들 사이에 별다른 왕래는 없었다고 한다.

고시원장은 50대 여성으로 20대 아들과 함께 2층 사무실에 거주했다. 한 달 주거비는 창문 여하에 따라 월세가 25만~30만 원 정도이고 원장이 직접 세끼 식사를 모두 제공했다고 한다. 

10년 넘게 고시원 생활을 했다는 이씨는 "정부와 소방본부에서 고시원이나 옥탑방, 쪽방, 반지하 등 주거 빈민에 대해 잘 몰라 다중주거시설에 대한 제대로 된 대책이 안 나오고 있다"면서 "화재감지기나 비상벨보다 스프링클러 같은 방재시설이 급한데 고시원은 영세한 개인사업자다 보니 건물을 신축하거나 개보수하지 않는 한 설치하기 쉽지않다"고 밝혔다. 

소방당국은 오전 11시 13분쯤 현장 브리핑을 통해 10일 오전 10시 소방, 경찰, 전기, 가스 유관기관들이 합동감식을 벌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등이 현장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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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대표, 고시원 화재현장 방문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 이준석 최고위원 등이 9일 오전 화재가 발생해 1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서울 종로구 한 고시원 화재현장을 방문해 소방 관계자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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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탄 고시원 내부 둘러본 정동영 대표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가 9일 오전 화재가 발생해 1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서울 종로구 한 고시원 화재현장 내부를 둘러본 뒤 나오고 있다. ⓒ 권우성

 
#종로구 고시원 화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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