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안 다니는 어른 있듯 학교 안 다니는 애들 있다

[소녀, 소녀를 말하다 ⑤] 탈학교, 그 중심에 놓인 이들을 만나다

등록 2018.11.12 20:51수정 2018.11.12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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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少年. 청소년이라는 단어 속 그 어디에도 '학교'를 표지하는 글자는 없다. 그러나 청소년이라면 당연히 교복을 입고 학교에 다녀야 한다는 편견은 '학교 밖 청소년'의 일상생활에 깊숙이 침투되어 왔다. 청소년이 오전 시간에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너 학교 땡땡이 치고 왔니?"라는 반응을 듣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 되었고, '19살'이란 나이에는 고3이란 수식어와 함께 늘 '불쌍하다'라는 부가적인 태도가 수반된다.
 

구글에 ‘청소년’을 검색하면 대부분 교복을 입은 사진이 나온다. ⓒ 이다영 (구글 이미지 캡쳐)



한국교육개발원 교육통계서비스의 '2018 학업중단현황 통계'에 의하면 2018년 2월 말 기준 학업 중단 청소년의 수는 50,057명으로 학업 중단 비율은 0.9%, 전체 고등학생 중 학업 중단 비율은 1.5%에 달한다. 이 중 46.9%(23,506명)의 학업 중단 사유는 '스스로 물러남'이라는 뜻의 '자퇴'다.

'자퇴'에는 다양한 원인이 있다. 하지만 우리는 학교에 귀속되지 않는, 스스로 학교에서 벗어나기를 결심한 '탈학교' 청소년들을 취재함으로써 청소년이 곧 학생이 아니라는 사실을 세상에 직접적으로 외치고자 하였다.

탈학교 청소년을 지칭하는 '학교 밖 청소년'이라는 명칭에서도 드러나듯, 학교로부터의 자유를 추구했음에도 여전히 학교라는 기준에 얽매이고 있는 이들의 일상을 취재하기 위해 실제 탈학교 청소년과의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더불어, 탈학교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바탕으로 탈학교 청소년 및 십대의 다양한 고민에 관한 이야기를 소설로 풀어내는 작가 김혜정과의 서면 인터뷰도 진행하였다.

탈학교, 나 자신을 위한 '선택'

우선, 탈학교 청소년에게 탈학교의 이유와 계기를 물었다.

"차라리 나 자신을 위해서, 내가 조금이라도 편하게 숨 쉴 수 있는 곳에서 살아가야겠다는 마음으로 탈학교를 하게 됐어요."

윤소현(17)씨는 '학교'라는 공간에 대한 고민으로부터 탈학교를 결심했다. 윤씨에게 학교란, "제일 잘 달리는 사람과 제일 못 달리는 사람을 두고 달리기를 시켜 제일 못 달리는 사람에게 잘 달리는 사람을 잡으라고 하는 공간"이다. 시험 점수와 순위, 등급에 대한 압박, 온갖 혐오발언과 성적 농담이 난무하는 교실 분위기가 윤씨에게는 큰 스트레스였다. 3년이라는 시간을 학교라는 공간 속에서 '시달리며' 보내는 것보다, 자신을 위해 사용하는 것이 더 가치 있다고 판단해 탈학교를 '선택'했다.

명지수씨에게 탈학교란 ​"나의 희망과 정서에 맞는 생활패턴을 찾기 위한 것"이다.​ 명씨는 재학 중 정해진 규율과 시간표 속에 갇혀 스스로 진로를 찾기 위한 활동을 하지 못했다는 점이 가장 아쉬웠다고 토로했다. 자퇴 후, 전보다 늘어난 시간을 진로 탐색 등 자신을 위해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탈학교가 명씨에게 주는 가장 큰 의미다.

탈학교 청소년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청소년 소설 <텐텐영화단>의 작가 김혜정씨는 탈학교를 오롯이 청소년의 선택 문제라고 보았다.

"보통 탈학교의 이미지는 '노는 아이들'인데, 학교라는 공간이 맞지 않아 그만두는 아이들도 적지 않거든요. <텐텐영화단>의 주인공들은 학교가 맞지 않고, 학교가 필요 없기에 학교 밖을 스스로 선택한 아이들이에요. 학교에 다니고 다니지 않고는 선택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어른이 모두 직장에 다니는 건 아니잖아요. 저처럼 프리랜서로 일할 수도 있으니까요."

학창시절 김씨는 <텐텐영화단> 속 '한빛'의 대사처럼 "교실 안에 45명이나 되는 아이들을 집어넣고 다 같이 친하게 지내라고 하는 것이 폭력"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학교라는 공간은 이중성을 지닌다. "좋은 애, 나쁜 애, 이상한 애, 더 이상한 애"가 모두 모인 학교라는 '작은 사회'는 이후 '진짜 사회'에서 마주할 '이상한 사람'을 미리 배울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며, 혼자서는 다 공부할 수 없는 다양한 과목들과 만나게 해주는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김씨는 자녀에게 탈학교의 개념을 어떻게 가르쳐주고 싶냐는 질문에 다음과 같이 답했다.

"학교는 삶을 살아가는데 도움이 되는 면이 많지만, 만약 그 공간이 아이를 고통스럽게 한다면 저는 제 아이가 학교를 그만두는데 찬성할 거예요. 재학과 탈학교는 선택의 문제라고 알려주고 싶어요."

탈학교, 그 이후의 삶

'학교 밖 청소년'은 종종 부적응자로 취급된다. 탈학교 청소년에 대한 편견 탓에 불편함을 겪거나 권리를 침해당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명씨는 "​밖에 돌아다닐 때 저를 이상하게 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졌"다고 답했다. ​명씨는 사람들의 시선에 큰 불쾌감을 느껴 학교 밖 청소년을 위해 마련된 센터 화장실에서 혼자 울기도 했다고 털어놓았다.

여성가족부가 실시한 '2015 학교 밖 청소년 실태조사'에 의하면 56.9%의 청소년이 학교를 그만둔 것을 후회한 적이 있으며, 후회하는 이유로 '학생의 권리 등을 누리지 못해서'가 전체 사례 2,670건 중 890건(33.3%)를 차지했다. 탈학교 이후 아르바이트에서 부당대우를 받은 경험은 20.1%의 청소년이 '있다'고 답했으며, '세 번 이상 부당대우를 받았다'에 응답한 사례도 61건(전체 응답자의 2.4%)에 달했다.
  

2016년 4월 제 82회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마련한 ‘청소년 보호 종합대책’ 이미지. 교복을 입은 청소년의 모습을 등장시키고 있다. ⓒ 국무총리실 공식블로그

     
청소년은 "몇 살이야?"가 아닌, "몇 학년이니?", "고등학생이야?"라는 질문을 먼저 받는다. 청소년은 무조건 학생일 것이라는 생각은 탈학교 청소년에게 때로 큰 상처가 되기도 한다. 익명을 부탁한 한 탈학교 청소년은 이렇게 말했다.

"무심코 제게 방학이 언제냐, 시험은 언제냐 하고 묻다가 제가 '저 자퇴했는데요'라고 말하면 안타까운 눈빛으로 바뀌는 게 정말 싫어요. 저는 제 의지대로 자퇴한 거고, 자퇴가 꼭 나쁜 건 아닌데 말이에요. 자퇴라는 단어를 나쁘게만 여기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윤씨는 탈학교 과정에서 '자퇴'를 바라보는 아버지의 시선이 가장 힘들었다고 밝혔다.

"엄마는 바로 자퇴해도 괜찮다고, 굳이 맞지 않는 시스템을 따라갈 필요는 없다며 이해해주셨는데, 아빠는 자퇴하고 싶다는 그 한마디에 바로 분위기가 안 좋아지시더라고요. 자퇴라는 게 모든 것을 그만두는 것처럼 느껴지셨나 봐요. 시간이 필요하셨겠지만, 저는 하루하루 학교를 나가는 것만으로도 너무나도 힘이 들었기 때문에 필사적으로 설득했어요."

탈학교 직후, 윤씨는 아빠와의 대화가 많이 줄었다.

"제게 관심이 없어지신 것 같은 느낌이 들었고, 대화도 거의 안 나눴어요. 그냥 저 알아서 살라는 느낌이었어요. '자퇴해라'라는 (허락의) 말을 듣기까지 가장 많이 부딪히고 눈치를 봤는데, 제 설득이 아빠에게는 이기적이었다고 생각하셨나 봐요. 계속 그런 분위기로 지내다가 최근에 엄마, 아빠가 따로 대화를 나누시고 나서 지금은 많이 좋아졌어요."

윤씨는 검정고시와 일본어 자격증(jlpt) 1급을 준비 중이며 합격 이후 유학을 계획하고 있고, 명씨는 현재 본인의 진로와 관련된 학원에 다니거나 탈학교 청소년 지원 센터 꿈드림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미래 진학과 취업을 준비하고 있다.

이하연(가명, 18세)씨는 탈학교 한 달째. 최근 미용전문학원에 다니며 본인이 원하는 진로를 찾아가고 있다. 잘 맞지 않는 공부를 한다는 게 너무나도 싫었다는 이씨는, 현재 매일 매일이 행복하다고 말한다. 탈학교를 후회한 적은 없냐는 질문에 "학교 친구들과 자주 만나지 못하게 된 점은 아쉬워요. 그래도, 제가 원하는 일을 자유롭게, 제가 직접 계획한 시간 속에서 할 수 있다는 점이 좋은 것 같아요"라고 웃으며 답변했다.

손윤아(가명, 17세)씨는 탈학교 이후의 삶을 한 단어로 '나'라고 표현했다.

"그냥, 나 자신을 찾을 수 있는 시간을 남들보다 조금 일찍 가지게 된 것 같아요. 학교라는 공간도 물론 꼭 나쁜 공간인 것만은 아니죠. 그렇지만 전 나 자신에 대해 공부할 시간이 더 많이 필요했고, 그래서 주체적으로 탈학교를 한 거예요. 전 지금 다양한 진로 프로그램과 캠프에 참여하면서 검정고시 시험도 준비하고 있어요."

탈학교를 고민하는 청소년에게

마지막으로, 탈학교를 고민하는 청소년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는지 물었다.

"단지 학교가 가기 싫고, 늦잠을 자고 싶기 때문에 자퇴를 희망한다면 추천해 드리고 싶지는 않아요. 하지만 저처럼 학교라는 제약 때문에 정말 원하는 일이나 하고 싶은 일, 진로에 관한 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라면 추천해 드리고 싶어요. 자퇴는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선택이기 때문에, 꼭 충분한 생각과 고민을 거친 뒤 자퇴를 하셨으면 좋겠어요." - 명지수씨

"대부분의 청소년들이 따르는 학교의 정규 교과과정을 고통 받으며 따르는 것보다는, 조금 더 즐겁게 지내며 자신이 원하는 진로를 펼치는 게 좋지 않을까요? 그 공간에서 고통과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힘들어하는 친구들이 줄었으면 좋겠어요." - 윤소현씨

 

청소년 소설 <텐텐영화단>의 표지. 탈학교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 김혜정

 
"제 소설 속 주인공들은 어쨌든 결국 자신을 좋아하는 방법을 찾아나가는 과정을 거치며 자신을 만들어 나가요."

김씨는 '나 자신을 좋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함을 강조했다.

"나를 조금 더 많이 좋아했으면 좋겠어요. 이건 내가 나 스스로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고, 독자들이, 세상 사람들이 하길 바라는 거예요.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나잖아요. 그런데 주연으로 살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한낱 조연, 심지어 엑스트라와 비교하며 나를 좋아하지 못하고 싫어하는 경우도 있어요. 나를 먼저 좋아해야만 다른 사람도 제대로 좋아할 수 있어요."

이어, 김씨는 학교에 다니는 것과 탈학교를 '기성복'과 '맞춤옷'으로 비유했다.

"학교에 다니는 건 의무의 문제는 아니에요. 하지만 대부분 사람들이 다니는 건 편하기 때문이죠. 많은 사람들은 기성복을 사 입어요. 하지만 그 기성복이 도저히 마음에 들지 않고 불편하다면, 조금 번거롭더라도 맞춤옷을 입어야죠."

탈학교는 개인 '선택'의 문제라는 의견을 다시금 언급한 김씨는 탈학교 청소년들과, 탈학교를 고민하는 청소년들을 응원하는 말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학교에 다닐지, 그만둘지는 결국 내 인생의 문제이고, 책임도 나 자신이 져야 해요. 인생의 선택에 정답은 없지만, 그래도 최소한 나를 위한 선택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어떤 선택을 하든, 나를 위한 선택을 하세요. 학교를 다니거나, 탈학교를 고민하거나, 탈학교를 이미 한 분들 모두에게 응원의 말을 전합니다. 내 인생을 살아요."

[소녀, 소녀를 말하다]
소녀가 될 것을 요구받아온 시간을 떠올립니다
다섯 명이 시작한 스쿨 미투, 서로의 용기가 되다
"많은 고발? 참고 견뎌온 학생들이 그만큼 많았던 것"
학교에서 페미니스트로 살만하신가요?
덧붙이는 글 '소녀, 소녀를 말하다' 프로젝트는 소녀가 직접 소녀의 삶을 취재하는 프로젝트입니다. 스쿨미투, 가부장제, 탈코르셋, 팬덤 문화 등 소녀의 삶과 맞닿아 있는 주제를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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