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 휴무 만족" 6%... 94% "불만족" 압도적

[대형마트의 이상한 의무휴업 ②] 하남·남양주 마트노동자 51명 설문조사 했더니

등록 2018.11.23 19:18수정 2018.11.23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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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전 경기도 하남시 이마트 하남점이 현수막을 걸고 정기휴점으로 문을 닫았다. 이마트 하남점은 지역 시장의 상인회장들과 협약을 맺고 둘째, 넷째 수요일에 정기 휴점을 하고 있다. ⓒ 이희훈


경기도 하남시의 한 대형마트에서 일하는 A씨는 시내 대형 마트의 의무 휴업이 수요일로 지정된 게 불만이다. A씨는 평일에 쉬고 맞벌이 하는 부인은 주말에 쉬니, 가족들과 함께 할 시간을 맞추기 어렵다.

A씨는 "쉬는 날에도 맞벌이를 하는 집사람이 퇴근해야 잠깐 볼 뿐이고, 주말에는 일을 나가기 때문에, 가족들과 함께 할 시간이 거의 없다"며 "평일에 가족들이 다 나가고 혼자만 쉬는 것은 쉰다는 의미가 없는 거 같다"고 한숨 쉬었다.

'평일 의무 휴업'을 실시하는 대형 마트 노동자들은 A씨처럼 불만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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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전 경기도 하남시 이마트 하남점이 현수막을 걸고 정기휴점으로 문을 닫았다. 이마트 하남점은 지역 시장의 상인회장들과 협약을 맺고 둘째, 넷째 수요일에 정기 휴점을 하고 있다. ⓒ 이희훈

   
<오마이뉴스>와 이마트민주노조는 지난 7일~9일까지 경기 하남·남양주 대형 마트에서 일하는 노동자 51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했다. 하남과 남양주시 대형마트는 한 달에 2번, 수요일에 의무 휴업을 하고 있다.

설문 조사에서 평일 의무 휴업에 대해 만족하느냐는 질문에 '불만족'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93.9%(46명)로 나타났다. 평일 휴업에 만족한다는 응답자는 단 3명(6.1%)에 불과했다.

평일 휴업이 불만족인 이유로는 '가족과 함께 할 시간이 없어서(42.6%, 20명)'와 '개인적인 업무나 휴식을 하기에는 평일이 적절하지 않아서(42.6%, 20명)'란 응답이 가장 많았다. '친구들과 만날 시간을 맞추기 어렵다'(29.8%, 14명)거나, '나혼자 쉬는 것이 익숙치 않아서(6.4%, 3명)'라고 답한 사람도 있었다.

만약 의무 휴업일이 공휴일(토·일요일)로 바뀔 경우 찬성하겠냐고 묻자 모든 응답자(48명, 100%)가 '찬성'했다. 현재 마트 의무휴업을 정하는 과정에서 노동자들은 대부분 의견을 제시할 기회를 얻지 못했다(46명, 98%)고 답했다.

의무휴업일을 지정하는 과정이 불공정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89.6%(48명)의 응답자가 '불공정했다'고 밝혔다. 응답자의 97.9%(47명)는 마트 의무휴업일을 지정할 때 마트 노동자들의 의견 수렴이 있어야 한다고 답했다.
 

지난 3월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전국서비스산업노조연맹 관계자들이 대형마트의무휴업에 반대하는 헌법 소송을 낸 기업을 비판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설문에 참여한 한 노동자는 "가족 얼굴을 다같이 볼 수 있는 날이 주말인데 쉴 수가 없다"며 "우선 가족이 화목해야 마음도 편해서 업무에 더 즐겁게 근무할 수 있을 것 같으니 사원들 휴무 의사을 반영해서 정하면 좋겠다"는 의견을 남겼다.


또 다른 한 노동자는 "본인의 휴무인데 본인이 원하는 날 쉬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며 "당사자인 노동자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적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정동영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대형마트 휴업(의무, 자율 합산)을 실시하는 기초지방자치단체(시·군·구)는 모두 171곳이다. 이 가운데 주말이 아닌 평일에 휴업을 실시하는 지자체는 총 49곳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 보면, 경기도에서 평일 휴업을 실시하는 지역이 많았다. 경기 파주와 하남, 포천, 남양주, 김포 등 모두 15개 기초 지자체가 평일을 의무휴업일로 지정했다. 서울의 경우, 성동구(롯데마트 행당)에서만 평일 휴업을 하는 것과 비교하면 대조적이다.

경기도와 함께 경북(10개 기초 지자체), 충남(7개), 강원과 울산(각각 4개)에서도 평일 휴업을 실시하는 기초지자체가 많았다. 반면 부산과 대구, 광주, 대전, 전북 지역 기초지자체들은 모두 주말(토·일)에 휴업을 실시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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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 #의무휴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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