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현의 괴력, 대통령의 오기

[주장] 결함 많은 부동산 대책 곳곳에 묻은 김수현 정책실장의 체취

등록 2018.11.11 20:16수정 2018.11.11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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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현 신임 청와대 정책실장 ⓒ 연합뉴스

 
2018년 7월 서울의 아파트 시장에 투기 광풍이 불어 닥치자 그것이 누구 책임인지를 둘러싸고 정치권에서 논란이 일었다. 더불어민주당 측에서는 이명박·박근혜 정권이 9년 동안 줄기차게 밀어붙인 부동산 경기부양 정책에 책임을 돌렸다.

예컨대 2018년 9월 13일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국회 본회의 정치 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이명박 정권이 지방 부동산 띄우기 정책을 펼친 지 3년 만에 지방 부동산 시장에 광풍이 불었고, 박근혜 정권이 분양가상한제 실질적 폐지,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3년 유예, 재건축 조합원 분양주택 수 3채 허용 등 부동산 투기 조장책을 펼친 지 3년 만에 서울 부동산 시장에 광풍이 불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야당과 보수 언론은 아파트값 폭등의 원인으로 문재인 정부의 규제 일변도 수요 억제 정책과 부서 간 정책 혼선을 꼽았다. 예를 들어 바른미래당 이혜훈 의원은 서울 아파트값이 박근혜 정권 50개월 동안 10.2퍼센트 상승한 데 반해 문재인 정부 16개월 동안 26퍼센트나 뛰었음을 지적하며, 노무현 정부 때와 유사한 정책을 펼치는 문재인 정부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한목소리로 과세·규제강화를 포기하고,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완화해서 양질의 주택을 공급해야만 부동산 광풍을 잠재울 수 있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정부에 책임을 돌리는 야당과 보수 언론의 주장은 문재인 정부의 정책 혼선과 이전 정부 때보다 훨씬 빠른 부동산 값 상승세를 지적했다는 점에서 일견 타당하다. 하지만 이명박·박근혜 정권이 9년 동안이나 노골적인 부동산 경기부양을 시도했다는 명백한 사실과, 박근혜 정권 때의 재건축 규제 완화와 금융 규제 완화가 강남 지역 부동산 광풍의 시발점이었다는 사실을 애써 무시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크다.

재건축 규제 완화는 투기 광풍의 원인으로 작용한 정책인데도 그것을 해법으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논리적 결함도 심각하다. 야당과 보수 언론의 주장이 엉터리라는 것은 워낙 자명해서, 내가 여기서 더 이상 언급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그렇다면 오로지 이명박·박근혜 정권에 책임을 돌린 박영선 의원 식 주장은 어떻게 봐야 할까? 이 주장은 두 보수 정권이 실시한 부동산 경기부양책의 실상을 드러냄으로써 부동산 광풍의 역사적 배경을 확실히 밝혔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의 정책 오류에 완전히 눈을 감는다는 점에서는 문제가 있다. 부동산 정책의 효과가 3년 뒤에 나타난다고 한 것도 근거가 없는 이야기다.

야당과 보수 언론의 주장은 말할 필요도 없고, 문재인 정부의 정책은?

사실 문재인 정부에 면죄부를 주기에는 정책 오류가 너무 크다. 문재인 캠프는 대선 공약에 매년 10조 원, 5년간 50조 원으로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포함해 부동산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또 집권 후에는 내내 보유세 강화에 극히 미온적인 태도를 보임으로써, '부동산공화국'을 건드리는 근본정책을 실시하지는 않고 부동산 시장을 적당히 관리하는 수준에 머물겠다는 의중을 드러냈다. 보유세 강화 없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시행하여 '똘똘한 한 채'로 투기 수요가 집중되게 하기도 했다. 나름 합리적 판단에 능한 부동산 시장 참가자들은 문재인 정부의 이런 태도를 '투기해도 좋아'라는 신호로 받아들였다.

임대주택의 실태를 파악하고 임대료 상승을 억제한다는 명분으로, 등록 임대주택에 과도한 혜택을 부여하여 투기대책에 거대한 루프홀(loophole 허술한 구멍)을 만들어 둔 것도 치명적인 오류다.

사실 민간 임대주택 일체에 규제 완화와 세제 혜택을 제공하는 정책을 처음 도입한 것은 박근혜 정부였다. 이 대책은 2014년 2월 발표된 '주택 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에 담겼는데, 임대주택 등록자에게 취득세·재산세 감면, 양도세 한시적 면제, 중과 배제 및 감면, 소득세·법인세 감면 등 대폭적인 세제혜택과 함께 규제 완화 조치를 취한다는 내용이었다.

문제는 문재인 정부가 이 정책을 그대로 계승하면서 8년 이상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는 자에게 혜택을 더욱 확대했다는 사실이다. 2018년 10월 30일에 방영된 MBC PD수첩 '미친 아파트값의 비밀 2부'에서는 이 제도가 투기꾼들에게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추적해서 생생하게 보도했다.

투기대책의 루프홀

공시가격 12억 원인 목동 아파트를 한 채 가진 사람과, 총 공시가격이 270억 원에 달하는 가양동 소형 주택 100채를 소유한 임대사업자의 세금을 비교한 내용은 실로 충격적이었다. 목동 1주택자는 재산세 연 30만 원, 10년 보유 후 매도할 경우의 양도소득세 2,900만 원, 종부세 연 75만 원을 납부하는 반면, 가양동 100채 소유자는 재산세와 양도소득세 면제, 종부세 비과세로 관련 세금을 한 푼도 안 낸다는 것이었다.

이로써 투기꾼들이 임대주택 등록제를 이용해서 아파트를 수십 채, 수백 채 사 모으고는 세금은 거의 안 낸다는 사실이 백일하에 드러났다. 임대시장을 안정시킨다는 명분으로 시행한 제도가 아파트 투기꾼들에게 "꽃길을 깔아주고" 있었던 셈이다.

이준구 서울대 명예교수가 자신의 홈페이지에 '임대주택등록제, 부동산 투기에 꽃길을 깔아주고 있지는 않은가?'라는 글을 올려서 이 제도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하자, 화들짝 놀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나서서 "(정책 효과가) 처음 정책을 설계했을 때의 의도와 다르게 나타나는 것 같다"고 사과하고, 잘못을 바로 잡을 뜻을 밝혔다.

하지만 막상 그 며칠 후 나온 9.13대책에는 어이없게도 조정대상지역에서 신규로 취득하는 주택에 한해 임대사업자 혜택을 줄이겠다는 내용이 담겼을 뿐이다. 등록 임대사업자가 이미 보유하고 있는 약 120만 호에 대한 특혜는 일체 손대지 않았으니, 발 빠른 투기꾼들은 환호성을 질렀을 법하다.

사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간단했다. 신규 등록 주택이든, 기존 등록 주택이든 혜택을 똑같이 줄이되, 시한을 정해서 그때까지 보유 주택을 매각할 사람은 하라고 발표하는 것이다. 아마 그랬다면, 복잡한 가격안정 대책을 마련할 필요도 없이 아파트 값이 바로 안정되었을지 모른다.

투기대책에 엄청난 루프홀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는데도 문재인 정부는 이를 제대로 메우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이미 발표된 정책을 믿고 의사결정을 한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는 것을 꺼렸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충격을 받을 사람들 다수가 투기꾼이라는 사실이 드러난 이상, 그들을 염려해서 올바른 정책을 펼치지 않는 것이 국정을 책임진 자에게 합당한 태도일까?

투기대책의 구멍 인지하고도 그냥 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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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심에 밀집해 있는 아파트 ⓒ 이희훈

 
문재인 정부가 이렇게 미온적인 태도로 정책 오류에 대처하는 것을 지켜보는 동안, 이상하게도 내 마음에서 한 가지 생각이 떠나가지 않았다. 그것은 우리 사회에서 임대주택등록제를 최초로 제안한 사람이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의 총 책임자 김수현 박사였다는 사실이다. 그는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청와대에서 사회수석을 지내다가 2018년 11월 정책실장으로 승진했다. 언론에서는 그를 '실세 중의 실세', 청와대 '왕수석' 등으로 표현했다.

그는 2011년 출간된 자신의 저서 <부동산은 끝났다>에서 '모든 다주택자는 등록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이렇게 말했다.
 
"우리나라에서 모든 가구가 내 집이나 공공임대주택에서 살아갈 수는 없다. 전체 가구의 3분의 1 정도는 내 집 마련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인정하자. 또 공공임대주택을 무한정 늘릴 수도 없다. … 20% 정도의 가구는 민간 소유 임대주택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 이들의 주거를 안정시키는 것이 목표라면, 민간 임대차 제도를 근대화시키는 방향으로 가는 도리밖에 없지 않은가? …  우리가 다주택자를 비난하면서도 실제로는 전혀 위력적인 억제 수단이 없지 않은가? 차라리 소유는 인정하면서 운영에 개입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자기가 살지 않는 주택은 모두 등록하도록 하는 데서 시작하자."(김수현, 2011, <부동산은 끝났다>,  오월의 봄, 346~347쪽)
 
임대주택등록제는 김수현 신임 정책실장이 오래 전부터 품고 있던 정책 구상이었다. 그는 이 구상을 2012년과 2017년 문재인 후보 대선 공약에 담았다. 김수현 박사가 두 번의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의 정책 공약을 총괄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2014년 박근혜 정부가 임대주택 등록제를 도입한 것은 그의 구상을 갖다 쓴 것에 불과하다.

이런 사실을 감안하면, 김수현 수석은 현행 임대주택 등록제가 투기대책의 루프홀임이 명백히 드러나는데도 자신의 오랜 구상을 실현한 정책이라 여겨서, 굳이 고수하려고 했던 것은 아닌가 하는 합리적 의심이 생긴다.

그래도 더욱 중용하는 대통령

5년간 50조 원을 투입하여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것, 부동산 시장을 적당히 관리는 하겠지만 '부동산 공화국'을 건드리는 근본정책을 실시할 생각은 없다는 신호를 시장에 준 것, 보유세 강화 없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시행하여 '똘똘한 한 채'로 투기 수요가 집중되게 만든 것 등 지금까지 문재인 정부가 펼친 부동산 정책의 핵심 항목들에서 나는 김수현 수석의 체취를 진하게 느낀다. 그런데다 투기대책의 최대 루프홀에 대한 대책도 그 때문에 제대로 메우지 못했다면, 이는 심각한 문제다.

길을 잘못 들어섰을 때에는 돌아 나오는 것 외에 방법이 없다. 그런데 잘못 가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은 채 그 길 위에서 계속 뭔가 해보려고 한다면, 아무리 애를 써도 목표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다.

내가 언급할 필요도 없이, 모든 인사의 기본 원칙은 신상필벌(信賞必罰)이다. 이런 상식을 잘 알고 있을 문재인 대통령이 장하성 실장의 뒤를 잇는 청와대 정책실장에 김수현 수석을 임명했다. 여기저기서 강한 반대 의견이 분출하는데도 처음 먹은 생각을 그대로 밀고나간 듯하다.
 
"임기 말이 되면 청와대 사람들은 자신들만의 성을 구축하고 외부인들의 의견을 듣지 않습니다. 그래서 민심과는 완전히 괴리된 생각을 가지기 쉽습니다."

이명박 정권 출범 직후 김수현 실장이 참여정부의 '실패'를 복기하며 내게 직접 들려준 말이다. 지금은 임기 말도 아니지 않은가? 6.13 지방선거 후 문재인 정부가 '촛불정부'의 정체성에서 자꾸 멀어지는 듯해서 줄곧 안타까운 마음이었는데, 드디어 그 정체성에서 '자유'를 선언하는 듯해서 걱정이 태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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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가톨릭대학교 경제금융부동산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헨리 조지 포럼 공동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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