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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밥'을 먹고 있는 나에게, 이문세가 말했다

[기획] '혼족'이 흔해진 시대, 노래 속 '홀로살이'는 어떻게 변해왔나

18.11.12 18:30최종업데이트18.11.12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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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백히 '나 혼자'의 시대다. 한때 유행한 '아베크족' 같은 용어는 폐기된 지 오래다. 현시대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혼자'다. '혼밥'(혼자 밥 먹기)은 기본이요, '혼술'(혼자 술 마시기), '혼영'(혼자 영화 보기), '혼코노'(혼자 코인 노래방 가기) 등, 접두사 '혼'의 범위는 점점 늘어난다.

<나 혼자 산다>(MBC)를 비롯해서 <미운 우리 새끼>(SBS), <혼술남녀>(tvN) 등 '혼족'을 다룬 텔레비전 프로그램도 여럿이다. 배달 애플리케이션은 아예 1인분 주문이 가능한 음식점을 모아서 보여주기도 한다.  
 

MBC <나 혼자 산다> 중 ⓒ MBC


싱글 라이프의 열풍은 곧 1인 가구의 증가를 의미한다. 2017년 통계청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인구의 28.6%는 혼자서 살고 있다. 2010년에 1인 가구의 비중이 23.9%였음을 생각하면, 7년 만에 '나혼자족'이 5%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이제 대한민국에서 가장 흔한 가구 형태는 1인 가구다. 오랫동안 이상적인 가족 형태로 여겨지던 4인 가구는 점차 구시대의 기준이 됐다.

이러한 현상은 '삼포(三抛) 세대'의 등장과도 연관이 깊다. 경기 침체와 취업난으로 여러 사회적 압박에 직면한 젊은 세대가 연애와 결혼, 출산을 포기하고 혼자서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찾는다는 것이다.

트로트 가수 김연자는 히트곡 '아모르 파티'(2013)에서 "연애는 필수, 결혼은 선택"이라 했지만, 이것도 옛말이다. 최근 언론들은 2030 세대에서 비혼주의가 퍼지고 있음을 일제히 주목하고 있다. 

노래 속 '혼자 사는 삶', 변진섭부터 B1A4까지 
 

변진섭 1집 <홀로 된다는 것> ⓒ 쌍용기획


"이별은 두렵지 않아
눈물은 참을 수 있어 
하지만 홀로 된다는 것이 
나를 슬프게 해"
- '홀로 된다는 것', 변진섭(1988)


30년 전에 나온 변진섭의 데뷔곡 '홀로 된다는 것'을 보자. 가사의 주인공을 결정적으로 무너뜨린 건 이별도, 눈물도 아닌 헤어지고 '홀로 된다는 것'이었다. 노래는 상실 후 찾아올 고독과 외로움을 슬픔의 대상으로 규정했고, 폭발적인 공감을 얻으며 단숨에 밀리언셀러를 기록했다.

이와 같은 감정은 10년 뒤에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1998년 이문세의 11집 < Sometimes >에 실린 'Solo 예찬'은 제목과 달리 솔로가 되고 위축된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는 노래다.

이문세 11집 < Sometimes > ⓒ 엠프로젝트


"저 산이 저 태양이 나를 보고 웃네
네 사랑 네 젊음은 어데로 갔냐고
저 하늘 저 새들도 나를 보고 비웃네
수많은 연인들은 더 웃네
나도 내가 미워요 내 사랑 찾아 떠나요
내 가슴 채워 줄 그녀 어디쯤 숨어 있나요"
- 'Solo 예찬', 이문세(1998)


반면 지금의 젊은이들은 이별을 즐겁게 받아들이는 경지까지 올랐다. 보이 밴드 비원에이포(B1A4)는 2014년에 발표한 'SOLO DAY'에서 결별 후의 감정을 즐겁고 홀가분하게 표현했다. 노래의 시작부터가 휘파람이다. 이들은 경쾌한 리듬과 흥겨운 곡조에 맞춰 "이제는 즐겨야 돼, 이별을 즐겨야 돼"라고 말하며 싱그럽게 '솔로 데이'를 연호한다. "평범한 사람과는 달라/ 혼자만 있는 게 좋아/ 가벼운 맘으로 살아"라는 가사는 요즘 청년들의 솔로 선호와도 맞닿아 있다.

싱글 라이프의 '고독' 노래한 오지은과 선우정아

한편, 누군가에게 싱글 라이프는 불가피한 것이기도 하다. 사회적 이유로 홀로 거주지를 옮긴 사람이 그렇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발표한 '2018 한국 1인 가구 보고서'에 따르면, 1인 가구 중 59%가 사회·경제적 여건에 의한 비자발적인 사유로 혼자 살기 시작했다고 한다. 자신의 의지에 따른 자발적인 사유로 독립을 택했다는 이는 절반 이하(41%)였다.

특히 20대에선 '학교, 직장 때문에' 혼자 살고 있다고 응답(60.9%)한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오지은이 지난 2013년에 발표한 '서울살이는'은 그러한 이들이 마음 깊이 동감할 만한 노래다.
 

오지은 3집 < 3 > ⓒ 해피로봇 레코드


"서울살이는 조금은 외로워서
친구가 많이 생기면 좋겠다 하지만
서울사람들은 조금은 어려워서 어디까지 다가가야 할지 몰라
서울살이는 조금은 힘들어서
집으로 가는 지하철 앞에 앉은 사람 쳐다보다가도 
저 사람의 오늘의 땀 내 것보다도 짠맛일지 몰라"
- '서울살이는', 오지은(2013)


자의든 타의든 혼자 사는 사람의 가장 큰 적은 '고독'이다. 앞서 언급한 '2018 한국 1인 가구 보고서'에서도 1인 가구가 가장 걱정하고 있는 것은 '외로움 등 심리적 안정' 문제였다. 이는 전 연령대에서 공통으로 나타났다.

혼자인 사람을 겨냥한 각종 상품이 출시되고 '혼-'만 붙이면 무엇이든 혼자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고 있음에도, 혼자서 채워지지 않는 마음은 누구에게나 두려움의 대상인 것이다. 선우정아의 2016년 노래 '그러려니'에는 혼자가 된 사람의 지독한 외로움이 드러난다.
 

선우정아 <그러려니> ⓒ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


"만나는 사람은 줄어들고 그리운 사람은 늘어간다
끊어진 연에 미련은 없더라도 그리운 마음은 막지 못해
잘 지내니, 문득 떠오른 너에게 안부를 묻는다 
잘 지내겠지, 대답을 들을 수 없으니 
쓸쓸히 음 음... 그러려니"
'그러려니', 선우정아(2016)


인류 역사에서 오늘날처럼 '혼자'가 보편의 형태가 된 적은 없다. 인간은 늘 더불어 살아왔다. 물론 그렇다고 혼자 살지 말란 법은 없다. 다른 이에게 피해만 주지 않는다면 개인주의도, 비혼도 좋다.

그러나 30년 전의 변진섭 노래처럼 '홀로 된다는 것'이 자신을 슬프게 하는 날에는 주위에 손을 뻗어보자.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고, 어려움 앞에선 혼자보단 둘이, 둘보단 셋이 아무래도 좋지 않겠는가.
 
수요음감회
 

도봉문화재단 '수요음감회' ⓒ 도봉문화재단

 
▶︎ 행사명 : 무지개클럽 <수요음감회>
▶︎ 주최 : 도봉문화재단
▶︎ 후원 : 문화체육관광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 모집 대상 : 음악과 이야기를 좋아하는 누구나
▶︎ 행사 진행 : 정민재(웹진 이즘 필자, 대중음악 평론가), 최용수(만쥬한봉지)
▶︎ 행사 장소 : 무중력지대 도봉
▶︎ 행사 일시 : 11월 21일(수) 오후 7시~오후 8시 30분
▶︎ 행사 주제 : 1인 가구 : <홀로 된다는 것>
▶︎ 행사 문의 : 도봉문화재단 기획홍보팀 lgy@dbfac.or.kr, 02-908-2900
▶︎ 행사 접수 : https://goo.gl/forms/2tEEPIKgr57R04ae2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정민재 기자의 브런치(https://brunch.co.kr/@minjaejung)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혼밥 혼술 도봉문화재단 음악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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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음악 평론가 |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 음악 작가 | 팟캐스트 <뮤직 매거진 뮤브> 제작, 진행 http://brunch.co.kr/@minjae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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