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와서 '이언주' 질문만 하는 중앙지 기자들

[지역기자의 눈] '수소' 찾아 울산 온 손학규 대표에게 지역사안은 묻지 않아

등록 2018.11.13 14:52수정 2018.11.13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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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가 12일 낮 12시 30분쯤 울산 남구 옥동 복합가스충전소에서 하태경, 이준석 최고위원이 지켜보는 가운데 수소가스를 충전하고 있다. ⓒ 박석철

  
지난 12일 오전,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가 나란히 당의 지도부를 대동하고 울산을 찾았다.

두 당 대표의 울산 방문 화두는 결국 수소산업으로 귀결됐다. 그중 기자는 이날 오전에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가 최고위원들과 울산의 수소자동차 관련 산업단지를 찾은 것을 취재했다.

울산 북구 매곡산업단지 소재 한국몰드에서 당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며 수소차 개발과 수소산업의 중요성을 이야기한 손 대표는 회의 후 기자단과 회견을 했다. 그런데 서울에서 관광버스로 야당 대표 행보에 동행한 중앙지 기자들의 질문은 '수소차'가 아닌 바른미래당 이언주 의원에 관한 것이 대부분이었다.

손 대표는 이어 오전 11시 30분쯤 울산 중구 울산테크노파크 내에 있는 한국수소산업협회를 찾아 수소산업에 대해 점검하고 직접 수소전기차 '넥쏘'를 운전해 10여분 거리를 운행했다. 

울산 옥동수소복합충전소에 도착한 손 대표는 수소연료 충전을 하고 수소충전소를 둘러 본 후 충전소 현장에서 울산에서의 마지막 기자회견을 가졌다. 손 대표와 최고위원들을 마주하고 바닥에 앉아 취재경쟁을 하던 기자들의 질문 내용도 역시 '이언주' 였다.

먼길을 달려 울산에 온 기자들은 이날 손 대표가 1시간 동안 진행한 수소차 운행과 충전소 현황 등 수소 관련 질문은 하지 않았다. 관심은 역시 이언주 의원의 행보에 대한 손 대표의 생각이었다.

기자들은 이언주 의원의 '다른 당 행사 참여'와 '그에 따른 징계 여부', '이 의원의 언행이 지역위원장 선출에 영향을 받는지' 여부 등을 물었다. 손 대표가 "여기서 거론하기에 적절치 않다"고 선을 그었지만 여러명의 기자들에 의해 비슷한 질문은 계속됐다.


특히 기자들은 "이 의원의 발언을 해당행위로 보느냐" "특단의 조치를 내릴 수 있느냐"는 등의 질문을 던졌고, 이는 어렵게 장시간을 달려온 야당 대표의 울산 방문 목적을 희석시키기에 충분했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와 당 최고위원들이 12일 오전 울산 중구 울산테크노파크에서 전기차 시승을 하기 앞서 한국수소산업협회 회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박석철

  
이를 두고 현장에서는 울산 시민이기도 한 바른미래당 울산시당 당원들의 불평이 나왔다. 한 주부 당원은 "대표님이 수소차를 타고 왔는데 그게 뉴스 아닌가? 왜 정치 이야기만 묻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날 울산 시민들은 모처럼의 정당 대표 방문이 지역경제 회복에 도움이 되기를 바라고 있었다. 울산의 주력산업인 조선 경기가 하강하고 자동차산업의 상황도 위험 수위를 달리는 것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다.

따라서 울산 시민들은 대거 동참한 중앙지 기자들이 이와 관련된 질문을 해주기를 원했다. 가령 울산 조선산업 침체를 수소산업으로 만회하는 방법, 수소산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 방안이나 정치권의 역할, 앞으로의 에너지 정책 방향 등이다.

기자는 늦게나마 수소에 대해 공부하는 중이다. 이날은 "'40년전부터 수소연료 개발을 해온 향토기업 '덕양'의 수소 생산, 보급, 저장 기술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것'을 알았다. 왜 이처럼 기술이 있는데도 미래에너지 수소연료에 대한 개발은 느리며, 그동안 원전에만 치중했는가?"하는 질문도 던질 수 있었다.

물론 언론의 속성상 이슈가 되는 민감한 정치 문제를 다루는 것은 그리 낯선일이 아니다. 하지만 정당 대표의 지역 방문에도, '지역 사안'에 대한 질문이 기자들로부터 나오지 않는다면 울산 시민들의 허탈감은 커질 수밖에 없다.
#이언주 #수소산업 #손학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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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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