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들이 '대형마트 매출 떨어진다' 걱정 왜하나"

[대형마트의 이상한 의무휴업 ③] 김주홍 이마트민주노조 위원장

등록 2018.11.24 12:03수정 2018.11.24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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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홍 이마트민주노조 위원장. ⓒ 이희훈

 
김주홍 이마트민주노조 위원장은 따지기 좋아하는 사람이다. 불편부당한 일이라 생각하면 그냥 넘어가지 않는다. 관련된 법령과 절차를 꼼꼼하게 톺아보고, 잘못된 것이 있으면 담당 공무원과 회사 관계자들에게 따져 묻는다.

'대형마트의 평일 휴업' 문제도 마찬가지다. 경기 하남시로 사무실을 옮긴 뒤, 현장 노동자들로부터 평일 휴업의 문제점을 듣고 관련 법을 찾았다. 마트 의무휴업 내용이 담긴 유통산업발전법은 달달 외울 정도로 들여다보고 또 들여다봤다.

내공이 쌓였다. 경기 하남시와 남양주시에 '평일 휴업 지정 과정이 부당하다'는 민원을 제기했다. 법에는 평일 휴업을 지정할 경우 이해당사자 간 합의를 거쳐야 한다고 명시돼 있지만, 해당 지자체들은 이해당사자인 마트 노동자들의 의견을 묻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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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홍 이마트민주노조 위원장. ⓒ 이희훈

 
산업통상자원부에 유권해석을 의뢰해 이해당사자 범주에 마트 노동자도 포함된다는 답변도 받았다. 그런데 지자체 담당 공무원들과 이야기를 해보니 더 이상한 점이 있었다. 담당 공무원들이 대형마트를 지나치게 걱정하고 있더라는 것.

김 위원장은 "담당 공무원들과 이야기를 해보니 대형마트의 이익 떨어지는 것만 관심이 있더라"며 "산업통상자원부도 이해당사자 범위에 노동자가 포함된다고 했는데 지자체 담당자들이 포함 안 된다고 하더라, 황당했다"고 밝혔다.

심지어 이해당사자 간 합의가 되지 않았음에도 평일 휴업을 규정한 기초 지자체도 있었다. 재래시장 상인들이 평일 휴업을 허용해주면서 여러 이권을 챙기는 행태에 대해 그는 "지자체의 상생협의회가 이권 거래 통로가 됐다"고 한숨을 쉬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마트 노동자를 비롯해 마트에서 근무하는 협력업체 노동자, 마트 내 입점 상가 상인들은 대부분 일요일에 쉬면서 가족과 함께하길 원한다"며 "의무휴업을 규정한 목적이 '노동자 건강권 확보'인데 그 법 취지에 맞게 공휴일 의무 휴업이 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마이뉴스>는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정의당 사무실에서 김 위원장을 만났다. 의무휴업 지정의 부당 사례를 이야기할 때도 그의 목소리는 좀처럼 높아지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흥분하거나 서두르지 않고, 정해진 절차에 따라 차근차근 한 단계씩 나아가고 있었다.


어쩐지 이상했던 평일 휴업

- 경기 하남시와 남양주시에 마트 평일 의무 휴업과 관련해 민원을 제기하고 개선 작업에 나섰다. 마트 평일 의무 휴업이 뭐가 문제라고 생각했나.
"인천에 근무하다 하남시에 발령받고 와서 보니까 제가 근무하는 점포가 평일에 의무휴업하고 있었다. 예전에 있었던 (인천) 연수점은 일요일에 쉬고 있었다. 조합원과 상의해보니 경기도 지역이 유독 의무휴업이 평일인 곳이 많았다.

조례나 법을 따져보기 시작했다. 유통산업발전법에는 평일로 의무휴업을 지정할 경우 이해당사자 합의를 거치게 돼 있었는데, (많은 지자체가) 이해당사자 간 합의가 없었고 일방적으로 통지하는 경우가 많았다. 대기업 대형 마트가 관공서랑 짬짜미해서 의무휴업을 지정한 경우가 많은 것도 확인했다."

- 대기업과 지방정부가 짬짜미를 했다고 했는데, 구체적인 사례가 있었는지.
"하남시를 예로 들면, 유통산업발전법은 공휴일(토·일)을 의무휴업일로 지정하게 돼있다. 평일을 지정할 경우, 이해당사자 합의를 거치게 돼 있다. 현재는 하남시 관내 홈플러스와 이마트 같은 경우 둘째 주와 넷째 주 수요일에 쉰다. 그런데 하남 시내 롯데슈퍼와 동아슈퍼는 둘째 주와 넷째 주 일요일을 쉰다. 그래서 왜 그러냐고 물어보니 하남시 재량이라고 하더라."

- 하남시 재량사항은 아닌 것 같다. 평일 휴업을 하기 위해서는 당사자 간 합의가 의무다. 유통산업발전법에 이해당사자 범위에 노동자를 제외한다는 조항도 없다.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평일 휴업을 지정할 때는 이해당사자 간 합의를 거쳐야 한다고 유권해석을 받았다. 또 이해당사자 범위에서 노동자도 이해당사자라고 했다. 하남시에 문제제기를 하니, 대형마트 근로자 노동자들은 이해당사자가 아니라고 답하더라. 그런데 그것은 법률에 적시된 내용이 아니다. 지방정부가 임의대로 법률을 해석해 노동자를 이해당사자에서 제외할 권한은 없다"

"왜 지방정부가 임의대로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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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홍 이마트민주노조 위원장. ⓒ 이희훈

 
- 마트 평일 휴업과 관련해서 현장 노동자들의 목소리도 많이 들고 있을 것 같다. 최근 <오마이뉴스>와 공동 설문조사를 진행하기도 했는데, 현장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전달해준다면?
"우리 노조는 이마트의 불법 파견과 관련해 청원도 냈던 유일한 노조다. 이마트 협력사에서 마트로 파견나온 직원 대부분도 평일에 쉬는 것은 반대한다. 일요일에 쉬고 싶기 때문이다. 물론 대부분 이마트 직원도 일요일에 쉬고 싶어 한다. 어차피 회사는 반강제적으로 연차를 소진하게 하는데, 이왕이면 평일보다 일요일에 쓰는 게 낫다고들 한다."

- 결국 평일 휴업을 하는 것은 대형마트 사측의 뜻에 따른 것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 평일 휴업보다는 일요일 휴업이 매출 면에서 손해이기 때문에 그렇지 않겠나?
"점장이나 간부들은 일요일에 쉬자는 분위기를 만들고 싶지 않을 거다. 매출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하는데, 제가 경험한 바로는 크게 매출에 영향이 없다. 마트 매출에 영향을 미치는 부분은 오프라인 고객, 온라인 구매 배송뿐 아니라 상품권도 있다. 의무휴업 말고도 매출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많다. 회사가 평일에서 일요일로 의무휴업일을 바꾼다고 해서 매출이 줄지 않는다. 고객들도 일요일에 의무휴업을 하면 토요일이나 금요일에 쇼핑한다."

- 이번 취재를 하면서, 재래시장 상인회와 대형마트가 마트의 평일 휴업을 두고 일종의 거래를 하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지역상인 자녀 우선 채용이나 기금 지원을 받는 대신 평일 휴업을 허용해주는 사례가 여러 차례 확인됐다. 노동자 건강권 문제는 아예 논의조차 되지 않는 경우도 많더라.
"유통산업발전법에 보면 어디에도 '재래시장 상인과 마트가 상생협약을 맺어라', '얼마의 돈을 재래시장에 줘라' 이렇게 규정돼 있지 않다. 하남시 같은 경우에도 본인(재래시장 상인)들이 말은 안 하지만 제가 알기로 발전기금으로 20억 원 정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20억 원이란 돈이 과연 어디로 갔는가. 상생 협약을 맺은 그때와 지금의 그 재래시장(시설)들은 크게 달라진 것 없다. 상생협약은 상인회란 이익집단이 주도하는 것으로 변질했다. 상인회는 평일 휴업을 조건으로 과도한 이득을 취한다. 대형 마트가 지급하는 시장 발전기금의 경우, 지자체가 맡아 계획적으로 써야 한다. 상인회에만 준다면 계속 문제가 발생하고, 실제 지방에선 발전기금을 두고 형사소송도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안다."

"대형마트 이익만 관심? 부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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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홍 이마트민주노조 위원장이 서울 여의도 소재 한 이마트 입구에서 서울지역에서 시행하고 있는 일요일 휴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이희훈

 
- 지방자치단체도 굉장히 비협조적이라고 이야기한 적 있었다. 실제로 자료 하나를 구할 때도 시간이 굉장히 많이 걸리고, 자료 내용도 부실할 때가 많지 않았나.
"정보공개청구를 하는데 지자체가 협조를 안 해준다. 정보공개청구하면 전부 비공개하거나 공개하더라도 기한 연장해서 겨우 공개한다. 해당 공무원들과 이야기를 해봐도 대형마트 입장을 수용하는 이야기를 하더라. '일요일 휴업하면 대형마트가 어려워진다'는 식으로.

지방자치단체는 대형마트보다 지역 주민을 우선 생각해야 한다. 의무 휴업일을 일요일로 정해서 지역 내 노동자들을 마음 편히 쉬게 해주고, 소비자들도 다른 소형 마트로 가서 소비하게 해서 지역 주민들의 기본 소득을 올리도록 유도하는 게 마땅하다. 그런데 정책결정권자들은 대형마트 이익이 떨어지는 것만 관심이 있더라. 그게 법 취지도 아닐뿐더러 그렇게 하는 건 부당하다고 생각한다."

- 민원을 제기하고 몇 달이 지났지만 여전히 이들 지자체는 의무휴업을 바꾸지 않고 있다. 경기 남양주시는 몇 달째 검토 중이라는 말만 반복하더라. 결국 이들을 움직이게 하려면 다음 단계를 밟아야 하는데,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가?
"먼저 유통산업발전법에서 정한 것을 지방 정부가 자의적으로 판단해 행정 행위를 하고 있다는 게 안타깝다. 마트 노동자도 지방 정부의 시민이다. 그 시민을 보호할 책임은 지방정부에 있다. 그분들의 건강권과 행복을 추구할 권리. 그것을 보장하는 것이 지방 정부의 의무다. 행정행위를 할 때 법과 법률에 따라서 공정하게 했으면 좋겠다. 만약 이게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행정소송을 통해 의무휴업을 바꾸도록 하겠다."
#대형마트 #평일휴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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