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도리 대신 마스크... 미세먼지에 수능날씨 걱정도 달라져

[전문가 인터뷰] 김해동 계명대 환경학부 교수, “선제적으로 오염 배출원 관리해야”

등록 2018.11.15 14:07수정 2018.11.15 14:08
0
원고료로 응원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5일, 한파는 피했지만 큰 일교차와 미세먼지가 말썽을 부렸다. 시험 중 마스크 착용까지 허용했을 정도다. 미세먼지 발생 원인과 대책은 무엇일까.

"연구자들은 최근 중국의 미세먼지 발생량이 현저히 감소했다고 분석합니다. 반면, 국내의 미세먼지 발생량은 줄지 않았습니다. 미세먼지로 인한 초과 사망자 수가 연간 1만 명을 넘는데 가장 큰 문제는 해결 전망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오히려 대기환경이 악화되고 있습니다."

김해동 계명대 환경학부 교수는 "최근 10년간 우리나라에서 100㎍/m3를 초과한 고농도 미세먼지의 발생 사례가 연평균 20일에 육박한다"며 "동절기와 장마철을 제외하면 환경부 기준의 '매우 나쁨 수준(76㎍/m3)'을 초과하는 날이 많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대응방식에 문제가 많습니다. 항상 고농도 미세먼지 출현 이후의 대응책을 내놓습니다. 사후약방문입니다. 뒤늦게 오염 발생원 관리를 위한 비상조치를 시행해도 효과가 없습니다."
  

"사후약방문 대책 효과 없어" 김해동 교수는 “정부의 대응방식에 문제가 많은데 항상 고농도 미세먼지 출현 이후에 대응책을 내놓다"면서 "뒤늦게 오염 발생원 관리를 위한 비상조치를 시행해도 효과가 없다”고 말했다. ⓒ 계명대

 
김 교수는 "이미 고농도 수준에 도달한 이후에 발생원 관리에 들어가 봤자 시민들 불편만 가중시키고 효과는 작다"며 "일례로 노후 석탄발전소 6기를 정지시켜도 국내 발생의 미세 먼지량을 겨우 1% 정도 줄이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선제적으로 배출원 관리에 들어가야 합니다. 동서고압대 유형의 기상이 장기간 이어져서 미세먼지가 정체되는 경우엔 초기부터 발생원을 관리해야겠지요. 기상학을 이해하는 사람들한테 물어보면 답을 줄 텐데 그렇게 안 하네요. 아쉽습니다. 기상청에서라도 더 상위 부서에 건의하기 바랍니다."

김 교수는 "차량 운행 중지는 디젤차 중심으로 시행해야 한다"면서 "그 이유는 디젤 차량의 미세먼지 배출량이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기상청 기상연구관을 역임한 김해동 계명대 환경학부 교수에게 미세먼지 발생 원인과 해결책을 들어본다. 다음은 13~14일 이메일로 진행한 인터뷰 전문이다.


- 미세먼지가 발생하는 원인이 어디에 있을까요.
"초고농도 미세먼지 현상이 나타나는 기상 패턴이 있습니다. 중국의 산업지대나 대도시로부터 한반도로 기류가 흐를 때 미세먼지가 유입되는 겁니다. 특히 북서풍과 남서풍이 불 때 고생합니다. 그런데 중국만 탓할 건 아닙니다.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미세먼지가 장기간 정체되어 나타나는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 중국 영향을 어떻게 봐야 할까요.
"남해안에 위치한 소형 고기압 바람이 상하이 등 중국 남부지역에서 발생한 미세먼지를 수송해 오기도 합니다. 하지만 주요 원인은 중국 대륙에서 우리나라 북쪽으로 길게 늘어선 동서 고압대의 정체에 있습니다. 바람이 약해지고 대기가 안정화되어 국내서 발생한 미세먼지가 적체되는 겁니다."

-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시지요. 
"중국 대륙 북쪽에서부터 북한 지역에 걸쳐서 고기압이 동서 방향으로 길게 띠를 이루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한반도 남쪽 지역에 등압선 간격이 매우 넓을 때가 있는데 이것은 바람이 매우 약하다는 뜻입니다."
  

"미세먼지 해결전망 안 보여 걱정" 김해동 교수는 "미세먼지로 인한 초과 사망자 수가 연간 1만 명을 넘는데 가장 큰 문제는 해결 전망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 계명대

 
- 중국이 원인 제공을 한다는 지적이 있습니다만.
 "중국이 미세먼지 발생량 정보를 제공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수치모델을 이용하여 중국 기원의 고농도 미세먼지가 출현한 날에 국내 미세먼지 농도와 기상조건을 이용하여 역추적하면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습니다. 연구자들은 최근 수년간 중국의 미세먼지 발생량이 현저히 감소했다고 분석합니다. 그에 반해서 국내 미세먼지 발생량은 감소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 결과 국내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에서 국내 발생의 기여율이 중국 기원보다 많다고 평가합니다."

- 봄이 되면 더 심해집니다. 
"겨울과 봄에 압도적으로 미세먼지가 많습니다. 계절별로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 일수를 조사해 보면 그렇게 나옵니다. 봄에는 양쯔강 기단의 확장으로 중국 화남지방부터 한반도 및 일본 열도에 이르기까지 고기압이 동서로 이어지는 기상패턴이 자주 나타납니다. 이 기단이 위치하면 길게는 1개월 이상 미세먼지가 지속되기도 합니다. 가장 심각했던 사례로 1999년 봄철을 들 수 있습니다. 국내서 발생하는 미세먼지가 계속 정체되어 고농도 미세먼지가 나타나는 겁니다."

- 대책을 좀 더 제대로 세워야 하겠지요?
"사실 겨울에 기상패턴 변화를 예측하는 일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환경대책도 이젠 과학적으로 할 때가 됐습니다. 대기오염 포텐셜(가능성) 예보를 강화하고 그에 맞춰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내년 2월부터 미세먼지대책 특별법이 본격 시행된다고 합니다만요."

- 미세먼지 대책에 어떤 문제가 있었나요? 
"우리나라에서 미세먼지 발생에 가장 큰 기여를 하는 것은 화력발전소(특히, 석탄 화력)와 도로 부문(배기가스)입니다. 한전은 발전단가가 낮은 전기부터 우선 구매합니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친환경인 천연가스발전보다 석탄화력발전을 선호합니다."

- 친환경 발전을 해야 하는군요. 
"전력구매체제를 바꾸어야 합니다. 친환경 발전 우선으로 전력을 구매하도록 해야 하는 겁니다. 미세먼지 적체가 시작되면 더더욱 그렇게 해야 합니다. 차량도 연료에 따라서 차등적으로 부제를 시행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차량 연료를 친환경으로 바꾸도록 유도해야 합니다. 디젤차량에서 미세먼지가 무척 많이 배출되므로 대책이 시급합니다."

- 추가할 말씀은? 
"심각한 대기오염(고농도 미세먼지, 오존)의 발생은 주로 기상조건에 의해 좌우됩니다. 현재로선 미세먼지 발생원이 적어도 수년 이내에 크게 변할 가능성은 없습니다. 따라서 기상패턴을 바탕으로 발생원 관리를 해야 합니다. 이를 대기오염 포텐셜 예보라고 합니다. 동일 조건의 발생원 아래에서 대기질의 유불리를 예측하는 방식입니다. 미국환경보호청(EPA, United States Environmental Protection Agency) 장관은 고농도 오존발생이 예상될 때 선제적으로 주유소, 세탁소 등의 발생원에 강제명령을 내립니다. 이처럼 대기오염 포텐셜 예보에 기초하여 고농도 대기오염에 대처해야 합니다."
덧붙이는 글 인터뷰365에도 송고 예정입니다
#공기 #김해동 #미세먼지 #환경 #기상청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기자 출신 글쓰기 전문가. 스포츠조선에서 체육부 기자 역임. 월간조선, 주간조선, 경향신문 등에 글을 씀. 경희대, 경인교대, 한성대, 서울시립대, 인덕대 등서 강의. 연세대 석사 졸업 때 우수논문상 받은 '신문 글의 구성과 단락전개 연구'가 서울대 국어교재 ‘대학국어’에 모범예문 게재. ‘미국처럼 쓰고 일본처럼 읽어라’ ‘논술신공’ 등 저술

AD

AD

AD

인기기사

  1. 1 61세, 평생 일만 한 그가 퇴직 후 곧바로 가입한 곳
  2. 2 천연영양제 벌꿀, 이렇게 먹으면 아무 소용 없어요
  3. 3 버스 앞자리 할머니가 뒤돌아 나에게 건넨 말
  4. 4 "김건희 여사 라인, '박영선·양정철' 검토"...특정 비서관은 누구?
  5. 5 죽어라 택시 운전해서 월 780만원... 엄청난 반전이 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