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시장의 균형 잡기

[주장] 정부가 모든 일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버려야

등록 2018.11.14 15:54수정 2018.11.14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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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테마파크,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골프연습장, 정부기관이 운영하는 인터넷 쇼핑몰. 실제 우리나라 공공영역에서 제공 중인 서비스의 일종이다. 이를 접한 사람마다 반응은 다를 것이다. 국가가 이런 것까지 해야 하는지, 민간 영역을 침해하는 건 아닌지 의구심을 가지고 반응할 수 있고, 민간과 차별성을 가지고 있다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정부의 역할에 대한 심도 있는 해석을 빌리지 않더라도 같은 제도와 문화의 영향을 받는 우리는 직감적으로 이를 판단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맥락의 문제는 대부분 정책수단과 관련된다. 정부가 사회문제에 개입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을 이룬 후 중요한 것이 정책수단을 고민하는 단계다. 정부가 어떤 방식으로든 대응해야 할 문제가 앞에 놓여있을 때 정부의 행위는 정당화되지만 그 방식에 대해서는 많은 이견이 존재한다.

정부가 어떤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직접 서비스를 제공할 것인지, 강제력을 동원하여 단속을 강화하는 수준에 머물 것인지, 아니면 품질인증제도를 통해 시장의 변화를 유도할 것인지 등 최종 정책목표는 같더라도 이를 위한 정책수단은 그 범위와 수준, 필요한 조직과 자원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다. 물론 이러한 차이는 정책의 성공 여부와 부작용에 영향을 미친다.

일반적으로 정부의 대응이 과하다고 여기거나 못마땅할 때는 대부분 정책수단에 대한 입장이 달라서다. 정부 개입의 적절성, 정책수단을 둘러싼 논쟁은 정부라는 조직을 가진 민주주의 국가 모두에서 발생할 수 있고, 정부가 선택하는 정책수단에 따라 정부와 국민의 관계가 설정된다.

정책수단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현대 국가는 과거에 비해 엄청나게 많은 일을 하고 있다. 그만큼 사회변화에 따른 국민의 요구가 다양해지고, 각종 사회문제도 많다. 그렇다 보니 정책수단을 고민하는 정부 입장에서는 더욱 어려운 정책환경에 놓이게 되었다. 한정된 예산과 조직으로 정책수요에 대응하려고 하니 조직 내 갈등과 직원들의 불만이 상시적으로 나타난다. 올바른 정책수단이 중요한 이유다.

지역 주민의 민원을 직접 상대할 일이 많은 지방자치단체의 경우를 보면 정부라는 조직이 해야 할 일의 범위에 대해 더욱 고민하게 된다. 어떤 곳에서는 수험생들에게 입시컨설팅을 제공하기도 하고, 영어 캠프, 해외 탐방을 기획한다. 요즘 지자체가 운영하는 캠핑장과 같은 휴양 시설은 너무 보편화됐다. 정부 기관인 우체국에서는 알뜰폰을 팔고, 보험영업도 한다.

정부가 이런 일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거나 큰 정부, 작은 정부 논쟁을 하려는 게 아니다. 정책수단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선택지를 놓고, 깊은 조사와 연구를 통해 신중하게 따져보고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싶다. 지역 주민과 국민의 요구에 대응하는 정부가 되어야 하지만, 그 수단과 방식은 너무도 다양하다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대중인기에 영합해서, 조직 간 경쟁심에 매몰되어 정책이 결정되면 시간이 지난 뒤 부작용은 또 다른 정책과제로 돌아온다. 전국 곳곳에 방치된 공공 휴양시설, 무슨 무슨 센터로 이름만 붙은 건물, 이용자가 거의 없는 교통 인프라 등은 그의 상징이다.

정부는 생각해야 한다. 정부가 직접 개입해서 해결할 사안인지, 민간의 자율적 기제에 기댈 것인지, 아니면 정부와 민간이 협력하여 집행할 것인지. 쉬운 말로, 잘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잘 구별할 줄 알아야 유능한 정부가 될 수 있다. 물론, 정부 방침 유무에 따라 정치적 타격은 입을 수 있지만, 결국 국민에게 이득이 되는 관점을 고수해야 한다. 이에 대해서는 정부 정책을 대하는 우리 국민의 성숙한 인식 또한 뒷받침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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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공무원노동조합 정책연구소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정부와 사회 이슈, 사람의 먹고 사는 문제에 관심 많은 시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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