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필요한 희생을 막자. '동물 실험 대체연구'

AI의 개발과 오가노이드, 오간 온 어 칩, 그리고 러쉬 프라이즈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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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석(mike330)등록 2018.11.15 09:12
 15년도 봄, 나는 생명을 지키는 생명공학자를 꿈꾸며 생명공학과에 진학했다. 그 해 여름, 난 생명을 죽였다. 공부를 위해서 고통을 줄여준다는 방법으로 실험 쥐를 내 손으로 죽였다. 그때 처음 동물실험에 대해 생각해보기 시작했다.
 동물실험은 크게 두 가지 목적을 가지고 진행한다. 생명활동 연구, 즉 과학적 목적을 위해서, 그리고 의약품, 화장품 등의 효능과 안정성을 알아보기 위함이다. 동물실험 반대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이중 제품 연구를 위한 동물실험을 문제 삼는다. 인간과 동물은 다르기 때문에 같은 조건의 실험을 진행해도 다른 결과가 나온다. 다시 말해서 결과가 동물실험 실행의 취지에 어긋나는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동물실험을 없애고 바로 사람을 대상으로 시험하기에는 인권과 안전이 문제 된다. 그래서 사람들은 동물실험의 대체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그럼 어떤 방식의 연구가 진행되는지 알아보자. 

실험 쥐 실험 동물의 대표적인 예, 실험 쥐 ⓒ FedEx

 
 현 사회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이다. 빅 데이터와 AI 기술의 발전으로 여러 분야의 진보가 이뤄지고 있다. 그리고 동물실험의 대체 연구에도 4차 산업혁명의 손이 닿았다. 2018년 7월 11일 미국 존스홉킨스대의 토머스 하퉁 교수 연구팀은 인공지능과 빅 데이터 분석으로 특정 화학물질의 피부 민감도를 평균 87% 정확도로 예측하는 데 성공했다. 제품의 안정성을 평가할 때는 아는 성분이라도 실험을 몇 차례 반복하여 평균값을 낸다. 정확한 결과와 위험 요소를 줄이기 위함이지만, 이 과정은 많은 동물들의 희생이 필요하다. 연구팀의 AI가 계산한 동일 실험 결과 확률은 87%로 동물실험 결과의 81%보다 높은 확률을 보여줬다. 만약 많은 양의 데이터 공유와 함께 이뤄진다면, 검증을 위한 동물실험은 더 이상 필요 없을 지도 모른다.
 동물과 인간의 차이가 동물실험 결과의 신빙성을 떨어뜨린다면, 우리 몸에 일어나는 결과를 바로 알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하면 되지 않을까? 그런 의문에서 나온 연구가 오가노이드(organoid)와 오간 온 어 칩(organ on a chip)이다. 오가노이드는 장기 세포를 실험실 내 3D 환경에서 배양하여 인체 조직과 유사한 조직과 활성을 가지게 한 배양체다. 사람의 세포를 배양해서 만든 만큼 인체 연구와 유사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또한 오가노이드는 맞춤 의학에도 응용할 수 있다. 배양하는 세포의 모델이 되는 사람에 맞는 연구를 할 수 있으니, 개인에 맞는 특이적인 약물을 찾아내어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 다만 줄기세포 환경을 구성하는 것과 배양을 위한 어쩔 수 없는 크기 제한이 숙제로 남아있다.  오가노이드와 달리 오간 온 어 칩은 장기의 운동을 흉내 내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콩팥 칩 오간 온 어 칩의 예 중 하나, 콩팥 칩 ⓒ NCATS


 
 오가노이드와 달리 오간 온 어 칩은 장기의 운동을 흉내 내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오간 온 어 칩은 칩 내부에 얇은 세포층과 장기의 기능을 만들어주는 칩으로 구성이 되어있다. 따라서 장기의 기능을 따라 하면서 특정 장기에서의 제품 효능을 볼 수 있다. 현재는 폐의 기체교환, 눈꺼풀 운동 등의 환경을 칩에 적용시켰고, 장기 간의 영향도 확인할 수 있는 휴먼 온 어 칩(Human on a chip)도 연구 중에 있다. 아쉬운 점은 작은 세포 수준에서 연구를 진행하여 우리 몸의 순환계와 면역계를 무시하게 되었고, 그 결과 독성이 과장되는 경우도 더러 생긴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연구 들은 동물실험 대체 연구가 경쟁이 아닌 같이 성장하는 분야라는 걸 보여준다. 올해로 7회째 화장품 회사 러쉬(LUSH)와 비영리단체 윤리적 소비자 연구소(ECRA)는 러쉬 프라이즈라는 시상식을 주최하고 있다. 러쉬 프라이즈는 동물 실험 대체 연구에 관한 유일한 시상식이다. 매년 과학, 교육, 홍보, 신진연구자, 로비의 5개 분야에서 수상자를 발표하며, 최신 기술을 공유하는 토론장의 중심이 되어가고 있다.
 

러쉬 프라이즈 총 5개 분야에 주어지는 러쉬 프라이즈 ⓒ LUSH



 앞서 소개한 연구들은 제품 개발을 위한 동물 실험의 필요성을 꾸준히 낮춰주고 있다. 하지만 과학적 교육, 연구를 위한 실험을 대체할 방안은 뚜렷하게 나오지 않고 있다. 동물 실험의 잔인성과 비효율성이 알려진 만큼 하루빨리 동물실험의 대체가 완벽히 이뤄질 날을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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