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여행 만끽"이 직무연수?... 교원 '골프연수' 논란

[발굴] 서울교육청, 성과금-승진점수까지 반영되는 골프직무연수 허가

등록 2018.11.15 15:02수정 2018.11.15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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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골프협회가 만들어 학교에 보낸 공문. ⓒ 윤근혁

 
"전국 유초중등 교원을 위한 골프직무연수를 준비하였습니다. 주변 관광지로 한려수도, 유람선 선착장 등이 있어 가족과 함께 여유로운 여행의 즐거움도 만끽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서울시교육청이 올해 특수 분야 연수기관으로 지정해준 W골프협회가 최근 전국 유초중고에 보낸 공문 내용이다. 이에 대해 일부 교사들은 물론 서울시교육청 연수 담당자까지 '교원직무연수의 적절성'에 대해 고개를 가로젓고 나섰다.

'골프 나이스샷' 위해 학교에서 연수비도 일부 지원

14일, W골프협회가 교육청 업무메일 등을 활용해 지난 10월 말 학교에 일제히 보낸 공문 '골프직무연수 참가 안내 및 해외골프자율연수 협조 요청'을 살펴봤다.

이 공문에서 W골프협회는 가족여행을 언급하며 자신들이 만든 교원직무연수를 홍보했다. 하지만 '교원 등의 연수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직무연수'는 '교육의 이론·방법 연구와 직무수행에 필요한 능력 배양을 위한 연수'다. 그런데 골프는 교과관련성이 미미하다. 이런 골프 연수와 관련, 교원직무연수 자격을 준 서울시교육청의 행동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당연하다. 

올해 12월 31일부터 모두 4차례에 걸쳐 각각 4박5일간 벌이는 이 골프직무연수 비용은 79만50000원~84만5000원이다. 연수비에 들어 있지 않은 캐디피와 필드레슨비, 교통비 등을 합하면 연수비는 100만 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연수시간은 45시간(3학점)이 인정된다. 연수 모집 인원은 1회에 40명씩 모두 160명이다.

직무연수 결과는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의 교원인사기록카드에 등재되어 교원성과상여금, 근무평정(승진점수) 등에 활용된다. 이에 따라 일선 학교에서는 직무연수 비용 가운데 일부를 지원하는 혜택을 주기도 한다.


김진우 좋은교사운동 정책위원은 "골프는 중고교 체육교사들을 빼놓고는 교과 관련성이 거의 없어 개인 취미생활일 뿐"이라면서 "그런데도 서울시교육청이 직무연수 지정을 해 전국 유초중고 교사들이 직무연수를 받도록 한 것은 부적절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골프 관련 교원직무연수를 진행한 경험이 있는 단체 또는 업체는 W골프협회 말고도 4개 가량이 더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W골프협회는 2014년부터 전국 교사들을 대상으로 골프직무연수를 벌여왔다. 특수 분야 연수기관은 한 교육청으로부터 지정받았더라도 전국 17개 시도 교원 모두를 대상으로 직무연수를 벌일 수 있다.

또한 W골프협회는 같은 공문에서 해외골프장 이름까지 적어가며 골프 해외여행을 안내했다. 

이 협회는 공문에서 "해외골프자율연수 협조 요청"이라고 적은 뒤 말레이시아에 있는 골프장 4곳의 실명을 언급했다. 전국 교원들을 상대로 '해외 골프여행을 홍보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W골프협회 "교과관련성? 요가, 배드민턴도 마찬가지"

이에 대해 서울시교육청 소속 교육연수원 관계자는 "몇 년 전부터 골프와 댄스스포츠 등은 교과관련성이 떨어져 직무연수로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있어왔지만 올해 교육청 심사에서 통과했다"면서 "우선 '가족여행', '해외 골프장' 운운한 공문에 대해서는 시정토록 행정조치를 강력하게 벌일 것"이라고 해명했다.

올해 서울시교육청은 댄스스포츠를 직무연수로 진행하려던 단체에 대해서는 특수 분야 연수기관에서 제외 조치했다.

W골프협회 박아무개 회장은 연수공문에 '가족여행' 내용이 들어간 것에 대해 "별도로 쉬는 시간이나 저녁 시간에 가족과 함께 지낼 수 있다는 것을 표현한 것이지 연수를 가족과 함께 받는다는 뜻은 아니었다"면서 "골프가 교과 관련성이 떨어진다면 요가, 댄스, 배드민턴 등도 직무연수로서 부적절한 것인데 교육청이 다 허가해주고 있지 않느냐"고 반박했다.
#교원 골프직무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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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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