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원경으로 교실 감시"하는 학부모가 꼭 알아야 할 것

[인터뷰] 윤국재 유해물질 없는 학교를 위한 교사연구회 선임연구원

등록 2018.11.16 14:24수정 2018.11.16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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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국재 전교조 참교육연구소 연구원 ⓒ 이민선

 
"야외 수업, 야외 활동 금지·자제"

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되면 듣게 되는 말인데, 과연 교실은 안전할까.

결코 안전할 수 없다고 한다. 오히려 더 위험할 수도 있다. 교실 미세먼지 농도가 바깥보다 높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또한 이산화탄소 농도까지 높아질 수 있어, 교실 문을 닫아 버리는 것은 결코 '미세먼지 해법'이 될 수 없다고 한다.

그럼 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돼도 개의치 말고 운동장으로 나가야 한다는 뜻일까? 교실 문을 활짝 열어 놓거나?

이 역시 매우 현실적이지 않다는 게 윤국재 전교조 산하 '유해물질 없는 학교를 위한 교사연구회' 선임연구원 의견이다. 그는 "미세먼지 많은 날, 환기를 위해 교실 창문 잠깐 열었다가 학부모 항의를 받고 부리나케 창문을 닫는 게 현재 학교 상황"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아파트에서 망원경으로 지켜보고 있다가, 문을 열자마자 민원을 제기한 거예요. 그만큼 미세먼지에 대한 학부모들 불안감이 높은 것이죠."

지난 12일 오후 수원에 있는 한 초등학교 교실에서 윤 선생을 만나 미세먼지로부터 교실을 지키는 방법 등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초등교사 25년 경력의 '베테랑 선생'이다. 지금도 평교사이니 25년을 꼬박 교실에서 학생들과 함께했다. 특히 환경에 관심이 많아 경인교대 미술교육연구소 파견교사 겸 연구원으로 근무할 때는 미술용품의 유해성을 연구하기도 했다.

그 뒤에는 산업통상자원부 '학용품 안전기준 심의 위원'으로 활동했다. 지금은 전교조 산하 유해물질 없는 학교를 위한 교사 연구회 선임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다음은 윤국재 선생과 나눈 일문일답.

"미세먼지가 많은 날도 꼭 환기를 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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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B 초등학교 교실, 미세먼지와 이산화 탄소 농도를 측정하고 있다. ⓒ 윤국재

   
- 교실 미세먼지가 바깥보다 정말 더 나쁜가?
"단정할 수는 없지만, 그럴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은 사실이다. 전국 교실 10곳 중 7곳이 바깥보다 미세먼지가 많다는,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 발표(2017년)도 있었다.

교실은 학생들이 수시로 드나들기 때문에 외부 미세먼지가 유입될 수밖에 없다. 미세먼지 주의보만 떨어지면 쉬는 시간에도 밖에 못 나가니 아이들은 교실에서 뛸 수밖에 없고, 그 때문에 또 먼지가 발생한다. 미술 같은 먼지가 많이 발생하는 수업을 하면 더 높아진다. 상황에 따라 교실 미세먼지는 상상 이상으로 높아질 수 있는 것이다."

- 실제 측정 결과는 있는지?
"물론 있다. 지난해 9월 경기도에 있는 A 초등학교 진로 체험실에서 허용기준 100㎍/㎥의 6배 가까이 되는 580㎍/㎥의 PM10(미세먼지)이 측정됐다. 그 까닭은 수업시간에 사포질을 했기 때문이다.

B 초등학교에서는 올해 4월 정상 수치였던 미세먼지 농도가 축구를 한 학생이 들어오자마자 갑자기 147.5㎍/㎥까지 올라간 게 측정되기도 했다. 4교시 찰흙을 가지고 하는 수업시간 말미에는 329.9㎍/㎥까지 상승했다. 외부의 미세먼지 유입과 내부 발생 요인에 따라 미세먼지 농도가 급격하게 높아질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다."

- 그럴 때는 미세먼지 많은 날이라도 문을 열고 환기를 시켜야 하지 않을까?
"맞다. 대기 환경 분야에서 가장 권위 있는 학술 단체인 미국 냉동공조학회(ASHRAE)는 쾌적한 실내 환경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시간당 6회 정도 공기를 교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우리나라 대기 환경학자들도 같은 주장을 한다. 미세먼지가 많은 날도 창문을 열고 환기를 시켜야 한다고. 더욱이 좁은 공간에 활동력이 왕성한 학생이 모여 있는 교실에서는 꼭 필요한 게 환기다. 그런데 우리의 학교 현실은 이게 불가능하다."

- 교실을 환기하는 것이 불가능한가?
"그렇다. 미세먼지 주의 경보가 발생하면 교실 환기조차 어렵다. 밖에 나가면 금방이라도 무슨 일이 일어날 것처럼 '들여보내라', '문 닫아라' 항의가 들어온다. '야외활동하는 학교는 어디?'라는 식의 자극적 제목으로 학교를 공격하는 언론도 있다.

어떤 언론은 '야외 수업을 한 학교 명단을 공개하겠다'고 위협하기도 하는데, 이럴 때면 명치 끝에 돌이 얹힌 듯 답답하다. 가까운 후배 교사는 쉬는 시간에 환기를 위해 잠깐 창문을 열었다가 아파트에서 망원경으로 감시하던 학부모로부터 항의를 받는 황당한 일을 겪기도 했다."

"등산로에 있는 '에어건' 하나만 있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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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B 초등학교 이산화 탄소 농도 측정 ⓒ 윤국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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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B초등학교 미세먼지 농도 측정 ⓒ 윤국재

 
- 그런 상황이면 미세먼지뿐만 아니라 교실 공기 자체가 굉장히 탁할 텐데?
"당연하다. 이 때문에 두통을 호소하는 아이도 있다. 특히 무더운 여름 체육 수업을 한 날에 더 많다. 이게 이산화탄소 때문인데, 유해성 물질은 아니지만, 고농도일 경우에는 집중력 저하·두통·현기증 심지어 질식사를 일으킬 수도 있는 위험한 물질이다.

학교보건법에서는 이산화탄소 농도를 1000ppm 이하로 유지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그런데 교실에서는 그 세 배가 넘는 3552ppm이 검출되기도 했다. 2018년 경기 B초교 3학년 4반 교실(3교시)에서 측정된 이산화탄소의 농도다. 2017년 9월 12일 A 초교(1·2교시)에서는 2500ppm이라는 수치가 나왔다.

- 그렇다면 대책은 무엇이 있을까?
"이산화탄소 농도까지 줄일 수 있는 공조시스템을 갖춘 공기정화기를 교실에 설치해야 한다. 일부 환경운동가는 공기청정기 설치보다는 근본적인 대책 수립이 먼저라고 하는데, 이는 참으로 무책임한 주장이다. 우리나라 노력만으로 미세먼지를 해결할 수 없는 상황 아닌가? 이런 상황에서 근본 대책을 수립할 때까지 무작정 기다리기는 어렵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교실 공기 질 관리 매뉴얼'이다. 이게 아직도 없다. 하루빨리 매뉴얼 만들어 교사들은 물론 학부모에게까지 나눠줘서, 창문 열었다는 이유로 전화해서 야단치는 일이 없어야 한다. 그래야 미세먼지 주의보 뜬 날도 환기할 수 있다. 등산로에서 볼 수 있는 '에어건'을 학교에 설치하는 것도 대책이 될 수 있겠다. 학생들 옷에 붙어 있는 미세먼지만 털고 들어와도 교실 미세먼지 수치가 많이 낮아질 것이다."
#윤국재 #교실 미세먼지 #교실 이산화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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