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장미여관-장기하의 다른 이별, 헤어질 때도 예의가 필요하다

[기획] 팬과 스스로 위해 팀의 '아름다운 마무리'를 고민해야

18.11.15 19:29최종업데이트18.11.15 19:29
원고료로 응원
"끝이 좋으면 다 좋아요. 끝이야말로 늘 왕관이거든요. 도중에 아무리 풍파가 일어도 마지막이 곧 명예예요." - 셰익스피어 희곡 <끝이 좋으면 다 좋아(All's Well That Ends Well)> 4막 4장

끝만 좋다고 다 좋은 건 아니겠지만 끝이 좋아야 전체가 좋은 기억으로 남는다는 건 맞는 말 같다. 인간관계가 딱 그렇다. 아무리 행복하고 따뜻한 추억이 많았어도 마지막에 머리채 한판 뜯고서 헤어진다면 그게 좋은 인연으로 기억될 리 없다.
 

장미여관의 멤버 육중완(왼쪽)과 강준우. ⓒ 인천시청

  
그룹으로 활동하는 가수들도 마찬가지 아닐까. 지금의 가요계는 솔로보다 아이돌 그룹이나 밴드 형태로 여럿이서 같이 활동하는 경우가 많고 그 팀의 반 이상이, 물론 마음은 아프지만, 와해되고 해체되어 뿔뿔이 흩어져버리는 것 역시 사실이다. 그렇다면 팀 멤버들에게나 팬들에게나 활동이 좋은 추억으로 남으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그렇다. 무엇보다 필요한 건 '아름다운 마무리'다. 

지난 12일 밴드 장미여관이 해체를 발표했다. 팀원 간의 갈등으로 비롯된, 좋지 않은 모양새의 씁쓸한 해체였다. 해체 선언 나흘이 지난 지금까지도 잡음이 이어지니 팬들의 안타까운 마음은 당연하다. 장미여관의 멤버 윤장현과 임경섭, 배상재는 해체에 금전적인 문제가 큰 영향을 끼쳤다고 주장했고, 이에 맞서 육중완과 강준우는 금전적인 문제는 없었다고 반박했다. 동고동락한 7년의 팀 활동은 얼룩졌다. 이들의 소속사 록스타뮤직앤라이브는 "육중완과 강준우는 육중완 밴드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활동을 이어나갈 예정"이라고 밝힌 상태다.

"봉숙아~" 하고 노래하며 인간미 있고 푸근한 이미지가 강했던 밴드 장미여관에 왠지 어울리지 않는 마무리처럼 보인다. 2011년 '너 그러다 장가 못 간다'로 데뷔한 이들은 이후 MBC 예능 <나 혼자 산다>에 육중완이, MBC <무한도전> 등에는 장미여관 멤버들이 출연하며 인지도를 쌓아왔다. 이들의 갑작스러운 해체 선언과 그보다 더 갑작스러운 불화설은 팀의 마무리가 어떠해야 하는지 생각해보는 계기를 준다.

웃으면서 작별할 수 있는 분위기, 비결 묻자 장기하의 대답은...
 

▲ 장기하와 얼굴들 '장기하와 얼굴들'이 지난 1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공연장에서 열린 마지막 앨범 < mono > 발매 기념 음악감상회에서 밴드 해산에 대한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이정민

  
얼마 전 해체 선언을 한 밴드 '장기하와 얼굴들'의 마무리는 사뭇 달랐다. '해체'라는 점에선 똑같지만 '좋을 때 끝낸다'는 이들의 이별 방식은 그 의도에서부터 달랐다. 처음 이들의 해체발표를 들었을 땐, '이건 뭐 사랑해서 이별한다는 것도 아니고 뭐지' 싶은 당황스러움이 있었다. 그런데 지난 1일 연 마지막 앨범 기자간담회에서 이들의 말을 들어보니 당황은 사라지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런 마무리도 괜찮네, 아니 어쩌면 이런 마무리가 더 낫겠네' 싶은 생각이 든 것이다.

이들에게 "웃으면서 작별할 수 있는 훈훈한 분위기가 만들어진 비결"을 묻는 질문이 던져졌고 장기하는 다음과 같이 답했다. 
 
"음악적으로 자부심이 최고치에 달했을 때 헤어지니까 훈훈할 수 있는 것 같다. 서로간의 불만이 쌓인 상태에서 헤어진다면 웃으면서 헤어질 수 없다고 생각한다. 저희도 약간 아쉽고 팬들도 약간 아쉬울 때 마무리하는 게 아름다운 마무리라고 생각했다." (장기하)

조금 아쉬울 때 멈추는 것, 음식을 먹을 때 너무 맛있다고 과식하는 것보다 아쉬울 때 수저를 놓는 게 나은 것처럼 이것이 이치인 걸까. 베이스를 담당하는 멤버 정중엽 역시 "한국에서 10년 동안 밴드를 하고 그게 이렇게 잘 끝날 수 있다는 건 굉장히 희박한 확률의 일인 것 같다"며 "밴드가 보통 사건사고 등으로 마무리되는데 전혀 그런 거 없이 이런 식으로 마무리하는 것도 좋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장기하는 해체 소감을 묻는 질문엔 짧게 답했다. "10년 동안 진짜 멋있게 한 거 같다"고. 만약 이 팀의 마무리가 불화라든지 사건·사고에서 비롯한 반강제적 해체였다면 저런 말을 할 수 있었을까. '멋있다'란 말은 어쩌면 "(마지막까지) 멋있었다"는, 괄호 안의 보이지 않는 다섯 글자를 늘 동반하는 어휘가 아닐까 싶다. 

아이돌그룹의 해체도 더 아름다울 필요가 있다. 정말 많은 아이돌 그룹이 결성되고 해체되고 있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결성은 언제나 가슴 벅찬 시작이지만, 해체라는 끝은 물거품처럼 흐지부지한 경우가 많다. 보통은 계약만료 시점에 이르러서 멤버들의 선택이 각기 엇갈리며 흩어져버린다. 

이런 측면에서 Mnet <프로듀스> 시리즈가 만들어낸 아이오아이, 워너원, 아이즈원이 약속된 기간 동안만 활동하는 게 그렇게 나쁜 시스템 같진 않다. 물론 팬의 입장에선 자신이 좋아하는 팀의 시한부 활동이 섭섭하고 이별을 앞둔 심정이 착잡할 것이다. 하지만 불미스러운 일로 팀이 와해되는 모습을 상상해본다면 오히려 그게 더 슬픈 결말 아닐까 싶기도 하다. 끝이 정해진 만남은 확실히 하루하루가 더 애틋하고 소중한 것 같다.   

팀 활동이란 것이 책이나 영화처럼 하나의 완결된 작품이라고 가정한다면, 시작이 그러했듯 마무리 역시 하나의 지향해야 할 목표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닐까 생각한다. 대부분 팀에 '우린 이런 팀이 되겠어!'라는 시작의 목표만 있지만 어떻게 잘, 추하지 않게 마무리 지을지에 대한 목표는 찾아보기 어려운 듯하다. 팬들에게 상처주지 않고, 본인에게도 인생의 화양연화로 남을 활동시기를 잘 완결하는 방법이 무엇일지 한 번쯤 고민해 볼만 하겠다. 결국 끝이 좋아야 다 좋은 법이니까.
장미여관 장기하와얼굴들 육중완 장기하 프로듀스
댓글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음악이 주는 기쁨과 쓸쓸함. 그 모든 위안.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