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어떻게 북한 변호하나"라는 빅터 차는 누구?

올해 1월 주한미국대사 지명됐다 낙마... 노선 차이인가, 틀어진 관계 때문인가

등록 2018.11.15 19:44수정 2018.11.15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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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 사진은 2017년 1월 대한상공회의소에서 '트럼프시대, 한국경제의 진로'를 주제로 열린 세미나에서 강연하는 모습. ⓒ 연합뉴스

  
"한국이 어떻게 북한의 비공개 미사일 기지를 변호할 수 있느냐. '가짜외교'를 위해서?"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한국 석좌가 지난 13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청와대를 전면 비판했다. CSIS의 '북한 삭간몰 미사일 기지' 보고서가 나온 뒤 청와대는 "북한은 약속을 어기지 않았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빅터 차 석좌는 "유엔 안보리 결의안을 읽어보면 북한의 모든 탄도 미사일을 금지하고 있다"라며 "어떻게 북한의 무기 소지를 합리화할 수 있느냐"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앞서 CSIS는 북한이 약 20곳의 '미신고 미사일 기지'를 운영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삭간몰 기지 등 13곳을 확인했다는 보고서를 공개했다. 이후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 등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북한 비핵화 협상이 전혀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면서 비판을 쏟아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미 충분히 알고 있는 내용이며 가짜뉴스"라고 일축했고, 청와대도 "북한이 이 미사일 기지를 폐기하겠다고 약속한 적 없고, 이를 위한 어떤 협정도 맺은 적이 없다"라고 반박하자 빅터 차 석좌가 재반박에 나선 것이다.

당근과 채찍... 빅터 차의 대북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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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터 차 미국 CSIS 한국석좌의 논문 '매파식 관여'(2002). ⓒ mitpressjournals.org

 
강경 발언으로 청와대와 백악관의 대북 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한 빅터 차 석좌는 복잡한 배경을 갖고 있다. 미국 내에서 대표적인 '대북 강경파'로 꼽히기도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초대 주한 미국대사로 내정됐다가 '온건파'로 찍혀 낙마하기도 했다.

미국으로 이주한 부모 밑에서 태어난 그는 컬럼비아대학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옥스퍼드대학에서 철학·정치학·경제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컬럼비아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워싱턴D.C.의 조지타운대학에서 강단에 섰다.

강연과 언론 기고 등으로 활동하던 그는 2004년 조지 W. 부시 행정부 집권 2기의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보좌관을 맡아 백악관에 입성했다. 한국계가 미국 NSC의 아시아 정책을 담당하게 된 건 그가 처음이다.


빅터 차 석좌의 대북관은 2002년 발표한 논문 '매파식 관여'(Hawk Engagement)에 잘 나타나 있다. 강력한 힘을 내세워 북한을 압박하면서도 대화를 통해 협상을 병행해야 효과가 있다는 '당근과 채찍' 방식을 제시했다. 미국 내에서는 현실적인 대북 압박론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때문에 그는 '강경한 협상가'로 불리기도 한다.

또한 한국에 대해서는 '미국뿐 아니라 일본과도 동맹 혹은 그에 준하는 안보 협력을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이런 내용은 그의 저서 <적대적 제휴 - 한국, 미국, 일본의 삼각 안보체제>에도 담겨있다.

2018년 1월 주한미국대사 지명 철회 배경은 CSIS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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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12일(미국 현지시각) 발표된 미국 CSIS의 '삭간몰 보고서'. ⓒ CSIS 홈페이지 갈무리

 
백악관 생활을 마치고 조지타운대학으로 돌아온 빅터 차 석좌는 지난 1월 트럼프 행정부의 주한 대사로 지명됐다. 당시 많은 외교 전문가들은 '한반도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동북아 전문가로서의 식견과 실무 경험을 두루 갖춘 빅터 차 석좌가 주한 미국대사의 적임자'라면서 환영했다.

그러나 미국은 빅터 차 석좌의 지명을 돌연 철회했다. 아그레망(주재국 임명 동의)까지 받아놓고 대사 지명을 철회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그의 낙마를 놓고 다양한 추측이 쏟아져 나왔지만, 북한의 핵 시설에 제한적 정밀 타격을 가한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강경책인 이른바 '코피 전략'(bloody nose)에 반대했다는 이유가 가장 유력했다.

빅터 차 석좌는 지명이 철회되자 WP 기고문을 통해 "북한의 코피를 터트리는 것은 미국인에게 엄청난 위험"이라며 "대북 군사공격은 북한의 미사일 프로그램을 지연시킬 뿐 막지는 못한다"라고 비판했다. 

WP는 "빅터 차 내정자의 지명 철회는 대북 군사공격에 준비돼 있지 않은 인물은 트럼프 행정부의 주한 대사로 환영받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후 미국은 태평양사령부 사령관을 지낸 군인 출신의 해리 해리스를 주한 미국대사로 임명했다.

일각에서는 '빅터 차 지명을 철회한 이유가 CSIS 때문'이라며 이번 사태와 연결 짓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평소 트럼프 행정부의 안보 정책을 비판해온 CSIS의 한국 석좌로 있는 빅터 차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는 이유다.

이번엔 CSIS 보고서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과 빅터 차 석좌가 트위터로 언쟁을 벌이는 모양새가 됐다. 한때는 협상 병행을 주장했던 차 석좌가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협상을 강력 비판하고 나선 것은 노선의 차이가 아니라 두 사람의 '틀어진 관계' 때문 아니냐는 분석이 더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빅터차 #북한 #도널드 트럼프 #CSIS #삭간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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