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삼바' 정조준한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에디터의 편지] #5

등록 2018.11.16 15:28수정 2018.11.30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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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조작 잡아낸 홍순탁 회계사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실행위원 홍순탁 회계사가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관련 증권선물위원회 결정을 환영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남소연

 
영화 <변호인>에서 변호사 우석은 대학생들의 시위 뉴스를 보며 단골 국밥집 아들 진우에게 말합니다.

"세상이 그렇게 말랑말랑한 줄 알아? 계란 아무리 던져봐라. 바위가 부서지나."

아마 참여연대에서 일하는 그도 비슷한 얘기를 들었을 것 같습니다.

2016년 12월 21일,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는 금융감독원에 질의서 한 통을 보냅니다. 기존 방식을 바꿔 장부상 수조 원의 이익이 발생했다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처리가 적절했느냐를 묻는 내용이었습니다.

질의서를 발송한 날과 다음 날, 포털사이트에 올라온 '삼성바이오로직스' 뉴스는 모두 55건입니다. 그 중 '참여연대'가 들어간 기사는 단 세 건. 키워드를 삼성바이오로직스와 특검으로 바꾸면 4건의 기사를 찾을 수 있습니다. 이 가운데 그의 기사도 있습니다.

그는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홍순탁 회계사, 오마이뉴스 시민기자입니다. 기사 건수에서 알 수 있듯 당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가능성에 주목한 이들은 많지 않았습니다.

사안 자체가 어렵다는 이유도 컸습니다. 숫자는 복잡합니다. 회계는 더 복잡합니다. 배경지식이 없다면 겁먹고 외면하는 게 흔한 반응입니다. 기자들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그는 계속 '삼바'를 이야기했습니다. '오마이뉴스 홍순탁 시민기자'로 직접 기사를 쓴 것만 10편에 달합니다.


2018년 11월 14일, 금융당국은 마침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처리는 분식회계가 맞다'는 최종 결론을 냈습니다. 홍 회계사가 처음 이 문제를 제기한 지 약 2년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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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2015년 지배력 관련 회계처리 변경을 고의 분식회계로 결론 내렸다. 이에 따라 삼성바이오로직스 법인 검찰 고발과 대표이사 해임 권고, 과징금 80억 원 부과 등의 제재를 결정했다. 증선위의 검찰 고발 조치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한국거래소의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이 돼 주식 거래가 즉시 정지됐다. 사진은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연합인포맥스 전광판. ⓒ 연합뉴스

    
다시 영화 변호인 얘기입니다. 진우는 우석에게 말합니다.

"바위는 아무리 강해도 죽은 거고, 계란은 아무리 약해도 살아있는 거라고. 바위는 부서져 모래가 돼도, 계란은 깨어나서 그 바위를 넘는다. 이런 얘기는 모릅니까?"

홍순탁 회계사는 시민기자 프로필에 "힘 센 숫자를 권력자들이 복잡하게 포장하여 왜곡하고 악용하는 것을 시민의 편에 서서 하나하나 따져보고 싶습니다"라고 썼습니다. 계산기를 들고 그는 바위를 쳤고, 뛰어넘었습니다. 묵묵히 길을 가는 사람들이 끝내 바위를 넘습니다. 우리는 그들에게 조금씩 빚을 진 덕분에 앞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기사 읽기] 특검 첫 타깃 국민연금, 보고서 5가지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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