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구 난리났는데 '침묵'하는 박범계, 언제쯤 입 뗄까

김소연 의원 불법선거자금 요구 사건 폭로전... 박범계 "나중에 밝히겠다"

등록 2018.11.16 18:10수정 2018.11.16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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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자료사진). ⓒ 남소연

 
박범계(대전 서구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침묵이 길어지고 있다. 자신의 지역구에서 일어난 '불법선거자금 요구 사건'에 대해서 말이다. 

"억대의 불법선거자금 요구 받았다" 김소연 대전시의원의 폭로

김소연 더불어민주당 대전시의원(서구6)은 지난 9월 26일 페이스북에 '절실함에 대하여'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리고 '지난 지방선거 과정에서 억대의 불법선거자금을 요구 받았다'고 폭로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자신이 공천을 받은 지역구에서 시의원을 하다가 불출마를 선언한 전문학 전 시의원의 소개로 선거 전문가라고 하는 변재형씨를 만났다. 변씨는 정치와 선거를 잘 알지 못하는 김 의원에게 선거를 도와주겠다면서 납득할 수 없는 지시를 했다는 게 김 의원 주장이다.

김 의원에 따르면, 전문학 전 시의원의 이름으로 상갓집에 가서 봉투를 내고 오라고 하는가 하면, 자신의 사적모임에 가서 봉사활동을 하라고도 했다. 선거비용의 두 배가 넘는 1억 원대의 자금을 요구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이를 거부하고 결국 변 씨와의 관계를 끊었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소연 대전시의원이 SNS를 통해 지난 선거과정에서 불법 선거운동 자금을 지속적으로 요구받았다고 폭로했다. 김 의원 페이스북 화면 갈무리. ⓒ 김소연

 
'박범계' 이름은 왜 등장하나?

김 의원의 폭로 사건은 현재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선거 전문가인 변씨는 불법선거자금 요구 혐의로, 전 전 의원은 변씨와 공모한 혐의로 구속됐다. 또 변씨에 불법자금을 건넸던 방차석 대전서구의원은 불구속 입건돼 다음 주 초 일괄 기소될 예정이다.

이처럼 검찰 수사가 마무리로 치닫는 상황에서 갑자기 박범계 의원의 이름이 지면을 장식하고 있다. 이 사건에서 박 의원은 무슨 관계가 있는 것일까?


김소연 의원과 박범계 의원은 지역 정치계에서 뗄 수 없는 사이다. 박 의원이 김 의원을 영입해왔기 때문이다.

지난 3월 박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김소연 여성·청년 변호사가 전 의원의 공백을 메꿔준다 하니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아마도 전국적으로 광역 지방의원에 변호사가 출마를 하는 것은 처음이지 않을까? 민주당과 대전, 월평·만년동 주민들에게 큰 선물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불출마를 선언한 전문학 의원의 지역구에 김 변호사를 영입했다며 자랑하듯 소개했다. 그런데 이 글은 오히려 역풍을 맞았다. 아직 공천심사가 시작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전시당위원장인 박 의원이 특정 인물을 띄우고, 마치 공천이 확정된 것처럼 표현했다는 비판이 쏟아진 것. 이로 인해 민주당 대전시당은 배포했던 보도자료를 회수하는 등 해명에 진땀을 빼야 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소연 대전시의원. ⓒ 김소연

  
한편 전문학 전 의원은 박 의원의 '복심'으로 불리던 인물이다. 서구의원과 대전시의원을 잇따라 역임한 전 전 의원이 갑자기 불출마를 선언하고 자기 지역구를 다른 사람에게 양보한 것은 박범계 의원의 정치 행보와 무관하지 않다는 게 지역 정치권의 분석이다.

전 전 의원은 박 의원의 당대표 선거를 총괄하다시피 했고, 지방선거과정에서는 허태정 대전시장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았다. 때문에 전 전 의원이 나중에 청와대에서 일하게 되거나 대전시정의 주요 직책을 맡을 것이라고 예측하는 이도 많았다. 

선거전문가라던 변재형은 박 의원의 보좌관 출신이다. 따라서 이번 사건에 등장하는 3인 모두 박범계 의원과 매우 밀접한 관계에 있다.

특히, 당시 박 의원은 민주당 대전시당위원장으로 지방선거의 공천과 선거운동을 총책임지는 자리에 있었고, 이들의 행보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해당 지역구 위원장이었다. 박 의원이 이번 사건과 거리를 두고 싶어도 쉽지 않은 이유다.

김소연 의원 폭로로 측근 잃고 공격받게 된 '박범계'

이런 관계 때문에 김 의원의 폭로가 시작됐을 때 이미 박 의원이 이런 상황을 인지하고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이 제기됐다. 

자신의 전직 보좌관과 자신의 '복심'이라 불리는 자들이 자기가 영입한 인재와 갈등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내버려둔 것인지, 몰랐던 것인지 궁금해 하는 이들이 많았다. '몰랐다면 무능한 것'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하지만 이제 박범계 의원이 '나몰라'라 할 수 있는 상황을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김소연 의원이 말을 바꾸었기 때문이다.

지난 달 10일 김소연 의원은 기자회견 자리에서 "박범계 의원에게는 보고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던 김 의원은 지난 15일 태도를 바꿔 "박범계 의원에게 4차례 이 사실(불법선거자금 요구)을 보고했지만 방조했다"고 폭로했다.

16일에는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박 의원이 두 번씩이나 '권리금' 이야기를 꺼냈다"고 덧붙였다. 전 전 의원이 시의원 자리를 물려줬으니 이른 바 '권리금' 조로 자금을 주라는 의미였다는 게 김 의원의 주장이다.
  
김 의원은 검찰 조사 때 '박 의원에게 이야기한 날짜까지 모두 상세히 말했다'고 밝혔다. 사실로 확인될 경우, 박 의원이 입을 정치적 타격은 클 것으로 보인다. 

한달 반이 넘도록 박 의원은 '침묵'하고 있다. 바른미래당 등 야당은 일제히 박 의원의 '고백'을 요구하고 나섰다. 그럼에도 박 의원은 "나중에 입장을 밝히겠다"며 해명을 유보하고 있다. 다만 그는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고 자신하고 있다.

긴 침묵 끝에 그가 내놓는 답변은 '부인'일까 아니면 '사과'일까? 시간이 흐를수록 국민들의 의구심은 커져가고 있다.
#박범계 #김소연 #전문학 #더불어민주당 #불법선거자금요구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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