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코 사소하지 않은 국민청원

택시기사 박기문씨 두 번째 책 '국민청원'

등록 2018.11.19 10:44수정 2018.11.19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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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사회 단체에서 활동하다 보니 활동가들이나 노조원들의 영장 실질 심사에 법의 선처를 호소하는 청원서를 가장 많이 접한다. 시민들의 의지를 효율적으로 보여주는 방식인 셈이다.

촛불 정부에 들어서면서 청와대에 국민청원을 넣는 일도 잦아졌다. 청와대 홈페이지에 청원을 등록하고 30일 동안 20만개 이상의 추천을 받으면 정부나 청와대 관계자들이 청원에 대한 답변을 제공하는 것이 문재인 정부의 소통 정책이기 때문이다.


2018년 3월 19일 기준으로 청원수가 20만을 넘어 정식으로 답변한 청원이 15건, 답변 대기 중인 청원이 4건, 30일 내 20만을 넘긴 답변이 3개가 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청원 수가 20만을 돌파하지 못한 경우에도 현재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정책과 관련된 청원일 때는 답변할 것을 지시했다고 한다. 전 국민적 관심과 화제가 되는 주제도 답변을 하고 있다고 한다.
 

국민청원 청와대에 올린 국민청원 ⓒ HAUM


택시 운전을 하며 시민들의 목소리를 담아 <택시신문고>라는 책으로 엮었던 박기문씨가 이번에는 2018년 4월부터 2018년 9월까지 청와대에 올렸던 청원을 모아 <국민청원>(HUAUM)이라는 책으로 묶어냈다.

택시 운전을 하면서 보고 느낀 미세먼지 대책, 우범지역 대책, 교통법규나 아동 교통안전 대책 등 서민 생활과 밀접한 주제들이다. 사소해 보이지만 결코 사소하지 않은 일상의 문제점들이다. 그는 머리글에서 성취감을 이렇게 표현했다.
 
국민청원 하나하나가 이렇게 이뤄질 수 있다는 희망을 보았습니다. 물론 하나의 청원이지만 관할기관이나 그 이외의 기업과 시민이 노력한다면 하나, 또 하나의 청원이 이뤄질 것이고 언젠가는 국민청원 모두 기도가 되어서 다 이뤄질 날이 있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머리글 중

택시 기사로 보고 느낀 것으로 장애인 콜택시를 장애 1등급과 2등급만 사용할 수 있는 불합리한 점을 개선해야 한다는 청원도 볼 수 있다. 
 
(장애인 콜택시(특별교통수단)는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을 비롯한 교통약자들에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교통수단이다. 그러나 장애인 콜택시는 기나긴 콜 대기 시간, 이용 제한 사유, 운전자의 인권의식 결여 등의 문제로 언제나 이용자들의 불만의 대상이 되어왔다)펌

장애인 콜택시는 장애인들의 이동과 편의를 위해 도입된 대중교통이다. 장애 1~2급인 경우에만 승차가 가능하다. 휠체어에 사용자인 경우 의사의 소견서를 제출하면 승차 가능(만 65세일 경우) 휠체어에 의지하는 사진 촬용으로도 장애인 콜택시 이용가능하게 해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개선되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 140쪽
 
택시 기사들의 인권 문제, 도로 환경, 교통환경 등 직업에 관련된 청원이 많은 것은 직업상 보여지는 문제점들을 개선하고 싶은 마음에서 일 것이다. 무분별한 보도블럭 교체 등 예산이 줄 것을 염려해 마구잡이식으로 예산을 낭비하는 행태 등을 고발하는 청원도 있다.
 
전국은 해마다 10~12월 중에는 전국 두더지 사업을 하는데 총력을 기울인다. 부분적 보수만 해도 되는 보도블럭 교체, 도로포장 등등 수많은 두더지 사업에 전국은 몸살을 앓는다...

도로의 안전관리를 위해서라도, 무작위 예산 낭비를 막기 위해서라도 도로 관리를 직접 고용하는 정규직화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보게 된다. - 121쪽
 
영화 <아이 캔 스피크>에서 늘 민원을 제기해 동사무소 직원들 사이에서 도깨비 할머니로 불리던 나옥분 할머니가 생각난다. 할머니의 민원은 결코 불필요한 것이 아니었다. 직접 보고 듣고 느낀 문제점들을 해결 하는 것이 절실해서 민원을 제기했던 것이다.

성경에는 법도 사람도 두려워하지 않는 관원이 매일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는 과부의 청원을 해결해주는 이야기가 있다. 청원을 들어주지 않으면 매일 귀찮게 할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 문제를 해결해 주었다는 것이다.


촛불 정부 탄생 후 청와대가 적극적으로 청원의 장을 열었다. 시민들은 크고 작은 문제점들을 청원으로 올리고 마음을 모아 답변을 이끌어냈다. 그것은 촛불이 이뤄 낸 또 다른 성과일 것이다.

청와대가 국민들 목소리를 진정성을 가지고 들을 의지가 있고 소통의 통로로 '국민청원' 제도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판다고 하지 않는가. 이제  누구든 필요할 때 청와대 국민청원의 문을 열심히 두드리시라.

국민청원

박기문 지음,
하움, 2018


#국민청원 #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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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잘살면 무슨 재민교’ 비정규직 없고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는 장애인 노동자입니다. <인생학교> 를 통해 전환기 인생에 희망을. 꽃피우고 싶습니다. 옮긴 책<오프의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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