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미군기지, 초고가 아파트는 되고 임대주택은 안 된다?

[주장] 용산미군기지에 임대주택 짓자는 요구는 정말 허황된 걸까

등록 2018.11.21 13:20수정 2018.11.21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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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용산 미군기지 이전 부지에 국가 공원 대신 임대주택을 공급하자'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이슈가 된 적이 있었다. 용산기지터 면적은 약 243만㎡, 80만 평으로, 여의도보다 조금 작은 수준이다. 임대주택을 공급한다면 수만 채를 공급할 수 있는 규모다.

서울의 집값으로 인한 고통이 얼마나 심하면 이런 주장이 나오고 시민들의 지지를 얻었을까. 당시 큰 관심을 받긴 했지만, 대다수는 실현 가능성이 없는 단순 희망사항으로 치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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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미군기지 버스투어, 인사말 하는 김현미 국토부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2일 오후 서울 용산 미군기지 버스투어를 앞두고 인사말하고 있다. ⓒ 연합뉴스

11월 2일 미군기지 버스투어에서도 김현미 국토부장관과 박원순 서울시장은 공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용산공원 임대주택 공급 여론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취했다. 김현미 국토부장관의 발언이 대표적이다. 김 장관은 용산공원 임대주택과 관련한 질문을 받은 뒤 "네버네버네버, 결코 있을 수 없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사실 용산 미군기지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국가공원이 조성되기로 했기 때문에 이를 취소하고 임대주택을 짓는 건 간단하지 않다. 

용산공원은 지난 2003년 한국과 미국이 용산미군기지 이전을 합의한 후 2005년 용산기지 공원화를 결정했고, 2007년 이를 위한 특별법도 제정됐다. 물론 법이라는 게 바꿀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법을 폐기하거나 전면 개정해 임대주택을 지을 수는 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국민적 동의 등 매우 힘든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만큼 민감한 사항이기 때문이다.

이미 용산미군기지에는 아파트가 건설 중

그럼 용산 미군기지터에 임대주택을 짓는 것은 정녕 불가능할까? 현실을 모르는 철없는 소리일까? 그런데 이미 용산미군부대 이전부지에는 아파트가 지어질 계획이라면? 특히 한 곳은 분양까지 완료했다. 

2004년 6월 정부는 ▲정부가 땅장사를 위해 민간에 (부지를) 매각하지는 않겠다 ▲구체적인 활용 방안은 지자체와 협의해 결정한다 ▲이전 부지가 국유지이므로 지자체도 땅만 내놓으라는 일방적인 요구를 해서는 안 된다는 '미군 반환 부지 활용 3대 원칙'을 밝혔다.

그러나 2007년 11월 정부는 '국방부-LH간 기부대(對)양여 협약'을 통해 LH공사가 자체자금을 선투입(3.4조 원)해 평택기지를 건설·기부하고, 국방부가 용산기지 중 4개부지(협약 당시 감정가 3.4조 원)를 LH공사에 양여해 비용 보전키로 했다. 
 

용산 외인아파트부지에서 분양한 고급빌라 나인원 한남 ⓒ 나인원한남

 
외인아파트부지, 유엔사, 캠프킴, 수송부 등 4개 부지가 바로 그곳이다.

외인아파트부지에는 초고가 아파트가 지어지고 있으며, 유엔사부지 사업시행사 용산일레븐은 11월 중순 '일본 롯폰기힐스를 표방한다'는 개발 계획안을 공개했다. 외인아파트부지의 경우, 2016년 LH공사가 국방부로부터 토지소유권을 양여받았지만 공영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평당 3400만 원, 총액 6242억 원에 민간건설사에게 매각했다. 유엔사부지역시 평당 7800만 원, 총 1.1조 원에 매각됐다. 

그 결과는 초고가 아파트(빌라)의 등장이다. 외인아파트부지를 사들인 건설사는 평당 6360만 원에 '나인원 한남'을 분양하려다가 분양보증이 거절되자 임대아파트로 공급했다. 근처 '한남더힐'처럼 임대로 공급한 이후 분양전환시 비싼 분양가를 받기 위해서다. 206㎡형의 경우 임대보증금이 37억, 월 임대료가 70만 원 수준인 초고가 아파트다. 유엔사부지에 공급되는 아파트도 주변시세와 복합 개발계획 등을 고려했을 때 일반 서민은 결코 꿈꿀 수 없는 평당 4000만~5000만 원 이상 가격에 공급될 것으로 전망된다.

114년 만에 돌려받는 토지, 다시 빼앗길 것인가

용산미군기지 이전부지는 2011년 '용산공원정비구역 종합기본계획' 수립 이후 설계를 위한 국제공모를 시행하고 기본설계를 위해 공청회를 여는 등 시민들의 의견을 청취했다.

그러나 유엔사, 수송부 등 산재부지 매각은 아무런 동의 절차 없이 이전 비용 마련이라는 명목 하에 독단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LH공사는 땅장사로 수조 원의 이익을 보고 있겠지만, 이러한 아파트 공급으로 주변시세가 자극되는 등 서민들의 주거불안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114년 만에 시민들의 품으로 되돌아온 땅이지만 일반 시민들은 결코 다가갈 수 없는 땅으로 개발되고 있다 .

이러한 매각 대상 부지는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매각을 중단하고 즉시 공영개발이 가능하다. LH사업비 보전은 미군기지 이전 사업이 국가사업인 만큼 세금으로 보전해주거나, 매각이 불가피하다면 연기금 등 공적기금에 매각해 토지가 공공의 목적으로 사용되도록 해야 한다.

 

용산미군기지 반환부지 현황, 빨간색이 매각예정 산재부지임. ⓒ 국토교통부

 
용산미군기지에 20평, 1억 원에 아파트를 공급해보자

정부는 미군기지 이전비 마련을 위해, 서울시도 예산확보를 위해 토지매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비싼 집값으로 발생하는 서민주거불안 등의 사회적 비용 증가와 토지보유에 따른 자산증가를 감안한다면 매각보다는 보유가 훨씬 경제적이다. 더군다나 서울 중심에 저렴한 공공주택을 공급한다면 상징적 의미도 크고 주변 집값 거품도 빠질 수 있다.   

미군 반환부지 아파트 분양가 비교 ⓒ 최승섭


  일부는 장기임대주택으로 공급해 주거취약계층을 위한 주택으로 사용하고, 내집 마련을 기다리는 무주택 서민들을 위해 일부는 토지임대 건물분양 주택으로 공급하면 된다.

토지는 공공이 보유하고 건물만 분양하면, 삼각지역과 남영역 사이에 있는 캠프킴 부지의 경우 20평 기준 건물 분양가 1억 원, 토지 월임대료 29만 원에 가능하다. 분양가에서 대다수를 차지 하는 토지를 분양받지 않고 건물만 분양받는 것이기 때문에 분양가를 대폭 낮출 수 있다. 아파트 평당 건축비는 500만원이면 충분하다.

한남재정비촉진지구 옆에 있는 수송부는 월 임대료 45만 원에 가능하다. 건물분으로 인한 시세 차익이 우려된다면, 건물 매각시 사업시행자인 공공에게 매각하도록 환매조건부를 함께 시행하면 보완이 가능하다. 

입주민은 저렴한 분양가와 임대료로 장기간(40년, 재계약시 80년 거주 가능) 거주할 수 있고, 공공은 안정적인 임대수입과 토지가격 상승의 이득을 얻는다. 30평 기준 10억 원이 넘는 주변 시세를 고려했을 때 반값으로 공급한다고 해도 5억 원, 청년층은 절대 넘볼 수 없는 가격이다. 그러나 토지임대부로 공급시 분양가 1억 원(20평 기준)에는 가능하다.

참여정부 당시 경기도 군포에서 공급된 토지임대부는 비싼 가격으로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은 것이 사실이지만, 이명박 정부에서 공급된 서초와 강남 토지임대부는 큰 인기를 끌었다. 서울의 중심부인 용산에 분양가 1억 원, 월 40만 원에 20평짜리 아파트를 공급하면 그 인기가 얼마일지 상상이 되는가.

그린벨트 해제? 공공보유 토지가 있는데 왜?

정부와 지자체가 주거안정에 대한 의지가 있다면 용산 미군기지뿐만 아니라 여러 곳의 공공토지에 주택을 공급하면 된다. 서울의료원 부지, 마곡 특별계획부지, 상암DMC 랜드마크 부지 등 서울시가 매각하려고 하는 토지까지 감안할 경우, 수만 채의 임대주택을 공급할 수 있다.

정부가 주택 공급을 위해 그린벨트 해제까지 계획하고 있지만 기존에 있는 공공토지만 제대로 활용해도 적지 않은 주택을 공급할 수 있다. 2017년 국회 자료에 따르면, 2007년부터 2015년까지 매각된 공유지는 여의도의 2.6배인 749만7495㎡에 달한다.

'미군기지에 임대주택을 짓자'는 시민들의 외침을 현실을 모르는 허황된 주장으로만 치부할 것인가? 시민들이 용산 미군기지에 임대주택을 요구하는 이유는 그만큼 서울의 집값이 비싸고 주거 문제가 해결되길 원하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서울 집값은 폭등 수준으로 상승해왔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여의도 통개발 등 토건 발언으로 집값을 자극하고, 비싼 청년주택을 추진할 뿐 서민을 위한 공공주택 확충에는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고 있다. 서울시민의 고통은 커지고 있다.

설령 미군기지 부지에 임대주택 공급이 불가능하다고 해도 시민들의 외침을 외면해서는 안 될 일이다. 매각을 앞두고 있는 부지에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저렴한 공공주택 공급이 가능하다면 말이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 최승섭씨는 경실련 부동산·국책사업팀 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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