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신술과 대리서명, 구 충암학원 이사회의 '민낯'

[발굴] 법원과 중앙행정심판위, 연이어 충암학원 구재단에 철퇴

등록 2018.11.22 09:15수정 2018.11.22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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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 회의록에 기재된 원고 민○○의 서명과 원고 민○○이 이 법원의 당사자신문에서 시필한 서명이 다른 점.... 해외에 체류 중인 원고 민○○이 이사회에 참석한 것으로 이사회 회의록에 기재되어 있고, 추후에야 그 이사회 회의록에 서명한 점... 심○○이 밤에 원고 민○○의 집에 찾아와 이사회 회의록에 서명을 받았고, 원고 민○○은 이사회에 참석한 바가 없는 점... 임기가 만료된 원고 정○○, 고○○가 이사회에 정식 이사로 출석하여 의결권을 행사... 임기가 만료된 원고 이○○, 한○○, 정○○이 이사회에 정식이사로 출석하여 의결권을 행사... (충암학원 임시이사 선임 취소 소송 판결문 내용 발췌)

분신술과 유령 이사회, 대리 서명, 불법 이사 등. 법원 판결문에 드러난 어느 사학법인 이사회의 실제 모습이다. 바로 충암학원(서울 은평구, 현재 임시이사 체제) 구재단의 이야기이다.
 

좌) 구 충암학원의 임시이사 파견 취소 소송에 대한 법원 판결문 : 유령이사, 불법 이사회 등을 이유로 임시 이사 파견이 정당하다고 판결 우) 구 충암학원의 임원승인취소 처분에 대한 취소 청구 중앙행정심판위원회 재결결정문 : 불법이사회 뿐 아니라 쫓겨난 전임 이사장의 학교 운영 관여 등의 불법에 대해서 임원승인 취소는 정당하다고 결정. ⓒ 김행수 편집(법원, 중앙행심위)

 
충암학원의 이사회 파행 운영의 적나라한 모습이 법원 판결과 중앙행정심판위원회 결정으로 드러났다.

재판부는 "위와 같이 이사회에 참석조차 하지 않은 이사가 이사회 회의록에 그 의결권을 행사한 것으로 서명하기도 하였고, 임기가 만료된 이사가 임의로 이사회 의결권을 행사하기도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나머지 원고 이사들이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거나 제지하지도 않은 것" 등의 이사회 파행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사립학교법 제25조 제1항 제1호의 사유가 인정되는 이상 나머지 사유에 관해서는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 사건 임시이사 선임 처분은 적법하다"면서 충암학원 구재단의 청구를 기각하고, 서울시교육청(교육감 조희연)의 손을 들어주었다.

쫓겨난 충암학원 구재단 이사회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충암학원 임시이사 파견에 대한 법원의 판결문과 국무총리 산하 중앙행정심판위원회의 재결 결정문을 통하여 살펴보자.

법원의 청천벽력, 중앙행심위의 쐐기... 구 충암학원 연이은 패배

작년 6월 서울교육청은 이사회와 학교 파행 운영, (쫓겨난) 전임 이사장 전횡 방조, 지속적인 위법적 이사회 운영 등의 사유로 이모 이사장(쫓겨난 전임 이사장의 딸)을 비롯한 충암학원의 구 임원 전원에 대한 임원 승인을 취소하고, 뒤이어 8월 박거용 교수(현 임시이사회 이사장)를 비롯한 8명의 임시이사를 파견하였다.

충암학원 구재단 측 이사들은 곧바로 임시이사 파견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행정소송을 법원에 제기하였으며, 국무총리 산하 중앙행정심판위원회(이하 중앙행심위)에 임원승인 취소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행정심판도 청구했다.

그런데,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7월 6일 '원고들(충암학원 구재단)의 청구를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는 판결, 즉 충암학원 구재단 측 원고의 패소 판결을 내렸다. 이것만 해도 구재단 측에는 청천벽력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뒤이어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서 쐐기를 박는 결정을 내린다. 중앙행심위는 지난 9월 14일 "청구인(충암학원 구재단)의 주장을 인정할 수 없으므로 청구인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재결한다"며 충암학원 구재단 측의 청구를 모조리 기각해버렸다. 

중앙행심위의 고위 간부가 충암 출신이라는 것이 공공연하게 알려지면서 구 재단측 인사들은 승소를 장담해오던 상황이라 이들에게는 더 뼈아픈 소식일 것이다. 서울교육청에서도 담당 부서만 결과를 알고 있었고 별도의 보도자료나 공지 등을 하지 않았다. 교육계에는 지금까지 이 결과가 잘 알려지지 않았는데, 이번에 법원판결문과 행심위 결정문을 통해서 확인된 것이다.

외국 있는 이사가 이사회 참석, 쫓겨난 이사장이 교사 채용 면접

재판 판결문과 중앙행심위 재결 결정문에는 충암학원 구재단이 학교와 이사회를 얼마나 파행적으로 운영해 왔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먼저 서울행정법원의 판결문에는 쫓겨난 충암학원 구재단 이사회가 정말로 이사회로 기능했는지를 의심케 하는 장면이 여러 차례 등장한다.

해외에 나가 있는 이사가 이사회에 출석한 것으로 이사회회의록에 기록되어 있다. 또 어떤 이사회에는 이사가 출석도 하지 않았는데 나중에 행정실 직원이 회의록을 들고 밤에 집으로 찾아가 출석한 것처럼 사인을 받기도 하고, 또 어떤 경우에는 사인을 받지도 않고 행정실 직원이 대신 사인을 위조하여 서명하기도 했다.
 

충암학원 이사회의 위조 서명 증거 : 재판장은 충암학원 이사에게 직접 재판정에서 서명을 요구하였는데, 이사의 실제 서명과 회의록의 서명이 완전히 달랐다. 이 이사는 미국에 있을 때도 이사회에 참석한 것으로 돼 있고, 어떨 때는 밤 늦게 행정실 직원이 회의록을 들고 와서 참석하지도 않은 이사회 참석 사인을 받아가기도 했다. ⓒ 판결문 캡처

 
법원은 민모 이사에게 직접 재판정에서 사인을 제출하도록 했는데, 여러 차례 사인을 했지만 모두 이사회 회의록에 서명된 것과는 다른 필체였다. 이뿐 아니라 임기가 만료되어 더 이상 이사로서의 직위를 가지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사회에 출석하여 계속 의결권을 행사하고, 또 어떤 이사는 개방이사추천위원회의 추천을 통하여 선임되어야 하는데, 최소한의 절차도 없이 자기들끼리 이사 임기를 연장하여 계속 이사를 하고 있었다.

이렇게 유령이사, 유령이사회를 통하여 교감 인사, 신규교사 채용 등 사립학교법 상 반드시 이사회 의결을 거쳐야 하는 교원 임용에 관한 사항을 제대로 된 이사회 의결도 없이 시행하고 있었다.

중앙행정심판위의 쐐기 철퇴 : '충암 구재단의 청구 모두 기각'

중앙행심위의 재결 결정문은 더 적나라하게 충암학원 구재단의 비리와 불법을 기록하고 있다. 서울교육청이 충암학원의 임원승인을 취소하고 임시이사를 파견한 사유에 대해서 충암학원 구재단 측이 제기한 취소 청구를 조목조목 반박하면서 단 한 건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먼저, 충암학원에서 발생하였던 급식 비리에 대한 책임을 물어 박아무개 교장과 이아무개 행정실장(전 이사장의 아들)의 파면 등 징계 요구가 있었다. 그러나 충암학원 구재단 측은 차일피일 미루자 교장은 퇴임 하루 전에 '주의'만 내리고 행정실장에 대해서는 어떤 징계도 내리지 않았다. 이에 대해서 법원은 충암학원 구재단이 관할청의 정당한 징계 처분 요구를 거부하거나 미이행한 것으로 이사승인 취소 사유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또, 결원이 생긴 임원에 대해서 사립학교법은 2개월 이내에 후임 임원을 보충하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충암학원은 고의 또는 실수로 결원 임원을 보충하지 않아 임원이 3명밖에 남지 않아 이사회를 정상적으로 운영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들었다. 결국 이사회 의결 없이 교감 및 신규 교원을 임용하는 등 학교 운영에 중대한 장애를 초래하였으므로 역시 임원승인 취소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가장 코미디 같은 것이 세 번째 임원승인 취소 사유인 '전임 이사장 전횡 방조'이다.

전임 이사장은 2012년 임원승인이 취소되어 이사(장)을 할 수 없어 합법적으로 학교 운영에 관여할 수 없음에도 '(충암) 학내외 행사에 이사장 명의로 축사를 하게 하거나 초중고 졸업앨범에 이사장으로 소개되고, 교원 채용 면접장에 입실하여 관여하며, 법인회계에서 이사장 명의의 경조화환 대금을 집행했다. 뿐만 아니라 중고 교장의 전보 발령에 관여'하는 등 임원 및 이사회의 직무 및 권한을 침해하였음에도 충암학원 구재단 이사(회)는 이에 대해서 어떤 조치도 하지 않아 임원으로서의 의무나 책임을 스스로 방치하여 임원 승인 취소 사유에 해당한다고 적시했다.

쫓겨난 이사장이 자기 딸을 이사장으로 내세우고 본인은 뒤에서 이사회와 학교 운영에 관여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사회 운영 부당 처리에 대해서는 앞서 서울행정법원이 밝힌 것과 같은 사유로 파행적인 이사회 운영에 대해 책임을 물어 임원 승인 취소가 정당하다고 다시 확인하고 있다. 즉, 구 재단 측이 이사회를 소집하면서 안건 내용을 사립학교법에 명시된 7일 이전에 알리지도 않고, 심지어 어떤 경우는 회의 당일에 이사회 소집 통지를 하기도 했다.

사전 안내되지도 않은 안건을 회의가 열리고 있는 상황에서 기타 안건이라는 이름으로, 이사 전원이 모이지도 않았는데 처리하고, 이사회에 참석하지도 않은 이사들의 사인을 행정실 직원들이 위조 서명하거나 밤 늦게 집으로 찾아가서 사후 사인을 받기도 했다. 임기가 종료된 이사들이 불법적으로 이사 임기를 연장하는 등의 방법으로 정식 이사로 이사회에 참가하여 의결했다는 것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 모든 이사회 파행을 인정하여 사립학교법 제20조의2제1항 임원승인 취소 사유로 인정했다.

마지막으로 서울교육청의 조사 또는 감사에 임원들이 집단으로 출석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관할청의 정당한 지도감독권에 대한 부정으로 인정하여 임원승인 취소 사유로 보았다.

이와 같이 충암학원 구재단이 기대한 것과는 완전히 반대로 중앙행심위는 그들의 주장을 단 하나도 받아들이지 않고 서울교육청이 임원승인을 취소한 사유 모두를 정당하다고, 사립학교법에 따른 정당한 임원승인 취소로 보았다.

마지막으로 구재단이 기대했던 시정요구도 없이 임원승인을 취소한 것은 위법하다는 주장도 배척하였으며, 일부 부정을 인정하더라도 임원승인을 취소할 사유까지는 이르지 않았다는 충암 구재단의 주장 역시 재량권 일탈 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면서 받아들이지 않았다.

중앙행심위의 재결문은 "그렇다면 청구인(충암학원 구재단)의 주장을 인정할 수 없으므로 청구인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재결한다"고 끝맺음 하고 있다. 그야말로 충암학원 구재단의 입장에서는 철퇴가 내려진 셈이다.

충암학원 정상화 계기되나

지금도 충암학원 내에서는 '법원에서 이미 구재단이 잘못 없음이 확인되었다. 아무 죄 없는 구재단이 조금 있으면 돌아올 것이다. 임시이사들은 빨리 나가야 한다. 학교 내 일부 불순한 세력들이 학교를 망신주기 위해서 조작한 것이다' 등의 말들이 사실처럼 떠돌고 있다고 한다. 

법원 판결문과 중앙행심위의 결정문을 보면 충암학원에 어떤 비리가 있었는지, 이사회가 얼마나 파행적으로 운영되었는지, 쫓겨난 전임 이사장이 얼마나 전횡을 휘둘렀는지 등에 대해서 꼼꼼히 기록되어 있다. 충암학원 내에 지금도 돌고 있는 가짜뉴스들을 조목조목 부정한 것이다.

구재단 이사회로는 충암학원의 정상적 운영이 어려우므로 정상적 학교 운영을 위하여 임원승인을 취소한 것이 정당하다는 것을 법원과 중앙행심위가 인정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 두 국가기관의 결정이 충암학원이 기존 비리와 부정이라는 오명을 씻고 정상화의 길로 나아가는데 어떤 영향을 끼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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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육에 관심이 많고 한국 사회와 민족 문제 등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글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가끔씩은 세상 사는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고 싶어 글도 써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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