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풍자 코미디언이 만든 정당, 어떻게 '최다득표' 이뤘나

[피노 카브라스 의원 인터뷰 ①] 이탈리아 총선에서 최다 득표한 오성운동의 '착한 포퓰리즘'

등록 2018.12.08 18:18수정 2018.12.08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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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결과 자축하는 이탈리아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 ⓒ 연합뉴스 EPA/CIRO FUSCO


이탈리아의 오성운동은 좌파 포퓰리즘 운동(정부집권을 추구하지만 정당으로 명명되는 것을 거부함)으로, 올해 3월 총선에서 단일 정당 최다 득표율인 32%(상원 32.5%, 하원 32%)를 기록해 우파 포퓰리즘 정당인 동맹당과 연합 정부를 구성했다.

지난 10월 11일 국제전략센터와 정의당 서울시당 세계진보정당연구모임에서 피노 카브라스 오성운동 의원과 화상,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2018년부터 오성운동 의원이 된 그는 외교와 재정위원회 소속으로 활동하고 있다. 유럽평의회 의원 회의의 이탈리아 대표로 선출되기도 했다. 

집권 경험이 있는 유럽의 진보정당 중 하나인 오성운동 소속 의원과 이야기 나누며 우리가 배울 교훈은 무엇인지, 유념해야 할 과제는 어떤 게 있는지 알아봤다. 이번 인터뷰는 1부와 2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1부에서는 오성운동의 선거 승리 과정과 오성운동의 정책을, 2부는 참여민주주의(피노 카브라스 의원 인터뷰 ②)에 대한 내용을 담았다. -기자말
 

정치 풍자가 진지한 의제로... 선거 승리의 과정

- 3월 선거에서 오성운동은(약칭 M5S) 32%를 득표했고, 동맹당은 17%를 득표했다. 많은 사람들은 이번 선거를 포퓰리즘의 승리와 기성 정당의 패배로 보고 있다. 어떻게 포퓰리즘이 승리했는가? 그리고 M5S가 어떻게 가장 많은 표를 받을 수 있었는가?
"우선은 '포퓰리즘'이라는 단어가 가진 정의 때문에 포퓰리즘이라는 표현에 동의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사람들이 자주적으로 권리를 가지고 행동한다는 의미에서는 포퓰리즘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 같다. 수십 년만에 처음으로 오성운동과 같은 정당이 원내에 진출해 다수 정당이 되었다. 이탈리아에서는 수십 년 동안 선거법 때문에 실제로 선거에서 얼마 득표하지 못해도 원내에서 다수석을 차지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에는 그런 전통이 깨졌다고 보면 된다.

오성운동은 성장한 기간과 성장 속도가 매우 빨랐다. 만들어진 지 5년만에 25%의 지지율 받았다. 처음에는 베페 그릴로라는 코미디언이 정치를 풍자하는 것으로 시작했는데, 풍자가 점점 더 시민들에게 진지한 의제로 받아들여졌다. 이탈리아는 전통적으로 사람들의 참여가 매우 적극적인 나라이다. 예를 들면 노동운동이나 환경운동이 강력했는데 이러한 운동 세력들이 실제로 시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면에서 동력을 많이 잃었다.

오성운동은 이러한 과거로부터 어떠한 교훈을 얻을 것인가를 고민한 후에 아래로부터의 참여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운동을 전개해 왔다. 동이나 구 단위의 지역에서, 실제 사람들이 생활에서 직접 부딪히는 문제들에 참여했다. 예를 들면 환경오염 문제가 있다. 지역에서 참여하는 것이 공공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것으로 이어지는 방향으로 활동을 전개했다. 오프라인뿐만 아니라 온라인에서도 사람들이 만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기도 했다."


- 부패와의 싸움에서 M5S의 성과는 무엇인가? 
"오성운동이 국회에서 첫 번째로 입안한 법안이 부패 관련한 법안이었다. 이탈리아에서는 특히 마피아나 범죄 조직 문제가 매우 심각한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 특히 이 법안에 따라서 정치 부패 문제도 해결하려 했다. 수십 년 동안 마피아 조직과 싸워온 운동진영과 함께 힘을 합쳐서 법안을 만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 법안이 유럽 기준으로 보아도 매우 강력하다'고 말한다."
 

피노 카브라스 (오성운동 의원) 2018년부터 오성운동 의원으로 외교와 재정 위원회 소속으로 활동 중이며, 유럽평의회 의원 회의의 이탈리아 대표로 선출되어 활동 중이다. ⓒ 피노 카브라스


"기본소득은 선순환으로 이어져" 오성운동의 정책

- 지난 6월, 정부를 구성하지 못하고 100일을 보낸 후(정부 구성에 필요한 최소 득표율은 40%인데, 총선 득표율이 이에 이르지 못해 연정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음) M5S와 동맹당은 연합 정부를 구성했다. M5S는 동맹당과의 협상에서 20% 고정세 정책을 수용하는 대신 780유로의 기본 소득 정책을 시행할 수 있었다. 어떻게 기본 소득이 M5S의 주요 정책이 되었는가? 
"기본소득 이슈, 특히 저소득층을 위한 기본소득 이슈가 오성운동에게 주요한 과제 중 하나였다. 기본소득을 보장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동맹당의 경우 이탈리아 북부에 있는 중소기업의 심한 조세부담 문제를 풀고자 하는 지점에서 서로 이해와 요구가 맞는 부분이 있었다. 이런 이해와 요구를 합쳐서 더욱 확장적인 정책인 기본소득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하지만 오성운동은 긴축정책에는 반대하고 있다. 90년대부터 사회운동, 진보운동 진영에서 기본소득 보장에 대한 목소리가 나왔다. 특히 노동운동 진영에서는 구체적인 요구를 내놨다. (기본소득으로) 노령인구의 소득 문제를 해결하고, 이것이 선순환으로 이어져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성운동이 이 요구를 받아서 정책으로 만든 것이다."

- 많은 사람들이 동맹당을 우파 포퓰리즘이라고 부른다. 그들과 함께 연합 정부를 구성한 후 어떠한 가능성과 어려움이 있는가?
"오성운동과 동맹당은 배경이 다르기 때문에 차이가 발생한다. 연정을 구성할 때 협상을 했다. 동맹당과 오성운동 양자가 동의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같이 가지만, 동의하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는 국회에서 토론하고 표결하는 방식으로 하기로 정했다."

- 최근에 로코 카사리노 총리 대변인은 재무부 관료들이 빈민을 위한 기본소득 정책 실행을 방해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오성운동이 현 정부의 관료와 함께하는 데 힘든 부분은 무엇인가? 그런 관료들의 관성을 어떻게 극복하는가?
"이탈리아, 한국, 미국, 중국과 같은 국가는 관료주의가 매우 고착화되어 있기 때문에 변화를 이끌어내기가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탈리아에서도 새로운 방식이나 사고방식을 적용하는데 어려움이 따른다. 그럼에도 우리는 기본소득과 같은 새로운 제도나 사고방식, 행동을 적용하는 것을 통해서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현재 독일에는 이탈리아와 비교했을 때 노동부 공무원이 10배나 많다. 이렇게 많은 노동부 공무원들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을 위해서 매우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특히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역량을 투입하고 있고, 최저임금 문제에 있어서 이탈리아보다 훨씬 앞서가고 있다. 이를 통해서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인프라를 마련하고 있다."

- 난민 이슈에 대한 M5S의 입장은? 
"현재 난민 문제는 이탈리아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과 관련 업무를 고려해볼 때 지속가능하지 않은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보통 투명성이 부족한 공적 자금과 조직 범죄의 침투 가능성과 결부돼 문제가 더 심각해진다. 현재 난민 관리 체제의 실패로 EU 협정 그 자체에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탈리아는 난민과 이민 정책에 대한 유럽 내 협상 테이블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우리는 외부 국경의 난민 유입에 대한 압력과 난민 문제에서 발생하는 인신매매를 줄이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EU 협정에서 명시한 공정한 책임 분담 원칙은 EU 회원국 간에 난민 신청자의 의무적이고 자동적인 재배치로 보장되어야 한다. 이는 객관적이고 수치화할 수 있는 한도에 기반해야 하며 난민 신청을 다른 국가로 변경할 수 있어야 한다. 헌법적으로 보장된 권리를 준수하면서 난민 자격에 대한 권리 증명과 난민 신청 철회 절차를 신뢰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하며, 이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이 과정은 빠른 국경 절차와 출신 국가의 안정성에 대한 판명을 통해서 가능하다."

의원 임기는 두 번만, 임금의 절반은 소기업 위해

- M5S는 선출된 관료의 임기를 두 번으로 제한한다. 이 정책의 효과는 어떠한가? 선출직 공무원들이 그들의 임기 한계에 도달함에 따라 정책을 재검토하진 않는가? 오성운동 의원들은 의원 활동 이후는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가?
"지금까지 오성 운동 의원이 2선 임기 제한을 지키지 않은 적은 없다. 우리는 선출직 의원들이 정치를 목표가 아닌 수단으로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사회를 바꿀 수 있는 능력에 집중한다. 그 능력을 발휘하는 데 두 번의 임기가 충분하고, 그 이후의 일은 다른 선출직에게 넘겨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선출직 의원들에게 법으로 특별한 특권을 부여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정권 초기 3개월간 은퇴한 정치인들을 위한 특별 연금을 폐지해 지금은 납부한 금액에 맞는 비율로 지급받는 연금으로 변경했다. 그럼에도 이탈리아 헌법은 선출된 의원에게 선출직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잠시 중단된 일자리를 보존할 권리를 보장한다. 그래서 오성운동의 선출직 의원들은 선출직 이후의 삶에 대해 충분히 안정감을 가지고 있다. 

중요한 규칙 중 하나는 의원들이 임금의 절반을 소기업을 위한 소액 대출의 공적 자금으로 내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인의 삶은 설사 그것이 이타심, 정직함, 자기 절제로 수행되는 역할이더라도 많은 관계를 맺을 수 있다. 또 여러 가지 기술을 가질 수 있는 경험이 된다."   

- 당 내부의 반대의견이 있을 때는 어떻게 해결하는가?
"오성운동의 각 단계에서 내부 토론이 활발히 진행된다. 이는 많은 활동가들의 사상적 기반이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회에서 오성운동이 표결에 참여할 때 규율을 세워야 한다는 생각은 확고하다. 지난 회기에 오성운동 의원의 5분의 1이 퇴출되었는데, 이는 사상적 이견 차이 때문이 아니라 이러한 규율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퇴출된 오성운동 의원은 임금의 절반을 소액대출에 내지 않았다. 지금은 이 규율이 잘 지켜지고 있다. 

또한 나는 지역 회의에 자주 참가하는데, 여기에서 지지도 받고 비판도 받는 게 자연스럽다. 오성운동의 소통 구조는 강한 영향력이 있다. 전달되는 메시지의 양과 양식, 그리고 질을 조직하는 데 효과적이다. 그래서 오성운동은 조직화를 잘 한다는 이미지가 있다."

- 청년 실업률을 줄이기 위한 오성운동의 정책은 어떤 것들이 있는가?
"자유, 공정함, 사회 보장과 존엄성을 조건으로 노동자에게 헌법에서 명시한 원칙을 준수하면서 존엄성 있는 일과 삶을 보장하기 위해 동일 임금을 보장한다. 이를 위해서 모든 종류의 업종과 단체 교섭을 통해 최저임금을 정하지 않는 생산 부문에 최저임금법을 도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혁신적이고 기술적인 신생 기업에 투자를 장려하는 것은 미래에 대한 투자이며 실력을 높이고 연구를 늘리는 과정이다. 이를 위해서 우리는 효과적인 고용과 질 높은 고용을 목표로 한 교육을 재조직할 것이다. 고등 교육과 대학에서 4차산업혁명이 요구하는 기술과 적절한 이력을 가진 새로운 전문직을 만들도록 추진할 것이다. 또한 중소기업이 생산 과정을 재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조치를 마련할 것이다. 이는 진보한 기술을 더욱 폭넓게 확산시키기 위한 전략을 발전시키는 전제조건이 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국제전략센터 홈페이지(www.goisc.org)에도 게시되었습니다.
#오성운동 #이탈리아 #기본소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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