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적인 미국 전문가들은 '핵 신고' 대신 '이것'을 말한다

세종연구소, 미국 방문 보고서 통해 '다수의 소규모 협상' 전략 설명

등록 2018.11.23 16:04수정 2018.11.23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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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합의문 교환하는 김여정-폼페이오 사상 첫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지난 6월 12일 오후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호텔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공동 합의문에 서명했다. 김여정 부부장과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합의문을 교환하고 있다. ⓒ 케빈 림/스트레이츠 타임스 제공

북미 간 비핵화 협상에서 소규모 협상을 다수 개최해 북한이 수락 가능한 작은 협상안으로 협상을 지속적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전략이 제시됐다. 이것은 미국 내 진보 진영이 트럼프 행정부 및 보수 강경파가 고수해온 '핵 신고→검증→해체' 방안의 대안으로 내놓은 것이다.

세종연구소는 22일 내놓은 <싱가포르 회담 이후 북한 비핵화와 한미공조에 대한 미국 조야의 인식> 보고서에서 "현재 '비핵화 방법론'과 관련해 미국 내에서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고 있고, 특히 보수와 진보의 의견은 비핵화 방법론의 현실적 가능성 부분에서 첨예하게 갈리고 있다"면서 이와 같이 전했다.

해당 보고서는 이성현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 겸 중국연구센터장이 지난 10월 15~20일까지 6일간 미 워싱턴을 방문, 미국 조야 인사들과 진행한 회의 및 면담을 기초로 작성됐다.

보고서는 "워싱턴 핵 전문가들 가운데엔 북한에 대한 핵 신고 요구가 현실적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필요하지도 않다는 입장을 취하며 대안으로 '긴장 완화→다수의 소규모 협상→완전한 비핵화'의 3단계 방법을 제시하는 인사들도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해당 전략의 관건은 '소규모 협상'을 다수 개최하는 것이다. 북한이 받을 수 있는 다수의 소규모 협상안을 만들어 계속적으로 협상을 이어가면서 궁극적으로 비핵화를 이룰 수 있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보고서는 "협상이 중간에 깨지는 위험성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을 강조하는 전략"이라며 "해당 3단계 방법론이 성과를 내기 위해선 어떤 단계에서 어떤 보상이 있을 것인가에 대한 숙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것은 북한이 내세우는 살라미 전술, 즉 요구사항을 쪼개 단계적으로 이득을 챙기는 방안에 상응하는 것으로도 보인다.

또 "미국 전문가들은 비핵화에서 북한이 진정성을 보여주기 위해선 '셀프(self) 비핵화' 조치를 취할 것이 아니라, 신뢰할 만한 핵 신고를 하는 등 미국과 국제사회가 기대하는 방향에 과감하게 부응하고, 일관성 있게 비핵화의 진전을 보여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북한이 취하고 있는 상대방이 정답을 추측하도록 하는 게임(guessing game)식의 전술은 오히려 미국으로 하여금 북한의 비핵화 의도에 대해 부정적으로 인식케 만들고 있다"고 미 전문가의 시각을 전했다. 


"내년 초 미 대선후보 떠오를 것... '협상 지속' 추구하는 사람 도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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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첫 비핵화 방안합의, 영변 핵시설 영구 폐기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9월 19일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9월 평양공동선언 합의서에 서명하고 북한 동창리 엔진 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 영변 핵시설 영구 폐기 등 합의사항을 발표했다. 사진은 2008년 6월 27일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과시하기 위해 영변 원자로의 냉각탑을 폭파하는 장면. ⓒ 연합뉴스


보고서는 양측이 같은 개념을 사용해 협상에 임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보고서는 "핵실험장 폐쇄(shutting down a test site)가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서도 한미 양국, 유관국 사이에, 그리고 북한과 소통할 때에도 서로 같은 개념을 사용하고 있는지 '개념 정리'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특히 핵실험장 및 미사일 실험장 폐쇄에 대해선 정해진 국제적 매뉴얼이 없으므로 이 부분에 대한 논의와 협상이 필요하다. 향후 북한의 핵신고에 대해 검증 방법이 구체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하면 국제원자력기구(IAEA) 관계자들이 북한에 들어가 어떤 장치·기계 설비를 사용할 것인지, 어디를 볼 수 있을 것인지 등 구체적인 사항에 대해 한미 양국 간 토의와 합의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북한이 요구해온 평화협정에 대해서도 "많은 미국 전문가들은 북한의 평화협정 요구를 북핵문제 해결의 '열쇠'로 보기보다는 북한의 '덫'(trap)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고 짚었다. 이어 "평화협정의 전 단계인 종전선언에 관해서도 이것이 단지 '상징적인 선언' 이상의 함의를 가진다고 본다. 미국이 북한에 대해 군사적 수단을 사용할 수 있는 '논리'를 약화시킬 수 있으므로 결국 북한이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유하게 해준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계속해서 "결국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가 '상당한'(significant) 수준에 도달했을 때에 종전선언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라며 "그러한 때가 오기까지 북한에 대한 제재 압박이 계속돼야 한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끝으로 보고서는 "미국 의회에선 내년 초가 되면 주요 대선 후보들이 표면에 떠오르기 시작할 것"이라며 "우리 정부는 이에 대비하고, '협상의 지속'을 강조하는 민주당 정치 지도자들을 돕는 공공 외교를 선제적으로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북한 #비핵화 #평화협정 #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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