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세습-채용비리 끝판왕은 사학재단?

[주장] 왜 자유한국당은 사학의 채용비리 국정조사 요구 안 하나

등록 2018.11.26 08:21수정 2018.11.30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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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 또는 공공기관의 고용세습, 채용비리를 두고 정치권이 뜨겁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은 서울시 산하 공기업의 이른바 고용비리 문제에 대한 국정조사 요구를 국회 보이콧이라는 수단을 통해 끝내 관철하는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은 자유한국당 권성동, 염동열 의원으로 대표되는 강원랜드 등 다른 공기업의 채용비리까지 포함해야한다고 주장하면서 연일 정치권은 논란 중이다.

물론 공공기관이든, 공기업이든, 아니면 사기업이라도 채용 비리 문제는 엄단 되어야 하는 적폐임에 틀림 없다. 그런데, 정작 중요한 곳을 정치권을 간과하고 있는 듯하다. 바로 사립학교의 고용세습으로 대표되는 채용비리이다. 누가 뭐래도 대한민국 공공기관 고용세습과 채용비리 끝판왕은 사립학교가 아닐까 한다.

고용세습-채용비리의 끝판왕, 이사장 왕국 사립학교?

지난 7월 감사원은 '교원양성 및 임용제도 운영 실태'라는 93페이지짜리 보고서를 내놨다. 애초 감사원은 정부의 교원양성, 교원정원관리, 교원임용제도 운영과 사립학교의 교사 채용실태에 대한 종합적인 점검 분석을 통하여 개선방향을 제시하기 위하여 감사를 실시했다.

이 보고서는 절반 정도가 사립학교의 채용 비리를 비롯한 교원 임용 제도의 문제점에 대해서 기술하고 있다. 사립학교 채용 비리의 대표적인 유형은 금품 수수 채용과 더불어 친인척 임용으로 대표되는 고용세습이다. 이 보고서에 나타난 사례들만으로 친인척을 사립학교 교사로 임용하기 위해서 대한민국 사학재단들이 벌이고 행태는 정말 아이들 보기 부끄러운 지경이다.

보고서에 사례로 적시된 몇 가지만 살펴보자. 먼저 이사장 또는 교장으로 대표되는 사학재단 관계자들의 친인척을 임용하기 위해서 벌어지는 부정, 즉 고용 세습 문제를 보자.

대구시 D교육재단(이사장 김○○)은 대구K고 중국어 정교사를 채용하면서 실기시험 평가위원으로 중국어 교원을 계획해 놓고도 실제 평가 시에는 관광 과목인 교감(응시자의 외삼촌)이 단독으로 평가해 이사장의 처조카에게 높은 점수를 주어 실기시험에 합격시켰으며, 면접시험에서는 응시자의 사촌언니인 법인 행정실장(이사장의 딸)이 평가위원으로 참여한 후 최고점을 부여해 최종 합격시켰다.

대전시 W학원(이사장 김○○)은 S고 정교사를 채용하면서 공고문에 1차 시험을 필기시험과 논술시험으로 명시해 놓고도 실제로는 논술시험 대신 서면심사를 통해 학교장의 딸에게 높은 점수를 주어 최종 합격시켰다. 서류심사에서는 자기소개서 내용 중 인생관 및 직업관과 지원동기 및 포부 등을 평가 항목으로 하는 '교육관'에 가장 높은 점수인 40점을 부여했다. 누가 봐도 객관화시킬 수 없는 주관적인 평가이며 학교장 특정인을 내정하고 짜맞추기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힘들다.

이 보고서가 인용한 서울교육청 감사 결과에 의하면, D학원(이사장 김○○)은 산하 D정보고 정교사 선발에서 아버지인 교장이 딸을 면접하고, 수업 평가위원으로 직접 참여해 딸에게 최고점수를 부여한 후 최종 합격처리했다. 문제가 되자 그 교사는 물러났는데 지금은 같은 법인 산하 D고 기간제교사로 근무하고 있다. 현재 이 교사의 어머니가 이사장이고 오빠가 행정실장이다.

감사원 보고서에 인용하지는 않았지만, 친인척 임용 사례는 최근 계속 이어지고 있다. 서울 S고에서 25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합격한 교사는 교장의 조카였다. 교장이 합격한 교사의 이모였던 것이다. 1차 전형에서 10등 밖이었던 이 응시생은 2차 수업실연과 면접에서 최고점을 받아 1등이 되었는데, 이모인 교장이 수업과 면접 평가위원이었다.

또 다른 서울의 B고 역시 설립자이자 당시 교장의 손녀가 교사 채용 시험에 지원하였는데, 할아버지인 교장이 면접위원으로 참여해 손녀의 점수를 평가해 교사로 채용한 것이 드러났다.

부산 C학교에서 벌어진 채용 비리가 압권이다. 이 학교 기간제 교사가 우수한 성적으로 정교사로 임용되었는데 알고보니 이사장의 아들이었다. 이사장 아들을 임용하기 위해 출제부터 평가까지 모든 과정이 조작되었다.

시험 문제 출제는 본인이 대학 은사를 아버지에게 추천하여 출제위원으로 섭외했다. 이 교수는 동료 교수들이 시험을 출제한 것처럼 거짓으로 꾸민 것도 모자라 시험 문제를 미리 건네주었다. 시험 문제를 미리 받은 이사장 아들은 수학 계산이 필요한 문제도 풀이 과정 없이 답만 적어서 최고점을 받았다.

문제의 정답을 미리 알고 있던 이사장 아들의 점수가 너무 높게 나오자 이를 덮기 위하여 아들의 점수는 낮추고, 다른 응시생들의 점수를 일부러 올려주어 편차가 줄어들도록 점수까지 조작한 것이 드러났다.("점수 조작·뒷돈은 기본, 사립학교 교사 채용 '추태'" 기사 참조)

이런 사례는 빙산의 일부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여러 사립학교들이 특정 응시자, 특히 이사장 또는 교장의 친인척을 선발하기 위하여 다른 교과 교사 또는 응시자와 친인척 관계에 있는 자를 출제 또는 평가위원으로 선정하거나, 혼자서 평가하거나, 심지어 점수를 조작하는 일까지 부정과 불공정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5년 사립학교법의 개정으로 사립학교라 하더라도 교원의 공개 경쟁 채용이 의무화되면서 사립학교도 필기·실기·면접시험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과정에서 필기·실기·면접시험의 공정성 확보를 위해 당연히 전문성을 갖춘 출제·평가위원을 선정해야 하며, 응시자와 친인척 등 특수관계에 있는 자는 전형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여전히 여러 사립학교들에서 이렇게 눈을 가리고 자기들만의 리그를 통하여 아들을, 손자를, 조카를 교사로 채용하고 있고, 그 과정에서 말도 안 되는 코미디가 일어나고 있다.

만연한 사학의 고용세습-채용비리

몇 가지 자료를 통해 사립학교의 고용 세습이 얼마나 심각한지 짐작해 볼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해영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2018년 사립학교 교원 채용 현황' 자료에 따르면 학교법인 이사장과 6촌 이내의 친인척 관계에 있는 교장, 교감, 교사 등의 교원(직원 제외)이 재직 중인 사립학교는 291개이며, 친인척 교원은 398명에 달했다.

6촌 이내 친인척 교원 중 2018년 8월 기준 전국 사립학교 교원 가운데 설립자나 이사장의 직계비속인 교원이 290명에 달했다. 또, 2018년 1월 기준 전국 262개 사립학교가 이사장과 (6촌 이내) 친인척 관계인 직원이 305명(교원 제외)이다. 그러니까 사립학교에 근무하는 이사장의 친인척 교원과 직원을 합치면 공개된 것만 700명이 넘는다는 의미이다.

이사장의 친인척 교원의 직급별로는 교장 71명, 교감 44명, 교사는 283명이었다. 특히 이사장의 자녀나 배우자가 교장인 학교는 28개였고, 형제·자매 등이 교장인 학교는 19개, 배우자가 교장인 학교는 9개에 달했다.

공개된 것, 특히 이사장과의 직계비속 또는 친인척 직원만 이 정도인데 밝히지 않은 것까지 포함하면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이다. 이사장뿐 아니라 학교장, 또는 다른 이사, 교직원 상호간의 친인척까지 포함하면, 사립학교의 고용 세습은 셀 수도 없이 많을 것이라는 반증이다. 솔직히 얼마나 많은지 파악도 안 된다. 누가, 어떻게 임용되었는지 알 수도 없다.
 

S사학법인 산하 학교에 근무하는 친인척 현황. 퇴직한 이들을 포함하면 설립자 또는 이사장의 친인척이 셀 수도 없이 많다. 대한민국 고용세습의 끝판왕이 사립학교라도 해도 할 말이 없어 보인다. ⓒ 김행수(편집)


서울 S학원을 통해서 친인척 고용 세습이 얼마나 심각한지 한 단면을 살펴보자.(일부는 퇴임) 설립자의 장녀는 S여고 교장을 역임했고, 다른 딸은 이 학원이 운영하는 대학의 부총장을 역임했다. 또 다른 딸은 S여고 교장이고, 장남은 학원 내 S고, S여고 등에서 두루 교장을 역임하다가 현재는 대학 총장과 이사를 역임중이며, 그의 부인은 S여중 교감으로 알려져 있다. 또 다른 아들은 S고 가짜 직원으로 임금을 받아가다가 감사에서 발각되어 환급 당했고, 또 다른 아들은 S고 교장이다. 설립자의 사위 J는 법인이사이다

이런 식으로 S학원 내에서 아들, 딸, 며느리, 조카 등 친인척 교원과 직원만 해도 20여 명에 이른다. 퇴직한 이들까지 모두 포함하면 셀 수도 없이 많다. 최근에는 교장이 자기 조카를 뽑은 것이 감사에서 적발되어 문제가 되기도 했다. 이 학교의 사례만으로 대한민국 사립학교의 고용 세습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짐작해볼 수 있을 것이다.

왜 자유한국당은 사학의 고용세습-채용비리는 국정조사 요구 안 하나?

자유한국당은 공기업의 고용 세습-채용 비리 국정조사로 박원순 서울시장과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여권을 겨누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국정조사에 자유한국당 권성동, 염동열 의원이 재판을 받고 있는 강원랜드 채용 비리를 반드시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빼놓지 말아야 하는 것이 따로 있다. 바로 대표적인 공공기관인 사립학교의 고용세습, 채용비리 문제이다. 특히, 사립학교의 채용 비리는 학생들의 교육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차대한 문제이다. 자유한국당은 공공기관의 채용비리-고용세습이 그렇게 중요한 문제라고 주장할려면 사립학교의 고용 세습과 채용 비리 문제부터 국정조사하자고 해야 한다.

친인척 임용을 통한 고용세습 외에 대규모 금품 수수 교사 채용 문제도 단골 메뉴이다. 대표적으로 대구의 학교법인 K교육재단은 K여고와 K여중의 정규교사를 채용하면서 9명의 응시자로부터 채용을 대가로 무려 총 14억1천만 원을 수수한 것이 드러나 물의를 일으킨 것을 비롯하여 금품을 주고 받으면서 교사를 채용하는 사례 역시 수 없이 보도되고 있다.

사립학교에 한 해 지원하는 국민 세금이 무려 5조 원이 넘는다. 왜 자유한국당은 사립학교의 채용 비리에는 침묵하는가? 왜 더불어민주당은 채용비리-고용세습 국정조사에 사립학교를 포함시켜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하지 않는가? 정치권의 고용세습-채용비리 국정조사 논란이 정쟁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과연 자유한국당 의원들과 관련 있는 사립학교에는 고용세습이 없을까? ("박용진 의원은 홍문종·나경원·장제원 왜 거론했나" 기사 참조) 한해 5조의 혈세를 지원하면서 자유한국당은 왜 국가의 백년지대계라는 교육계의 고용세습은 국정조사 하자고 하지 않나? 왜 사학의 채용 비리에는 침묵하는지 밝혀야 한다.
덧붙이는 글 *2회에서는 사립학교들의 채용비리, 불공정 사례들을 조금 더 살펴보고, 근절 방안에 대해서 따져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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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육에 관심이 많고 한국 사회와 민족 문제 등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글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가끔씩은 세상 사는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고 싶어 글도 써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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