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교통공사 노조 '밀담' 없었다
채용비리 국조, 드루킹 특검처럼 될 것"

[인터뷰] '박원순의 2018년' 지켜본 박양숙 서울시 정무수석

등록 2018.11.24 12:09수정 2018.11.24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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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 24일 오후 3시 52분]

박원순 서울시장이 '채용 비리 국정조사'(아래 국조)라는 암초를 만났다.

21일 여야가 합의한 대로 '공공부문 채용비리 국조 계획서'가 12월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되면, 박 시장이 연말연시 전후로 국조 청문회에 증인으로 나설 가능성이 크다. 여권의 잠재적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인물인 만큼 야당들의 집중 난타를 박 시장이 돌파해낼 수 있을지가 관심거리다.

이에 대해 박양숙 서울시 정무수석비서관은 23일 오전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서울교통공사를) 조사하다 보면 개인적 일탈이 일부 드러날 수도 있겠지만, 금품이 오가거나 권력형 비리가 없었다는 것은 분명하다"며 "(국조는) 실체 없이 끝난 드루킹 특검처럼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 수석비서관은 천안여고·성균관대 역사교육학과 출신으로, 열린우리당 원내의사국장·민주당 서울시의원(2010~2018년)·박원순 시장 후보 캠프 대변인(2018년)을 거쳐 서울시청에 입성했다. 서울시의원 시절에 만나 박 시장의 선거캠프 대변인을 지낸 그는 박 시장을 잘 이해하는 참모중의 한 명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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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양숙 서울시 정무수석 ⓒ 권우성


박 시장이 단식 농성중인 서울교통공사 노조 집행부를 면담한 지 일주일 만에 노사 분규가 타결된 것에 대해서도 그는 입을 열었다. 야당과 일부 신문들은 박 시장의 개입으로 노사 협상이 민주노총 소속 노조에 유리하게 타결됐다고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박 수석은 이에 대해 "내가 박 시장의 농성장 방문을 제안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는 "노조 간부들이 천막도 없이 노숙을 하고, 노조위원장 건강도 걱정돼서 시장에게 농성장 방문을 건의했다"며 "천막 앞에서 기자들이 현장을 다 지켜보고 있는데 무슨 밀담을 할 수 있었겠냐?"고 반문했다. 오래전부터 진행되던 노사의 물밑 협상이 추석 연휴를 앞두고 타결(9월 21일)된 것인데 박 시장이 협상에 개입한 것으로 몰아가면 안 된다는 것이 박 수석의 설명이다.


박 시장의 17일 한국노총 집회 참석에 대해서도 그는 "노총은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와 정책 협의를 하고, 경사노위(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도 참여하는 국정의 파트너"라며 "이걸 박원순의 '자기정치', '청와대와의 차별화'로 프레임을 잡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인터뷰 전문은 다음과 같다.

- 박원순 캠프 대변인, 서울시 정무수석으로서 박 시장의 2018년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올해는 박 시장이 서울시장 3선을 성취한 지방선거를 거쳐 정치인으로서의 지위를 한층 강화한 해로 평가한다. 전에는 민폐 끼친다고 선거 유세도 마다했던 분이 6월 지선에서는 '당과 함께' 기조로 구청장과 시·구의원의 동반 당선에 힘을 보탰다.

그런데 '3선 시장'이 되니 박 시장을 바라보는 시선이 많이 달라졌다. '야당 시장' 시절에는 거침없는 행보로 국민들 지지를 많이 받았는데, '여당 시장'이 된 후에는 고려할 사항이 많아졌다. 야당 시장일 때 에너지를 다 던졌다면, 여당 시장이 되니 오히려 에너지를 다 쓰지 못하고 관리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정부·여당과의 엇박자' 프레임도 만들어지고, 당초 하려고 했던 일들에 대해 여러 가지로 발목이 잡히는 느낌이다. 여의도·용산 개발이나 강남북 균형 발전 등 박 시장의 모든 행보를 대권 행보와 연결 짓는 것도 부담스럽다. 일련의 사건들을 겪으면서 박 시장도 느끼는 바가 많다."

- 공공기관 채용비리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계획서가 12월 국회에서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앞으로 어떻게 대응하려고 하나?
"서울교통공사의 친인척 비율(11.2%)이 비교적 높다는 게 야당이 제기한 의혹의 발단인데, 2차례의 국정감사에서도 그 이상으로 드러난 게 없다. 더 조사하다 보면 개인적 일탈이 일부 드러날 수도 있겠지만, 금품이 오가거나 권력형 비리가 없었다는 것은 분명하다.

행정기관이 외부기관(감사원) 감사를 받는 게 생각처럼 쉬운 게 아니다. 감사원 감사를 해도 문제점이 해소되지 않으면 그때 가서 논의를 해보자는 게 박 시장의 생각이었는데, 야당이 민생 법안들을 볼모 삼아 국조를 밀어붙인 것은 지금도 유감스럽다. 실체 없이 끝난 '드루킹 특검'처럼 될 가능성이 크다.

박 시장에게 교통공사에 대한 관리 감독 책임이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야당이 의심하는 채용 비리에 박 시장이 개입할 여지가 없었다. 실체 없는 의혹만으로 '박원순 국조'를 만들려는 시도에 대해서는 언론들이 조금 더 차분하게 봐주셨으면 한다."

-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는 측면에서는 자료 제출 등에서 서울시가 겪을 어려움은 상대적으로 작은 문제가 아닌가?
"조사나 감사를 회피하겠다는 게 아니다. 당초에는 서울시 자체적으로 감사하려고 했는데, 언론 보도가 쏟아지니 뭘 내놔도 믿을 수 없는 지경이 되어버렸다."

- 서울교통공사 노사분규가 박원순 시장이 9월 14일 노조의 농성 천막을 다녀간 후 1주일 만에 타결된 것을 미심쩍어하는 시각도 있다.
"박 시장의 농성장 방문은 사실 내가 건의했다. 그리고 농성장 방문 당시 박 시장과 노조 지도부가 은밀하게 대화를 나눈 것도 전혀 없다. 그때 상황은 동행한 기자들이 더 잘 알 것이다.

노조위원장 단식농성이 30일 가까이 되어 가고, 노조 간부들까지 시청 정문 앞에서 노숙 농성에 들어간 상황이었다. 전날 밤 늦게 퇴근하는데 천막도 없이 말 그대로 '노숙'을 하는 노조 간부들을 보고 내가 박 시장에게 단식농성장 방문을 건의했다. 노조위원장의 건강을 걱정하고 있던 박 시장이 건의를 받아들여 다음날 시의회 본회의에 출석했다가 농성장에 들렀다. 그 자리에서 "노조위원장 건강이 걱정되니 단식을 풀고 몸 챙기면서 하시면 좋겠다", "쟁점이 1, 2가지로 좁혀졌다고 들었는데 노사가 서로 양보해서 잘 타결되길 바란다. 조속히 해결되도록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겠다"고 말한 게 전부다. 천막 앞에서 기자들이 다 지켜보고 있는데 무슨 밀담을 할 수 있었겠나?

노사 협상 타결(9월 21일)은 추석 연휴 직전에 나왔다. 노사의 물밑 조율이 우연치 않게 그 시점에 타결된 것이다. 박 시장의 농성장 방문이 노사 양쪽에 협상을 너무 오래 끌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줬을 수는 있다. 그러나 박 시장이 노사 협상에 개입한 것으로 몰아가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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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양숙 서울시 정무수석 ⓒ 권우성

 
- 야당이 요구하는 국조를 박 시장이 선제적으로 수용할 수는 없었나?
"몇 가지 고민되는 부분이 있었다. 국조 자체가 문재인 정부(노동 정책)와 박 시장을 흔들고,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의 정치적 노림수가 얽혀서 제기된 것 아닌가? 그런 국조를 박 시장이 먼저 받겠다고 하면 국회 협상의 한 당사자인 여당 원내대표의 기운을 뺄 수도 있었다. 1라운드(국정감사)는 우리가 잘 막아냈는데, 2라운드는 김성태 원내대표가 이슈를 다시 살려냈다고 본다."

- 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23일 오전 "서울시 직원에게 자세히 들었는데 '문제가 제기된 게 거의 없다'는 게 확인됐다. 국조를 하더라도 아무런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이 부분은 교통본부장을 지낸 윤준병 행정1부시장이 잘 안다. 시청에서는 친인척 채용을 위한 조직적 개입은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뭔가 드러날까봐 국조를 꺼리는 게 아니라 박 시장의 흠집을 내는 정치공세의 장을 굳이 열어줘야 하나 하는 생각이다."

- '박원순 국조'라는 게 박 시장의 정치적 성장을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볼 수도 있지 않나?
"박 시장의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거나 몸집을 키워보겠다고 국조를 받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일부러 그 판에 들어갈 필요는 없다."

- 박 시장이 17일 한국노총 집회에 참석한 것도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탄력근로제' 사안에서 노동계와 여권의 입장이 다른데, 박 시장이 노동계 편에 선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탄력노동제라는 현안에서 정부여당과 부딪치고 있지만, 노총은 민주당 지도부와 정책 협의를 하고, 경사노위(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도 참여하는 국정의 파트너다. 김주영 노총 위원장의 요청으로 집회에 가서 '노동존중특별시'라는 평소 기조를 얘기한 것뿐이다. 이걸 '자기정치', '청와대와의 차별화'로 프레임을 잡으면 안 된다."

- 서울시의원을 2번 한 후 서울시 정무수석으로 왔다. 시의원 시절과 비교하면 지금 하는 일이 어떤가?
"시의원은 시의회 끝나면 잠시 한숨이라도 돌릴 수 있었는데, 정무수석 된 후에는 주말이 없다. 수해, 강북 살이, 메르스, 교통공사 등등 이슈들이 계속 이어졌다. 비상상황 끝나면 좀 낫겠지 싶었는데 여기는 비상상황이 일상이더라(웃음).

공무원들 보는 시각은 많이 바뀌었다. 더우면 더운 대로, 추우면 추운 대로 머슴처럼 일하면서 시민의 일상을 받쳐주는 분들이다. 서울시장의 공약 실현 작업만 놓고 보면, 시의원일 때는 완성된 정책만 보고 개선을 요구하고 지적했다. 시청에 와서는 물 위에서 우아한 자태를 뽐내기 위해 물밑에서 쉬지 않고 물갈퀴를 움직이는 백조의 모습을 보게 됐다."
#박원순 #박양숙 #서울교통공사 #국정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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