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이라도 나면 다 암흑 아녀?"
KT 화재 한 번에 아수라장 'IT 강국'

[현장] 불안한 충정로... 빠른 복구? "카드 결제 전혀 안 돼, 타격 클 것"

등록 2018.11.25 19:25수정 2018.11.25 19:25
6
원고료로 응원
a

분주한 KT화재 감식현장 25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KT아현국사에서 경찰, 소방 관계자 등이 전날 발생한 화재 원인 등을 조사하기 위한 현장 감식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아니 전선을 얼마나 끌어다 썼으면 여기서 불 났다고 경기도까지 통신이 안 돼? 그러니 우리나라 문제가 얼마나 많수. 저까짓 것 하나 때문에 전체가 다 난리통을 겪으니... 그러다 전쟁이라도 나면? 저렇게 모여있는 곳들만 집중 폭파시키면 우리 다 암흑 되는 거 아니여?" - 서울 중구 서소문로 주민 성낙철씨

"여기 주변에 사는 사람이라도 누가 맨홀 뚜껑 아래를 생각이나 해봐요? 그렇잖아요. 어디서 그런 걸 알려주는 것도 아니고... 소화기가 어떻고 스프링클러가 어떻고 주민들이 어떻게 아냐고요. 불안해서 참..." - 서울 서대문구 경기대로 주민 이아무개씨


25일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KT 아현지사. 화재 이틀째인 이날 현장에서는 복구 작업이 한창이었지만 이를 바라보는 인근 주민들 반응은 싸늘했다. 황창규 KT 회장과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직접 현장을 찾아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지만 충정로 일대는 여전히 휴대전화·케이블TV·ATM·카드결제 두절 등 통신 마비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우리 동네에 그런 시설이?"   
 
a

25일 오전 전날 화재가 발생한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KT아현국사에서 KT 관계자 등이 복구를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 연합뉴스


전날 밤까지 원인 미상의 불길이 휩쓸고 간 지하 통신구는 날이 밝으면서 모습을 드러냈다. 힘없이 녹아 내린 철근, 어지러이 엉킨 케이블 잔해들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탔다.

KT 건물 벽면 2층 환풍기 주변에 선명하게 남은 그을음 자국은 지하에서 난 화재의 위력을 짐작케 했다. KT 건물 바로 뒷편 단독 주택에서 거주하는 이아무개씨는 뒤늦게 발화지점 주변을 살피며 "어제는 무서워서 여기 맨홀 뚜껑 쪽으론 내려오지도 않았다"라고 말했다. 불길은 지난 밤에 잡혔지만 주민들 불안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이씨는 "평소 이쪽 맨홀을 들어내고 뭔가를 작업하는 모습은 여러 번 봤지만 이렇게 큰 불이 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해보지 않았다"라며 "그나마 사람이 다치지 않아 천만 다행"이라고 가슴을 쓸었다. 그는 "당장 휴대전화나 TV가 안 되는 것도 문제긴 하지만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확실히 해서 주민들이 편안하게 지낼 수 있도록 해달라"라고 거듭 당부했다.
 
a

병원에도 영향 미친 KT 화재 KT 아현국사 화재로 통신장애가 이틀째 계속되고 있는 25일 오후 서울의 한 대형병원에 원내 통신장애 안내문구가 표시되고 있다. ⓒ 연합뉴스

  
주민들은 어제(24일)의 화재로 서대문구·은평구·마포구·중구 일대는 물론 경기도 고양시까지 전례 없는 통신 장애를 겪었다는 소식에 놀란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인근에 KT 건물이 있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토록 광범위한 지역 통신에 직접 영향을 미칠 정도의 시설인지는 몰랐다는 반응이었다.

서대문구 주민 정아무개씨는 "아무리 주변에 사는 사람이더라도 그 건물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 지까진 관심 없는 게 보통 아닌가"라며 "어제 홍대에서도 여기 불 때문에 카드 결제 안 되는 곳이 많더라, 우리 동네에 그런 시설이 있었는지는 전혀 몰랐다"라고 말했다. 


자택에서 아직도 케이블TV·휴대전화 먹통을 겪고 있다는 중구 주민 성낙철씨는 "알고 보니 거대한 통신 시설이었는데 한 군데에 이렇게 (기능이) 몰려 있어도 괜찮은 것인가"라며 "적어도 주민들에겐 알려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지적했다.

현장에서 만난 한 노동자는 복구 작업 도중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난 것"이라며 "20년 넘게 현장에서 일했는데 한 곳 사고로 인해 이렇게 넓은 지역 통신이 끊긴 적은 처음이다, 전체 피해가 도대체 얼마냐"라고 말했다.

이 노동자는 "발화가 된 지하 통로의 경우 우리 같은 사람들도 자주 들어가는 곳은 아니다"라면서도 "만에 하나 유지 보수를 위해 근무하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면 백이면 백 독가스로 질식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KT, 직접 사과했지만 피해는 여전 
 
a

사과하는 황창규 KT회장 황창규 KT 회장이 25일 오전 전날 화재가 발생한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KT아현국사를 찾아 기자회견을 하고 화재로 인한 통신 장애 등과 관련해 사과하고 있다. ⓒ 김성욱

 
일단 KT는 황창규 회장이 직접 나서 사과했고 피해 보상을 약속했다. 황창규 KT 회장은 이날 오전 화재 현장을 찾은 자리에서 "이번 화재로 많은 불편을 끼쳐서 진심으로 사과한다"라며 "특히 자영업자 분들에 대한 보상 문제는 관계 기관과 협의해서 신속하게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기회를 통해 KT 통신시설 여러 분야에 대한 점검을 일제히 다시 하겠다"라며 "재발 방지를 위해 더 나은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현장을 찾은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도 "주무 장관으로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라며 "관련 부처가 기업들과 빠르게 상의해 불편함 없도록 복구하고 만반의 사후 조치를 하겠다"고 했다.

KT 관계자는 "현재 이동전화는 53%, 인터넷은 77% 정도로 빠른 복구가 이뤄지고 있다"면서 "오늘 저녁까지 90%는 복구해 소상공인과 가입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KT 아현지사 건물 주변 충정로 인근에선 아직 카드결제가 안 되는 상점들이나 와이파이가 안 되는 카페, 먹통인 ATM기를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KT 화재로 카드결제가 안 돼 아예 하루 휴점한다는 치킨집도 있었다.  
 
a

'먹통' ATM 25일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에 위치한 한 은행 ATM기기가 KT 아현지사 화재로 먹통이다. ⓒ 김성욱

a

'현금 결제만 가능합니다' 25일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에 위치한 한 카페는 KT 아현지사 화재로 인해 와이파이 이용, 카드 결제가 중단됐다. ⓒ 김성욱

  충정로역 주변의 한 편의점 점주는 "토요일·일요일은 원래 손님이 없는 편이라 아직 큰 타격은 없었지만 지금까지도 카드 결제가 안 되고 있다"라면서 "평일까지 복구가 안 되면 타격이 클 것"이라고 걱정했다. 이 점주는 "피해 보상에 대해선 전혀 들은 바가 없다"라고 말했다.

주민들 피해는 계속되고 있지만 화재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소방당국은 이날부터 현장 감식과 발화 원인 규명 작업에 착수했다. 불이 난 지하 통신구에는 소화기 1대만 비치돼 있었을 뿐 스프링클러 등 다른 소방시설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져 주민들 불안은 가중되고 있다.

[관련기사]
화재로 서대문·마포·은평·중구 KT 통신장애..."보상은 논의 중"
15년만의 통신대란, 소방법 '구멍'이 키웠다
 
a

무용지물이 된 휴대전화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에 사는 한 KT 이용자가 25일 인터넷 접속이 안 되는 자신의 휴대전화를 보여주고 있다. ⓒ 김성욱

a

충정로 사고현장 인근 주민들은 '불안불안' 25일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주민들이 KT 아현지사 화재 복구 현장을 지켜보고 있다. ⓒ 김성욱

#KT #아현 #통신 #화재 #통신대란
댓글6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100만 해병전우회 "군 통수권" 언급하며 윤 대통령 압박
  2. 2 300만명이 매달 '월급 20만원'을 도둑맞고 있습니다
  3. 3 시속 370km, 한국형 고속철도... '전국 2시간 생활권' 곧 온다
  4. 4 "일본정치가 큰 위험에 빠질 것 우려해..." 역대급 내부고발
  5. 5 캐나다서 본 한국어 마스크 봉투... "수치스럽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