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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팔아 외국으로, 이 부부가 보여준 행복한 은퇴여행

[다큐발굴단] 25일 방영된 < SBS 스페셜 > '충건씨의 은퇴여행'

18.11.27 14:09최종업데이트18.11.27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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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1월 25일 방영된 < SBS 스페셜 > '충건씨의 은퇴여행'편 중 한 장면 ⓒ SBS

 
은퇴를 마주하게 되면 어떻게 살아야 할까. 돈 걱정, 자식들 걱정, 생산성이 끊겨버렸다는 허무함 등. 온갖 걱정과 함께 마주하게 되는 단어가 '은퇴'다.

그런데 이 단어에 대한 인식을 바꿔줄 만한 부부가 있다고 한다. 지난 25일 방영된 < SBS 스페셜 > '충건씨의 은퇴여행' 편을 통해 은퇴 후 외국에서 살고 있다는 이들을 만날 수 있었다. 평생을 소방관으로서 열심히 살아온 60세의 성수씨 부부였다.
 
큰 호수가 매력적인 도시, 마케도니아의 오흐리드. 성수씨 부부는 이곳에서 3개월 동안 거주하고 있었다. 영어 학원을 운영하던 성수씨 부부는 줄어드는 학원생들로 인해 학원을 정리하고 은퇴 여행을 떠나기로 마음먹었다. 오스트리아에서 체코, 독일에서 스웨덴, 핀란드까지. 정말 유럽 곳곳을 다녔다. 이렇게 여행할 정도라면 엄청나게 많은 돈을 쌓아두기라도 했던 걸까?
 
'은퇴' 하면 떠오르는 수많은 걱정들, 하지만
 

2018년 11월 25일 방영된 < SBS 스페셜 > '충건씨의 은퇴여행'편 중 한 장면 ⓒ SBS

 

그러다보니 부부의 한달 생활비는 100만원 이하. 물론 주거비까지 다 포함한 값이다. 성수씨는 은퇴 후에 태도를 바꿔 적게 쓰게 된다면 노후 생활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한다. ⓒ SBS

 
방송된 내용을 보면, 유럽여행을 위해 이들이 엄청난 돈을 쌓아두지는 않았다고 한다. 다만 아파트를 팔아 생긴 돈으로 마련한 여행자금으로 그들은 특별한 수입 없이 여행을 다니고 있었다.

성수씨 부부는 한국에서 생활하는 것보다 더 적은 금액으로도 유럽 생활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1년 생활비 2400만 원에 대출이자 및 주거비 2600만 원. 1년에 고정 지출이 5000만 원 정도가 들어가는 한국 생활에 비해 부부가 1년 동안 유럽을 여행하면서 사용한 경비는 고작 3000만 원 정도라고 한다.
 
방송에서 비춘 유럽 몇몇 국가의 물가는 정말 저렴했다. 마트에선 야채들이 한국의 3분의 1 가격밖에 되지 않았고, 고기 또한 절반 값 이하였다. 주거비도 마찬가지였다. 17평 정도의 공간을 한 달에 32만 원을 지출하고 사용할 수 있었다. 그러다 보니 부부의 한달 생활비는 100만 원 이하로 조절할 수 있었다.

물론 100만 원 이하의 비용은 주거비까지 다 포함한 값이다. 성수씨는 은퇴 후에 태도를 바꿔 적게 쓰게 된다면 노후 생활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한다. 유럽에 간 성수씨 부부가 운이 좋아서 우연히 저렴하고 좋은 방을 구한 것은 아니었을까? 이에 충건씨는 다른 곳들을 조사해본다. 놀랍게도 방송분에서는 어렵지 않게 비슷하거나 더 저렴한 가격에도 좋은 방들을 구할 수 있었다.
  

2018년 11월 25일 방영된 < SBS 스페셜 > '충건씨의 은퇴여행'편 중 한 장면 ⓒ SBS


은퇴 후 일을 갑자기 하지 않으면 하루하루가 너무 무료하지는 않을까? 혹은 스스로 자신이 쓸모없다고 느끼게 되진 않을까? 신해철의 노래 '50년 후의 내 모습'의 가사처럼, 우리는 대부분 할 일 없이 벤치에 앉아 시간을 보내는 노인이 되긴 싫어하지는 않나.
 
하지만 방송에 나온 부부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일을 하지 못해 생기는 무료함보다 매일 매일 새로운 것에 도전하며 느끼는 두려움과 궁금함이 엿보인다. 성수씨 부부는 가끔은 이웃의 사과 따는 일을 돕기도 하고, 블로그를 통해 은퇴여행을 기록하고 공유해보기도 한다. 무언가 특별한 일이 아니라도 즐기며 하는 많은 것들이 다 취미생활이 된 것이다.
 
유럽으로 1년 동안 여행 간다면, 아이들은 어떻게 하지? 부모라면 당연히 떠올릴 의문이다. 하지만 방송에 따르면 이마저도 어렵지 않게 해결할 수 있다. 성수씨 부부에게도 그들 부부의 삶이 있었듯이, 자녀들에게도 자녀들의 삶이 있기 때문이다. 자녀들이 자기 인생을 스스로 찾아갈 수 있도록 먼저 행복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 그게 이들이 내린 답이라고 한다.
  

2018년 11월 25일 방영된 < SBS 스페셜 > '충건씨의 은퇴여행'편 중 한 장면 ⓒ SBS


늘어나는 은퇴여행자들, 내 부모에게도 알려주고 싶다
 
충건씨는 장소를 옮겨 다른 부부도 만나본다. 캄보디아의 서부 지역 바탐방에 거주하고 있는 원진, 윤영 부부다. 중령 계급의 군인이었던 원진씨와 한 회사의 임원이었던 윤영씨, 두 사람은 모두 예전에는 워커홀릭이었다. 서로의 일에 집중하느라 주말부부로 살았던 세월도 있었지만, 지금은 24시간을 붙어있다 보니 오히려 싸우는 일도 생겼다고 한다. 부부 서로가 서로를 몰랐음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캄보디아 현지인처럼 오토바이도 사서 함께 타고, 취미로 사진을 찍기도 하는 원진씨. 또한, 현지인들에게 원어민으로서 한국어를 무료로 가르쳐주는 부부의 모습을 보면서 이들에게 < SBS 스페셜 >은 질문을 던진다. '행복한가요?'라고. 이에 원진-윤영씨 부부는 행복하다고 답한다.
 

그들은 행복하다고 한다. 우리가 즐거우니까. 항상 이기고 싶고 잘하고 싶었던 한국과 다르게 늦어도 돼. 실수하면 어때. 이렇게 살아갈 수 있어서. ⓒ SBS


"우리가 즐거우니까. 항상 이기고 싶고 잘하고 싶었던 한국과 다르게 (여기선) 늦어도 돼. 실수하면 어때. 이렇게 살아갈 수 있는데."
 
위암 판정을 받은 후 전역하고 나서도 바로 다른 직장으로 출근을 했다는 원진씨를 보며 부모님의 얼굴이 떠올랐다. 젊은 시절 운전학원 강사로 일하시다가 이직하기 위해 열 개가 넘는 자격증을 따고 전혀 몰랐던 조선업을 시작하게 된 아버지. 조선업의 불황으로 근심하며 또다시 미래를 위해 자격증을 공부하고 취득하고 있는 아버지의 얼굴이 < SBS 스페셜 >을 본 후 떠올랐다. 이제 50이 훌쩍 넘어버린 나이지만, 여전히 노후에 여행을 다닐 생각보다는 일하고 자녀들을 지원해야 겠다고 생각할 부모님들의 얼굴이 아른거렸다.
 
아마 우리 부모님에게도 '은퇴'란 내가 생각하는 것만큼 무서운 단어일 테다. 평생 선생님으로 일하고 은퇴 후에도 쉬지 못하며 경비 일을 하시다 병으로 떠나신 할아버지의 모습을 보면서, 은퇴의 무서움을 느끼셨을 부모님이기에. 곁에 있는 가족들 또한 은퇴라는 단어를 보며 걱정하고 답답함을 느꼈으니까.

그래서 더욱 이 다큐멘터리를 부모님에게도 알려드리고 싶다. 은퇴 앞에서 너무 많은 걱정을 하시지는 말라는 뜻에서 말이다. 은퇴는 두렵기만 한 일이 아니라, 이제 부모님의 삶을 찾아가는 행복한 시작이 될 수도 있다고. 그리고 은퇴 후 다른 삶을 사는 이들을 보고 나서, 나도 시원하게 부모님의 은퇴를 축하해드리겠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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